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175] 4.25 열병식 - 강(强) > 코레아뉴스

본문 바로가기
코레아뉴스

남코레아뉴스 | [아침햇살 175] 4.25 열병식 - 강(强)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5-04 21:03 댓글0건

본문


[아침햇살 175] 4.25 열병식 - 강(强)

이 형 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4월 4일 서울  

 

 

 


1. 강(强)

 

지난 4월 25일 북한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열병식을 했다. 조선인민혁명군은 1932년 4월 25일 김일성 주석이 만든 항일무장투쟁 부대이다. 북한은 조선인민혁명군을 북한군의 뿌리로 내세운다.

 

이번 열병식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강’이라고 할 수 있다. 

 

1) 연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아래 총비서)는 열병식에서 16분간 연설했다. 이 연설은 북한이 자신의 강함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총비서의 이번 연설은 그야말로 웅변이었다. 강력한 힘을 발산하는 듯한 단호하고 강한 웅변투가 이전 연설들과 달랐다. 북한군의 과제와 의지를 밝히는 연설 후반부로 갈수록 뿜어나오는 기세가 더욱 강성해졌다.

 

특히, 총비서는 “어떤 세력이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입니다”라고 말할 때 확고한 의지가 넘치는 듯 손으로 연단을 두드렸다. 연설 마지막에서 “위대한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라고 외칠 때는 화산처럼 힘을 폭발시키는 기세였다.

 

어조만큼 연설 내용도 강했다. 총비서는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소멸’은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겠다는 뜻이고 ‘그들’은 미국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즉 미국을 흔적도 없이 제거해버리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총비서는 2013년 3월 20일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게 모조리 쓸어버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보다 더 강경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강력한 단어로 상대방을 응징하겠다고 표현하는 나라는 북한 말고 없다. 미국을 이렇게 대하는 나라도 북한뿐이다. 표현으로 보면 세계 최강, 극강이다. 

 

북한의 표현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오는 것은 북한이 빈말을 하지 않는다는 평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이 “소멸”시키겠다고 하면 과장된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 소멸시킨다는 뜻으로 인식 된다.

 

과거 역사를 봐도 북한은 말한 대로 했다. 1968년 미국 첩보함 푸에블로호가 영해를 넘자 북한은 영해 밖으로 나가라고 경고했다. 푸에블로호가 경고에 응하지 않자 그대로 나포했다. 미국은 푸에블로호와 승무원을 송환하지 않으면 전쟁을 할 것처럼 위협했다. 하지만 북한은 물러서지 않았다.

 

1990년대 북미핵위기 때 미국이 합의되지 않은 시설을 사찰하겠다고 나서자 북한은 NPT 탈퇴를 선언했다. 그후 북미협상을 통해 제네바합의가 체결되면서 NPT 탈퇴는 보류되었다. 시간이 흘러 2003년 미국이 제네바합의 내용을 명시된 기간에 지킬 수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북한은 과거 선언했던 대로 NPT를 탈퇴했다.

 

북한이 전쟁에서 실제로 상대를 ‘소멸’하려고 하는 것은 ‘빨치산 국가’로서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90년 전 창건한 빨치산 부대인 조선인민혁명군을 계승하고 그 정신대로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총비서는 연설에서 “(조선인민혁명군에서) 우리 혁명 발전에서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의의를 가지는 위대한 전통이 마련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빨치산의 전쟁은 정규군끼리의 전쟁과 다르다. 독립운동을 예로 들면 일제가 조선에서 소멸되느냐 아니면 빨치산 부대가 소멸되느냐, 이 두 가지 말고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없다. 이게 빨치산의 전쟁이고 이런 빨치산의 전통이 지배하는 나라가 북한이다.

 

예전에 북한은 ‘너 죽고 나 죽자’라는 개념으로 싸웠다. 그런데 핵무기를 가진 후에는 ‘나는 살고 적은 쓸어버린다’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 “적대세력들의 위협을 영토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4월 4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 또한 자기의 군사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전쟁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비서는 열병식 연설에서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며 일방적인 승리, 압도적인 승리를 이루겠다는 태도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비장함보다는 단호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이 연설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북한 국민 속에도 ‘내가 죽을 수 있다’라는 심각함이 아니라, ‘우리는 피해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정서가 흐르고 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만약 북미 사이에 핵전쟁이 난다고 했을 때 그에 대한 방어 능력은 미국보다 북한이 더 우수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끝장이지만 북한은 살아남는다고 한다. 

