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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코레아뉴스 | ‘북한 안돼 물렀거라’ 금기 깨진 북녘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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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6-07 08: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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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역사적인 장면을 담아내고 있는 남북 양측 기자들의 카메라가 보인다.

[연재기획 : 판문점선언이 바꿀 우리의 삶] 분단 넘어 통일 담아낼 남북의 카메라


남북, 남북합작영화, 뽀로로, 정상회담


북한 안돼 물렀거라금기 깨진 북녘의 풍경

 

한국영화시장은 북미,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관객 수나 매출 등 시장규모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은 미국산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를 보이면서도 한국산 천만 영화가 종종 나오는 영화 중견국이다. 만약 분단에 따라 남측만의 반쪽 영화제작이 되풀이되는 현실이 해제된다면 어떨까? 판문점선언 이행, 남북의 만남과 통일은 영화강대국 통일한반도를 뒷받침할 수 있다.

 

판문점선언 제13항에는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연락사무소는 남과 북이 수교를 맺어 각각 평양과 서울에 대사관을 설치하기 이전 단계를 뜻한다. 즉 연락할 수 있는 공식통로를 열어 대소사가 있을 때 언제든지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연락사무소를 굳이 개성 등 특정한 지역에 둘 이유가 없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유튜브, SNS 등으로 온갖 마음에 드는 영상을 어떤 장소에서든 손쉽게 공유하는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영화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속으로 묵혀온 고민들을 속 시원히 터놓고 말하게 하는 무형의 연락사무소인 셈. 일상과 인터넷을 통해 펼쳐지는 영화 속 풍경은 사람들을 대화와 만남의 장으로 안내한다.

 

남북합작영화는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의 과정을 밟아나가는 귀중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서 반공주의가 득세했던 지난 1973, 정부의 주도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제목의 영화가 남측에서 개봉됐다. 민족 간 갈등을 부추기는 영화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사건이었고 분수령이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는 이승복 소년의 가족이 북측 무장공비에 몰살당했다는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로 북측을 철저히 악마화 했다. 실제로 당시 대다수 사람들은 북녘 사람들이 빨간 뿔 달린 악마라고 여겼다. 과거에는 그랬다.

 

시간이 흘러 오늘, 시대의 흐름은 문익환 목사의 말마따나 통일은 됐어로 넘어가고 있다. 남측 영화 감독-제작사가 북측의 풍경을 강제로 출현(?)시켜 북측사회를 악랄하게 왜곡하는 반공의 논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날이 왔다. 2017427일과 526, 남측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손에 이끌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판문점으로 넘어간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그 자체로 엄청난 영화적 장면이었다. 북측 조선중앙TV는 두 정상의 환한 웃음과 진솔한 만남을 38분 길이의 기록영화로 제작해 보도했다. 남측 언론들이 앞 다퉈 조선중앙TV를 고스란히 인용해 보도하는 진풍경을 남측의 모두가 봤다.

 

 

4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 카메라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만나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다.

북측 카메라 기자가 빨간 바탕에 노란 글씨로 적힌 기자완장을 차고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흥미진진한 장면도 여과 없이 전달됐다. 이후 SBS 계열 스브스뉴스는 514일 일본우익을 비판한 조선중앙TV2017914일 보도를 찾아내(!) “일본을 뼈 때리는 북한 어휘력이라며 유쾌하게 소개했다. 남측 대중이 북측의 영상을 공개적으로 즐기는 분단 이후 전대미문의 좋은 시절이다. “북한은 안돼라는 금기의 영역이 깨졌고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를 처벌한다는 국가보안법은 먹통이 됐다. 방송사와 시청자 모두에게 국보법이란 재갈을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남북 합작영화 추진을 선언합니다!

 

북측의 영화(영상)가 자연스레 남측에 전파되는 나날이다. 바야흐로 북한 바로알기 시대라 표현하기에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때야말로 어떤 영화를 찍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적기다. 대북적대정책 속에 미뤄졌던 남북영화 합작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먼저 영화 <관상>의 제작사로 알려진 주피터필름이 남북합작영화 <숙제>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는 남측 어린이가 우연히 북측 어린이의 숙제를 발견해 대신 풀어내는 과정을 비춰내 통일의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라고 한다. 필름 측은 북한 사람들도 싫어하지 않을 영화를 표방하며 북측의 배우를 기용, 현지촬영도 계획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촬영개시를 예고하고 있다. <숙제>의 제작은 지난 2007년부터 시동이 걸렸으나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지금까지 잠정 무산 된 상태였다.

