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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코레아뉴스 | “세뱃돈이 중한가요?”[인터뷰] 남북 공동응원 펼친 이원규 남측응원팀장과 최성은 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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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2-19 20:0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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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규 응원팀장이 손가락 하나를 펴고 우리는 하나다” 응원을 시작하고 있다사진 남북공동응원단 -


세뱃돈이 중한가요?” [인터뷰]   남북 공동응원 펼친 이원규 남측응원팀장과 최성은 단원

조혜정 기자  민플러스


그들에게도 강원도가 낯설고 물 설은 곳이긴 마찬가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남측응원단은 평창에 부는 칼바람에 발이 얼 정도로 강원도 바람이 낯설다. 남쪽 지방인 울산, 부산, 경남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겐 더했다.

하지만 뭣이 대수랴. 강원도의 강추위도, 2주간 제대로 씻기조차 어려웠던 숙소생활의 불편함도, 설날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 아쉬움도 남북 단일팀 경기를 공동 응원한 벅찬 감격을 가로막진 못했다.

18일 여자아이스하키 순위결정전, 단일팀 코리아의 스위스전 응원을 마치고 남측응원단 이원규 응원팀장과 최성은 단원을 만나 이번 공동응원 참가 소감을 들었다.[편집자]


막 경기를 마친 오후 3. 오늘 점심은 삼겹살이다. 말이 좋아 점심이지, 빵으로 대충 아침을 떼우고 급히 숙소를 나선 응원단에겐 첫 끼니였다.

 

응원단은 단일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 매표소 앞에 줄을 서야한다. “경기 당일 현장에서 판매하는 표를 구해 단일팀 경기를 보겠다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단일팀 예선 첫 경기였던 스위스전(10) 때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미 표가 다 팔리고 없다면서 현장 판매를 안했어요.” 그러나 결국 응원단 눈에 딱 걸렸다.

 

그들이 경기장에 입장하려는 이유

 

1차전 스위스전을 하루 앞두고, 응원단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일명 광클릭’. 늦은 밤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취소된 표를 확인하며 표를 구했다.

80여명의 상주응원단 중 어쩔 수 없이 소수정예만이 경기장에 들어갔다. 10여명의 소수정예가 왜 남측응원단이 온힘을 다해 표를 구해 경기장에 들어가 응원을 해야 하는지확인하고 나왔다.

 

북측응원단이 경기장의 일곱 개 구역에 나눠 앉아 응원을 했습니다. 곧 경기장 전체를 하나로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남측 관중이 북측응원단을 가까이에서 보고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북측 응원소리에 호응하진 못 하더라구요. '아직 북측응원단과 호흡할 준비가 덜 됐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남북교류가 10여 년간 끊겨 있었던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어요. '우리가 반드시 남북의 응원을 하나로 잇는 역할을 해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중석에 빈자리도 많이 보였다. “자리가 텅텅 비어 있는 거예요. 표가 다 팔려 현장에서 판매할 표가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죠.”

 

1차전 종료 직전 08. 10여명의 소수정예가 이대로 경기를 마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남측응원단의 진가가 발휘됐다. “종료 4분을 남기고 앞으로 뛰쳐나갔어요. 혼신을 다해 우리는 하나다구호로 응원을 유도했는데 남측 관중도 기다렸다는 듯 호응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단일팀 선수들과 남북 대표단에게도 잘 전달된 것 같아요. 우리 응원에 눈물까지 흘린 북측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마음도 남측응원단이 잘 받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남측응원단의 남과 북을 잇는 오작교역할이 시작됐다.

 

경기장 안팎에서 '오작교' 되다


 

▲ 현장에서 판매하는 표를 구하기 위해 오랜시간 줄을 서 있으면서도 밝은 표정이다.


남측응원단의 항의 덕분에 2차전 스웨덴전(12)부터 현장판매 표가 나왔다. “1인이 2매까지 표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응원단 절반이 영하의 추위에도 아침 일찍부터 나와 줄을 서서 표를 기다렸어요. 화장실도 못가고.” 관람 온 시민들도 오랫동안 표를 기다려야 하니 불편하긴 마찬가지.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부터 남측응원단에게 할 일이 생겼다. “응원단이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만들어 줄을 선 순서대로 나눠드렸어요. 번호표만 갖고 있으면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고 매표소가 열리기까지 조금 쉴 수 있으니 시민들이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오작교' 임무가 주어진다. 북측응원단과 입과 발을 맞춰 응원을 이끌기 위해 경기가 잘 보이는 곳보다 응원에 적합한 구역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북측응원단장의 맞은편 자리가 적격이다.

 

응원석에 앉아서는 경기 내내 응원지휘자의 신호에 집중할 뿐이다. “경기 흐름이 빠른 아이스하키 응원의 경우 짧게는 10, 길게는 1분 동안 이뤄지는 응원에 집중해야 돼요. 북측응원단에 호응하는 응원, 남측 관중이 함께하는 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사분란하고 절제된 응원이 필요합니다.”

 

 

▲ 응원지휘자로 나선 최성은 단원

그렇게 해서 남북응원단과 관중이 하나로 어우러진 최고의 장면이 탄생했다. 북측응원단이 파도타기를 시작하자 남측응원단이 받아 전체 관중에게 전달했다. “응원단 몇 명이 관중석을 비집고 들어가 파도타기를 이끌었는데, 관중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하대요.' 관중도 이제 준비가 됐구나, 우리가 오작교 역할을 해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2차전 스웨덴전 응원에서 느꼈습니다.”