 

북한은 ‘전 국토의 요새화’를 통해 지하 방호시설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지하철도 지하 100m 깊이에 건설할 정도니 중요 군사시설, 대피시설은 더욱 철저히 구축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국민도 전쟁에 대비한 훈련이 잘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 국민의 무장화’를 군사노선으로 삼아 전체 국민을 여러 군사 체계로 망라해놓았다. 노동자, 농민이 소속된 노농적위대가 열병식에서 완벽한 제식을 구사하는 걸 보면 평소 훈련 수준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일반 북한 국민의 대피 훈련 수준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본토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허리케인만 불어도 집이 다 부서지고 초토화된다. 또 미국은 지하화가 되어 있지 않다. 극소수 억만장자는 자비로 개인 지하벙커를 만들어놓지만 평범한 국민은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다지만 북한은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이 있다. 또한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보유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발사될지 모르는 SLBM을 막을 방어 수단은 사실상 없다. 실전에서 미사일방어체계가 핵미사일 요격에 하나라도 실패하는 순간 미국은 그대로 끝장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상호 간 핵전쟁에서 북한이 훨씬 유리하다. 자신은 안전한 채로 상대방만 소멸시키겠다는 북한의 주장을 비현실로 치부할 게 아니라 현실로 인정하고 비상한 문제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총비서는 핵무기를 방어용을 넘어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전쟁 초기”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이 말을 전쟁이 나면 북한이 첫 번째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거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EMP(전자기파) 폭탄이 될지 지상 타격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첫 발이 핵무기다. 이런 핵교리는 북한밖에 없다.

 

오늘날 북한이 가지고 있는 힘의 의미가 무엇인가. 북한이 가진 절정의 힘은 어떠한 것인가. 이를 가장 집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총비서의 연설이었다.

 

2) 군인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 군인들의 준비 정도를 잘 볼 수 있었다. 이번 열병식은 2만여 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2만여 명이 한 사람 같이 움직였다. 

 

제식훈련은 군대의 기본이며 많이 하는 훈련이다. 나폴레옹은 “제식이 곧 전투력”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전투에서의 대열과 진형 자체가 전술적인 가치를 가졌지만, 현재도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식이 중요한 것은 제식에서 군대의 정신력과 규율이 집약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과 달리 전쟁은 실제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휘관의 지시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다. 병사가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겁을 먹어 본능대로 움직이면 부대는 전투에서 패배하게 된다. 규율과 정신력이 강한 부대는 강한 전투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과거에나 지금에나 제식은 곧 전투력이다. 

 

제식을 한 사람 같이 갖추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피티체조를 할 때 끝번호를 외치지 않는 간단한 통일적인 행동도 적잖은 집단적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소수의 병사가 특출나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전체 병사들의 몸과 동작과 정신을 제식훈련 요구에 맞게 맞춰야 한다. 

 

2018년 프랑스는 열병식을 열었다가 엉망진창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오토바이끼리 서로 충돌하는가 하면 전투기가 프랑스 국기 색깔에 맞춰 연막을 흩뿌려야 하는데 색깔 배치가 잘못되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군도 2013년에 가두행진을 했는데 엉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2013년 10월 3일 “가두행진 행렬이 활처럼 휜데다 팔 높이도 제각각이어서 장병들의 모습이 정연하지 못하고 너무 흐트러졌다는 지적이 일부 예비역 장성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제멋대로 국군의 날 시가행진..군기 잡아야 하나?>, 조선일보, 2013.10.3.

 

제식은 북한이 월등하다. 컴퓨터그래픽도 아닌데 한 사람 같이 물 흐르듯 움직인다. 마치 컨베이어벨트처럼 정확히 규격에 맞고 질서가 완벽하다. 이는 북한군의 정신무장 상태, 통일단결 상태, 행동실행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걸 보면 북한군의 제식 수준은 세계 최상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북한군의 강함을 짐작할 수 있다. 저런 군대는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 

 

 

 

  

3) 무기들

 

북한이 열병식에서 다양한 무기들을 선보였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4월 26일 “최근 개발한 무기체계 위주로 종대를 구성하고 실전배치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월 27일 열병식에 대한 보고서에서 “무기 전시회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무기 체계들을 선보였다”라고 짚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들을 보여주었다. 

 

조선중앙TV는 열병식을 보도하며 “빈터 위에서 0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국방공업이 오늘 얼마나 아득한 높이에 올라섰으며 그 위력이 얼마나 백배해졌는가를 가슴 벅차게 새겨주며 진군합니다”라고 묘사했다.

 

특히 북한이 자랑하는 무기로 초대형방사포, SLBM, 극초음속미사일, 화성포 17형 등이 있다.

