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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코레아뉴스 | [아침햇살189] 미국 자이언트 스텝, 경제 파국으로 가나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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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8-17 16:2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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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89] 미국 자이언트 스텝, 경제 파국으로 가나⑧

김 민 준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 8월 17일 서울  

(지난 글에 이어서)

 

4) 북·중·러 단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의 구상은 러시아를 악마화하여 고립시키고 강력한 경제 제재를 시행해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태는 미국의 구상과 정반대로 흘러 러시아 경제가 아닌 미국과 서방 경제가 무너질 판이 되었다. 

 

미국의 구상대로 되지 않은 주된 원인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이 다방면으로 협력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대러 제재를 무시하고 러시아산 가스, 석유 수입을 늘렸으며 러시아와 대러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협상도 하고 있다. 대러 제재로 인해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되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화를 쓰지 않는 위안화-루블화 무역 체계를 가동하고 있기에 교역을 원활하게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북한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인정해 매우 적극적으로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었다. 유엔 회원국 중 두 나라를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현재까지 러시아, 시리아뿐이다. 

 

이뿐 아니라 인도 역시 러시아 에너지 수입에 앞장서고 있으며 여러 아프리카 나라들도 유엔 무대에서 러시아를 지지했다. 심지어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도 대러 제재에 불참을 선언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도 미국의 러시아 압박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중립을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이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다면 러시아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었다. 러시아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세계은행 추산 1조 4,830억 달러다. 반면 중러 무역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147억 달러로 러시아 GDP의 1% 가까이나 된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와 석탄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가 중국이다. 만약 중국이 러시아와 경제 관계를 끊었다면 러시아 경제는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 때 러시아는 중국을 적극 지지, 지원했다. 

 

이번에 낸시 펠로시 미연방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러시아는 “중국을 완전히 봉쇄하기 위한 미국의 공격적인 정책의 일환”, “명백한 도발로 간주” 등 미국을 강하게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또한 “우리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것과 중국 정부가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고 대만은 중국과 불가분이라는 것을 믿는다”라며 중국을 지지했다. 

 

또, 미국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인권 문제로 중국을 공격하자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36개국과 함께 중국을 지지하는 서한을 발표하였다. 러시아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중국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와 스마트폰을 도입하였고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관해서도 유라시아동맹의 목표와 부합한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중러는 외교·경제적인 협력뿐 아니라 군사협력도 전례 없이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서부연합 2021 연습’을 비롯해 세계 최대 수준의 중러 합동 군사훈련이 매년 열리고 있으며, 중·러·이란 3자 합동 해상훈련이나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중러가 중심이 된 다자 합동훈련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가 굳게 뭉쳐 있다 보니 미국의 공격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데 중러관계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강태호 한겨레 선임기자는 2016년 7월 12일 자 기사 「푸틴의 동진과 시진핑의 서진」에서 “유라시아의 두 거인인 중러의 관계는 무려 4천km에 이르는 광대한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데 따른 국경분쟁에다, 이념논쟁이 혼재된 패권 경쟁, 미국과의 전략적 이해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늘 갈등과 협력의 불안하고 불완전한 협력관계를 보여왔다”라고 2010년대 이전의 중러관계를 요약했다. 

 

이런 중러 갈등을 유발한 것은 미국이었다. 

 

“분할하여 지배하라”라는 말은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해서 유명해진 말이다. 상대를 분열시켜 약하게 만들어 지배하는 분할통치 전략은 동서고금의 공통 전략이다. 냉전 시기부터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갈등을 부추겨 대립하게 했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대결하고 있었기에 중국을 포섭해 소련을 고립하는 방식을 썼다. 박차영 기자는 1월 10일 자 아틀라스뉴스 기사 「미중화해②…덩샤오핑, 미국 통해 경제도약 추진」에서 “미국은 중국을 끌어안음으로써 공산권의 분열을 유도하고 소련에 대한 포위망을 좁히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2월 22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냉전 시기 미국이 중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며 냉전 구도에서 승기를 잡았다”라고 하였다. 