 

이밖에 남측 영화계에선 영화인들(배우, 감독)의 오는 9월에 있을 평양영화축전 참가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남북 교류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당장 대북제재 해제와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등을 일일이 따지지 말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는 대북제재와는 관련이 없는 사안부터 단계별로 남북교류를 접근하자며 신중한 분위기다. 반면 영화계에선 자체적으로 판문점선언 제14항의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침 내년 2019년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으로 남측 영화계에선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남측 영화계는 북측 영화계와 공동행사를 벌이는 등 접촉의 폭을 크게 넓히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측의 서울과 북측의 평양뿐만 아니라 한반도 남동쪽의 부산에서든 북서쪽의 신의주에서든 장소에 상관없이 남북 영화인들이 한 데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통일렌즈가 새 시대의 광명을 비추려면

 

영화란 그 시대를 비추는 창이라 할 수 있다. 온갖 사람들의 희망과 사랑, 분노 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여있는 대중예술인 것이다. 판문점선언이 태동되고 전격 추진 중인 남북영화 합작프로젝트는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만 이 시도가 남측만의 짝사랑으로 남지 않으려면 북측을 같은 민족으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1990년 지리산의 빨치산 활동을 다룬 <남부군>을 시작으로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최근인 2017년에는 <강철비>까지 주로 민족대결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남측의 여론을 뒤흔들었다. 남과 북이 만났다는 의의는 있었을지언정 결국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결말이라 씁쓸하다. 앞으로 남북 영화를 제작, 연출하자면 무의식 속에 물들어있는 반북 감성을 걷어내는 과제가 절실해 보인다.

 

북녘은 더 이상 위험하고 수상쩍은 동네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족을 다룬 남측 영화는 북측과의 만남을 비극으로 그려내는 데 몰두해 왔다. 대표적 사례가 앞서 언급했던 남측의 첫 천 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형과 아우가 각각 북측 인민군과 남측 국방군으로 나뉘어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이는 이 영화의 정서는 민족분단과 한국전쟁이 현재진행형임을 부각한다. 하지만 61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에게 전달됐고 오는 12일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 남북미+중 종전선언과 북미 평화협정이 가시권에 들어온 현재, 위 영화의 비극적 결론은 거의 뒤집어지고 있다.

 

그동안 남측 영화계는 왜곡된 분단렌즈로 북측을 바라봐 왔다. 이제 통일렌즈의 도입이 시급하다. 판문점선언 이전에 남측에서 개봉한 북측의 모습을 그린 영화들이 은연중에 반공이라는 사양을 탑재해 왔다면, 남과 북이 함께 손 맞잡고 분단이라는 장벽을 거침없이 돌파해나가는 민족친화·평화통일의 사양을 탑재해야 이치에 맞다. 우선 북측 영화계에 대한 공감대를 높여야 한다.

 

남측은 감독의 역량을 중시하지만 북측은 시나리오(북측의 표현으로는 영상문학)의 역할을 첫 째로 둔다. 북측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시나리오 작가를 첫머리에 세우고 이어 감독이름을 보여준다. 남측이 영화장르의 다양성, 개인의 자유를 영화로 그린다면 북측은 사회주의 체제의 일상을 알리는 시나리오를 최우선으로 앞세워 영화를 연출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북측에 가서 감독 주도의 영화를 찍고 말리란 기대감만 높인다면 북측은 크게 당황할 것이다.

 

위의 사례는 언뜻 큰 차이처럼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별 것 아니다.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뽀로로>2004년 남측에서 공개됐다. ‘뽀통령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뽀로로는 남측의 하나로 통신과 북측 삼천리 총회사의 공동작품이다. 2004<자유아시아방송> 보도는 합작을 총지휘한 김종세 하나로 통신 과장은 실수로 북측 삼천리 총회사에 콘티(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한 설명이 담긴 밑그림)’를 제공하지 못했는데, 북측에서 자체적으로 그린 장면이 더 좋았다는 비화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종세 과장은 애니메이션 기획과 등장인물, 구성작업 등을 북측과 머리를 맞대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지만 이 바람은 아직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10.4선언(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나오면서 KBS와 북측 조선중앙TV의 첫 합작 드라마 <사육신>이 전파를 탔다. KBS가 기획과 제작을 지원, 조선중앙TV가 제작을 담당했다. 드라마의 평가는 북한음악이 인상적” “완성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등의 호응도 있었지만 마치 1970년대 같고 이질적” “지난 70년간 (남북이) 분리돼 있던 정서 고려가 없었다등의 비판으로 엇갈렸다.

 

남측 영화진흥위원회 산업정책연구팀이 지난 212일 발표한 2017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남측 영화시장 규모는 총 23271억원, 극장 관객수는 21987만명이다. 각각 전년 대비 성장률은 2.4%, 1.3%로 남측 영화계가 정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역시 남북합작영화 제작으로 돌파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사상검열을 벌인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남측영화는 창조성과 활기를 잃었단 지적이 빗발친다. 남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자는 유무상통 정신을 영화계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앞으로 남측 어린이가 북측의, 북측 어린이가 남측에서 제작한 영화를 보고 서로 개선점을 짚으며 영화인의 꿈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리 된다면 머지않아. 겨레의 숨결이 깃든 통일영화가 한반도를 넘어 세계의 찬사를 받게 될 날도 무르익을 것이다.


 

두 정상이 활짝 웃으며 포옹하는 장면. 남북이 분단과 대결의 과거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로 나아가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기사출처 : 주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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