 

조선중앙TV는 초대형방사포에 대해 “세계 병기 분야에 유일무이한 초강력 다연발 공격무기”라며 초대형방사포가 지상 군사작전의 주력을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초대형방사포는 사거리가 400km, 속도 마하 6 이상이며 북한은 20초 간격으로 연발 사격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사거리를 고려했을 때 초대형방사포가 겨냥할 주요 목표로는 평택미군기지가 꼽힌다.

 

조선중앙TV는 SLBM에 대하여 “김정은 동지의 강력담대한 담력과 배짱, 희생적인 헌신과 노고에 의하여 이 땅 위에서 단번에 솟구쳐오른 세계 최강의 병기”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 어느 지역과 장소에서도 빠른 시간 내에 목표를 정확하게 기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우리의 전략무력”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기존 북극성 5형보다 길이가 수 미터 늘어난 SLBM을 선보였다. 장영근 한국 항공대 교수는 추진체는 같지만 탄두보호덮개부가 상당히 커졌다며 “다탄두나 고위력의 무기를 더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조선중앙TV는 극초음속미사일이 등장하자 “조선의 정의와 진리의 힘이 역사에 새겨지는 장엄한 시각”이라며 “공화국 전략무력이 도달한 최고의 현대성과 타격 능력을 온 세상에 시위하며 진군하는 조선의 자랑스러운 화성포들”, “조선노동당의 절대병기”라고 소개했다.

 

극초음속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 중국, 러시아뿐이며 미국도 개발하지 못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1년 9월 29일 “음속 5~6인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국 남부 지역까지 도달하는 데 약 1분이 소요된다”라며 미사일 경보를 울릴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지금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 17형이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어 조선중앙TV는 “(화성포 17형이) 절대적 힘의 진가를 세계 앞에 뚜렷이 과시한 긍지와 자부를 안고 위풍당당히 나아가고 있”다며 화성포 17형이 솟구쳐오를 높이가 “주체조선의 위력한 국력의 높이, 세계가 우러러보는 강국의 위상의 높이로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총체적으로 자신의 ‘강’을 과시했다.

 

 

 

 

 

 

 

  

2. 단결

 

북한은 ‘일심단결’, ‘군민단결’을 매우 강조한다. 여기서 ‘일심단결’은 지도자와 국민 사이의 일심단결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은 그들 자신이 주장하는 ‘일심단결’, ‘군민단결’을 완벽히 실현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듯했다.

 

먼저 총비서가 등장하자 북한 군인들과 국민이 열광적으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총비서는 연설에서 북한 국민과 군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우리 인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여” 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열병식을 마친 후 군중들은 오랜 시간 총비서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를 본 총비서는 주석단의 양 끝을 오가면서 열병식 참가자를 돌아보며 오래도록 손 저어 인사했다. 영상을 보면 권위주의자라기보다는 국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답례하고 국민과 희열을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과거 총비서는 국민을 하늘처럼 받들어야 한다는 뜻의 “이민위천”을 강조하고(2021년 8차 당대회) 북한 국민에게 “고맙습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하며(2020년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한다며 “멸사복무”하겠다고 결의하기도 했다(2017년 신년사).

 

서방에서는 북한의 이런 언행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열병식에서의 모습도 모두 다 국민을 억압해서 강제로 만든 연출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열병식 영상 속 총비서와 북한 국민의 모습에서 거짓이라고 여길만한 대목을 어느 한 군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북한 국민과 군인이 눈물을 흘리며 총비서를 향해 만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 인위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는다. 진심의 표현이라고 느껴진다.

 

열병식에서 북한의 지도자는 “우리 인민의 안녕과 행복을 위하”자고 호소하고 북한 국민과 군인들은 “결사옹위”를 외쳤다. 지도자와 국민이 서로를 위함으로써 전체가 하나로 단결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이 열병식에서 볼 수 있었던 북한의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러한 북한이 말하는 ‘일심단결’은 열병식에서 애국주의로 집중되었다. 

 

열병식은 항공육전병(공수부대)이 하늘에서 북한 국기를 휘날리면서 낙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열병식 본행사는 총비서의 입장과 국기게양식부터 진행됐다. 국기게양식은 소등된 김일성광장에 붉은빛을 발하는 오각별이 입장하고 그 속에서 국기가 등장해 게양되면서 위엄있고 진중하게 진행됐다. 그를 지켜보는 북한 국민과 병사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열병식 중간엔 비행사들이 전투기에 오르면서 국기를 끌어안는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강조되기도 했다. 국기는 국가의 상징이다. 국기를 껴안는 것은 국가를 껴안는다는 애국주의의 표현이다.