 

응원을 하느라 단일팀 첫 골 장면은 보지도 못했다. “응원팀장님 지휘에 따라 응원을 하고 있어서 골을 넣은지도 몰랐어요. 경기결과에는 영향을 줄 수 없었지만 응원단의 기를 받아 첫 골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뿌듯합니다.”

 

응원단이 응원에 집중해 경기 내용과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고 경기가 끝날 때, 그런 날이 응원을 가장 잘한 날 이예요. 응원단의 응원 덕에 경기력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원규 응원팀장의 말에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경기장을 나서는 북측응원단을 배웅할 때까지 오작교 역할은 끝난 게 아니다. “북측 응원단이 하이파이브를 해주면서 인사하고 나가는데 응원단이라고 인사하고 싶지 않겠어요? 그래도 응원단은 남측 관중이 먼저 할 수 있도록 양보합니다. 우리는 다음 경기에서 또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세뱃돈이 중한가요?”

 

 

▲ 숙소에서도 쉬지 않는 응원단. 다음 경기 응원준비를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


숙소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도,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도 응원단 일정은 끝이 없다. 숙소에서 강릉 하키경기장까지는 1시간, 평창 설상경기장까지는 1시간20분이 걸린다. 차 안에서는 응원전 소감을 나누며 평가를 하고, 숙소에서는 다음날 응원을 위해 노래도 외우고 응원도구도 손질한다. “장하다 리영금이라고 쓰여 진 꽃술 피켓은 대학생 응원단의 작품이다.

 

반갑습니다, 다시 만나요, 우리는 하나, 이렇게 세곡을 외우자고 했는데 북측응원단이 더 많은 노래를 준비해 왔더라구요. 같이 응원을 하려면 외워야죠.” 이원규 응원팀장이 말하기 무섭게 최성은 단원은 노래도 외워야하고 회의도 해야 하고 거의 새벽에 잠들어요!”라며 귀여운 타박으로 맞장구쳤다.

 

상주응원단에 참여하면서 설날 세뱃돈은 생각도 안했다. “세뱃돈이 중한가요? 후대들에게 물려줘야 할 통일의 열기를 지금 저희가 만들고 있는데. 돈 주고도 못 사는 일이잖아요!” 최성은 단원의 당찬 발언이다.

 

 

▲ 설 연휴에도 응원은 계속된다. 대학생이 만든 장하다 리영금꽃술이 빛을 발하고 있는 응원피켓이 보인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엔 알파인스키장에서도 남북 공동응원이 펼쳐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도 주고받고, 북측응원단과 신나게 응원하면서 놀아서 아쉬움이 없어요.” 숙소로 돌아온 응원단은 숙소 옆 식당에서 떡국을 주문해 먹거나 치킨파티를 열었다.

 

영하의 추위, 강풍과 건조주의보에 발이 꽁꽁 얼고, 40명이 넘는 인원이 숙소생활을 하느라 물이 부족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빨래를 하지 못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기장에 들어가 남북 공동응원단과 하나 되어 응원하는 관중을 볼 때면 불편함이 눈 녹듯 사라진다.

 

북측응원단이 주는 감동도 못지않다. “두 번째 경기에선가, 이틀 만에 북측응원단이 남측응원단의 속도에 응원을 맞춰 왔더라구요.” “이제 손짓만 봐도, 얼굴만 봐도 서로서로 어떤 응원을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건 응원복장뿐 남북응원단의 호흡이 척척이다. 외국인 관중 중에선 남측응원단을 북측응원단으로 착각해 사진을 찍고 갈 정도였단다.

 

 

▲ 북측 응원단의 깜짝 공연. 17일 취주악단 공연을 홍보하고 있는 남측 응원단.

“‘우리는 하나다라고 적힌 현수막은 응원단의 상징이며, 단일팀의 국기나 마찬가지예요. IOC 위원장도 아무 말 못했으니까요.” 단일기를 들고, 현수막을 들고, 단일팀 선수들이 총력을 다해 뛸 마지막 경기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진짜 마지막은 아니다. “26.15시대가 왔어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의 대학생들도 서로의 대학을 왕래하고 남북의 역사와 문화를 교류하는 장이 하루빨리 열리기를 바랍니다.”

북에서 체육경기가 열리면 남측응원단도 방북할 날이 곧 오지 않겠어요? 다음에 만날 때는 민족대단결 정신이 더 크게 꽃피는 응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민족끼리 단합된 힘으로 하루 빨리 그런 자리를 만들어야겠습니다.” 마지막 응원전에 임하는 각오만큼 통일을 향한 의지도 높은 응원단이다.

 

“20일 경기를 끝으로 먼저 응원전을 마치게 돼, 26일 북으로 돌아가는 북측응원단을 환송하지 못해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낯설고 물 설은데 와서 연일 응원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남측응원단의 마음을 마지막 응원전에 담아보겠습니다. 수구세력의 난동으로 표정이 좋지 않던 삼지연관현악단에게 단일기를 흔들며 미소를 되찾아주었을 때처럼 단일팀 선수들에게도 마지막 경기 큰 미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 응원전을 기다리며 경기장 밖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채우고 있다.


 

▲ 숙소 앞 마당은 응원단의 응원연습장이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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