 

애국주의가 절정에 오른 건 총비서의 연설에서였다. 연설 가장 마지막에 총비서가 “위대한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라고 외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일었고 축포가 터져 오르며 그들의 애국주의가 대폭발하는 인상을 주었다.

 

자기 나라를 길이 빛내자는 애국주의로 지도자와 국민, 병사가 ‘일심단결’을 이루는 듯했다.

 

3. 현대성

 

이번 열병식은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현대적이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었다.

 

1) 장식

 

김일성광장 ‘주석단’은 금빛 장식과 대리석, 양각 부조 등으로 세련되게 꾸며졌다. 

 

정 중앙에는 금빛 국장과 국무위원장 휘장이 연설대와 주석단 벽면에 웅장하게 장식되어 있다. 연설대 양옆엔 대형 대리석 기둥이 위엄있게 자리했다. 주석단 벽면과 기둥의 대리석의 무늬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주석단 난간 기둥도 맵시 있는 모양에 금색 띠가 둘러져 세련되어 보였다.

 

연설대 아래에는 정 가운데 반원형의 원이 있고 그 안에 한반도 지도와 “나라길 시작점”(한국의 도로원표)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 왼쪽으로는 오각별이, 오른쪽으로는 노동당을 상징하는 망치와 낫, 붓 문양이 부각되어 있었다.

 

북한은 김일성광장 주변에 조명을 대량으로 설치했다. 콘서트장을 보면 조명을 사용해 현란해 보이도록 하는데, 김일성광장 전체가 마치 대형 콘서트장처럼 화려하게 느껴졌다. 광장 주변으로는 대형 LED 화면을 곳곳에 설치해 참가자들이 열병식을 잘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주변 나무에도 전구를 달아 축제 같은 분위기를 더했다.

 

 

 

 

2) 무기 현대성

 

앞서 소개한 전략적 무기들은 물론이고, 그 외에 북한군이 보여준 무기도 현대화된 모습을 보였다. 

 

최근 몇 년간 북한군은 야간투시경부터 군화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에 한 열병식에서 소음기, 조준경, 레이저표적지시기 등이 달려 있는 총과 개인 무선통신기 등을 장착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열병식에 대해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는 4월 26일 “한국군의 ‘워리어 플랫폼’처럼 신형 소총과 방탄복, 방탄헬멧 등 신형 전투 장구류로 무장한 병력이 대거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라고 소개했다. 유용원 기자는 또한 “능동방어체계(APS)를 탑재한 신형 전차들도 열병식에 참가했다. 전차 능동방어체계는 날아오는 대전차 로켓·미사일 등을 직접 요격해 전차를 보호한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4월 28일 “좀 더 작은 전술 무기와 개인화기 부분에서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을 만한 여러 가지 신무기들이 처음 공개되었다”라며 3군단이 가지고 등장한 신형 소형 대전차 미사일을 꼽았다. 김민석 연구위원은 신형 대전차 미사일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활약하고 있는 NLAW와 재블린 미사일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혼자서 쏠 수 있고 유도기능이 있어 전차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3) 영상편집

 

북한은 이번 열병식 보도를 아주 잘했다고 자평한다. 총비서는 방송관계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열병식 보도를 잘했다고 치하했다.

 

북한은 열병식 보도영상에서 다양한 촬영기법과 화려한 편집기술을 활용했다. 

 

KBS는 4월 27일 “열병 지휘 차량에 단 액션카메라, 움직이는 무인카메라, 공중의 드론 등을 활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열병식을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 <야간 스카이다이빙, 화려한 촬영·편집..최신 영상기술로 열병식 효과 극대화>, KBS, 2022.04.27.

 

MBC는 4월 27일 “영화 같은 촬영기법과 편집을 적용”했다며 특히 총비서의 등장이 그랬다고 강조했다. “부인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하얀색 옷을 맞춰 입고 등장한 김 위원장은 마치 영화배우처럼 레드카펫을 걸었습니다”라는 것이다. 

- <밤이어야 더 화려?‥극장국가 북한의 심야열병식>, MBC, 2022.04.27.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4월 28일 열병식 분석 보고서에서 “빠른 음악과 다양한 조명을 활용한 무대연출로 구성한 전반부 식전 행사, 경쾌한 열병종대 행진,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한 에어쇼, 빠른 편집과 다양한 앵글로 포착된 무기 등”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앵글을 통한 도시공간의 무대화, 빠른 편집을 통한 율동감 부여, 시각적·언어적 메시지 구현”을 해냈다고 짚었다.

 

과거 북한의 열병식을 보면 웅장한 맛이 있었지만 보는 재미는 별로 없었는데, 이번 열병식은 눈맛이 굉장히 좋았다. 

 

지금 우리 국민의 취향을 보면 눈맛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드라마로 치면 과거엔 내용이 좋고 연기를 잘하면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용도 좋고 연기도 잘하면서 미남미녀가 등장하는 것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공산품을 봐도 질적으로는 다들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 때문에 이제는 디자인도 좋아야 한다. 전반적으로 눈맛, 시각적인 자극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국민의 요구도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이런 동향을 읽어서인지 날이 갈수록 눈맛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3월 화성포 17형 발사 땐 보도영상을 한편의 뮤직비디오, 영화처럼 편집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열병식 영상은 길이가 2시간이 넘는데도 박진감 있고 화려해서 지루한 감이 없었다. 하나의 작품 같았다.

 

특히 전투기들이 하늘에 오각별을 수놓고 김일성광장 위를 빠르게 지나가며 불꽃 비행운을 그리는 모습, 그리고 그 주변으로 폭죽이 터져 오르는 모습은 매우 화려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영상이었다. 영화에서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지만, 북한 열병식은 CG가 아니라 현실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이 정도로 화려하고 다채로운 연출을 구현해낼 수 있는 건 북한밖에 없다.

 

CNN 윌 리플리 기자는 2018년 9월 9일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픽셀을 이룬 컴퓨터그래픽 같았다며 “사실 이런 장관은 처음 봤다. 이런 건 다른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아주 인상적이었다(It’s mind blowing). 마치 올림픽 개막식 같았다”라고 놀라워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인상적이었던 것도 벌써 4년 전이다. 그 4년 동안 북한은 더욱 현대화되었고 세련되어졌을 것이다. 열병식을 보고 있으면 마치 환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지만, 현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4. 환희, 축복, 희망, 자신감

 

열병식을 바라보는 북한 국민의 표정은 밝고 신나고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북한 국민이 격한 감정을 터트린 장면 중 하나는 총비서가 주석단에 등장했을 때다. 북한 국민 중의 적잖은 사람이 총비서를 보고 벅찬 감정을 느낀 듯 눈물을 흘리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화성포 17형이 등장했을 때도 북한 국민은 뜨거운 감정을 내비쳤다. 압도적인 크기의 화성포 17형이 등장하자 북한 국민은 까치발을 들고 바라보며 흐뭇하고 긍지 높은 표정을 지었다. 총비서도 화성포 17형을 보며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띄었다. 화성포 17형 등장과 함께 시작된 불꽃놀이가 북한 국민의 흥취를 더욱 고조시켰다.

 

화성포 17형이 지나간 후 불꽃놀이는 더욱 고조되고 풍선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조선중앙TV는 보도영상에서 새로 건설한 송신·송화지구 위로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터져 오르는 풍경을 내보냈다. 초현대적으로 발전한 북한의 현실, 거기서 북한 국민이 느끼는 축제와 같은 감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듯했다.

 

북한 국민은 열병식이 끝난 후에도 좀처럼 감격이 가시지 않는 듯 총비서를 향해 오랫동안 환호를 보냈다. 총비서도 국민과 환희를 함께 나누듯 손을 들어 답례하기도 하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려 보이기도 하고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이기도 했다.

 

북한의 지도자와 국민, 군인이 서로를 축하하며 김일성광장을 들끓게 하는 모습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 확신으로 만들어진 불덩이 같았다. 

 

 

 

 

마치며

 

오늘날 전 세계가 경제 위기로 암울하다.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한국도 경제 위기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아우성이다.

 

또한 전 세계가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대통령 취임 전인데도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한국 갤럽의 4월 26~28일 여론조사 결과 긍정평가 43%, 부정평가 44%로 부정평가가 앞서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득표율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벌써 반윤석열 시위가 매일 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정치적 혼란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최근 대선을 치른 프랑스의 경우 극우세력이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해 우려를 자아냈다. 프랑스 청년들은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도 싫고 극우 후보였던 마린 르펜도 싫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모교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은 가장 최악의 제재를 받는 나라인데도 경제적 혼란, 정치적 혼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언뜻 보기엔 북한이 그 어떤 나라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 모습은 정반대다.

 

이번 열병식에서도 혼란과 인연이 없는 희망차고 자신감 넘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런 북한의 현실은 보면 볼수록 불가사의 그 자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페이지  |   코레아뉴스  |   성명서  |   통일정세  |   세계뉴스  |   기고

Copyright ⓒ 2014-2024 [아침햇살 175] 4.25 열병식 - 강(强) > 코레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