 

미국의 이런 구상은 냉전 후에도 이어졌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김명섭 옮김, 삼인, 2000.)에서 “미국에 있어 가장 큰 잠재적 위협은 중국과 러시아, 아마도 이란 간에 동맹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중러 단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 시기와 반대로 러시아를 포섭해 중국을 포위하자는 주장도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의 부상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으며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서 러시아를 협력자로 두고 인도, 러시아, 미국이 협력하여 중국을 봉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재덕,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활용하는 중국」, 프레시안, 2022.6.10.) 

 

이런 주장은 현실적인 이유로 미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었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분할통치한다는 구상은 미국의 기본 전략으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이런 미국의 전략이 먹힐수록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주도권은 강해졌다. 

 

미국의 이런 분할통치 전략은 중러뿐 아니라 다른 반미국가 혹은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도 적용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북미정상회담을 들 수 있다. 1972년 사상 첫 미중정상회담과 비견하곤 하는 2018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도 유사성이 있다. 1972년에는 중국을 포섭해 소련을 고립시키는 전략이었다면, 2018년에는 북한을 포섭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관계를 충분히 이간질할 수 있다고 여긴 듯하다. 실제로 당시까지 북중관계는 매우 험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본은 북한이 미국에 맞서 핵·미사일 개발을 하는 것을 중국이 반대하면서 발생한 갈등이었다. 

 

2015년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중국을 방문했으나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돌연 귀국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핵·미사일이 등장하는 공연 장면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현송월 당시 모란봉악단 단장이 “토씨 하나도 고칠 수 없다”라고 거부하면서 전격 귀국했다는 것이다. 

 

2017년에는 북한이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일을 맞아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중국이 인민해방군 10만 명을 북중 국경지대에 배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동신문은 2018년 2월 8일 자 논평 「무엇을 얻어보려고 비루한 참견질인가」에서 “훈시질에 여념이 없는 중국의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은 세계 면전에서 고립 배격당하고 있는 트럼프 패나 아베 일당 그리고 시대 밖으로 밀려난 남조선 보수 나부랭이들과 꼭 같이 놀고 있다”라고 중국을 맹비난했다. 북한의 노동신문이 ‘중국’ 국명을 거론하면서 직접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관계를 갈라놓을 수 있다고 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북한은 2018년 3월 9일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후 3월 25~28일 전격적으로 중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정상회담을 보며 충격을 받아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외교 망신을 자초하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정상회담을 이유로 북미정상회담을 파기하려 한 것을 보면 미국에 ‘북핵 폐기’보다 북중관계 파괴가 더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심 핵시설 단지인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했는데도 미국은 받지 않았다. 북한이 요구한 일부 제재 해제는 미국이 언제든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핵 폐기’를 하고자 했다면 북한의 제안을 받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북한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미국에 ‘북핵 폐기’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침햇살186] 미국 자이언트 스텝, 경제 파국으로 가나⑤」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미국은 대만을 부추겨 중국과 전쟁을 하도록 만들되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자신은 직접 참전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과 연대해 주한미군을 공격하면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주한미군을 철수할 테니 북한도 중국을 돕지 말라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대신 한국 정부를 확실히 장악해 남북통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도 전제조건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미 의회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아마 미 의회는 주한미군을 철수했는데 북중이 갈라서지 않으면 낭패라는 우려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의 구상이 개인의 독단적 생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대통령이 주류사회의 생각과 다른 개인 생각을 단독으로 밀어붙이면 암살당했을 것이다. 미국 내에서 주류의 의견은 아니지만 트럼프와 같은 의견도 적지 않게 존재했다. 

 

보수성향인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2011년 5월 3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왜 미국이 스스로 국방을 책임질 수 있는 선진적이고 부유한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부대를 창설해서 해외에 주둔시키느냐”, “미국은 2만 8,500명의 미군 병사를 북핵 위협의 인질로 공급한 셈이므로, 북핵 문제는 주한미군 철수의 또 다른 이유가 된다”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미국 내 이런 시각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가면 1976년 11월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지미 카터 대통령도 있다. 물론 미 의회와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북한은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에 휘말리지 않고 거꾸로 북미정상회담을 북중관계 강화의 계기로 만들었다. 

 

2018년 3월 북한과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자 중국은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만약 북한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면 중국이 고립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018년 6월 10일 “중국이 북미정상회담에 초조해한다”라며 “중국은 미국이 통일된 한반도를 워싱턴의 동맹으로 삼기 위해 싱가포르 회담을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라고 보도했다. 

 

이때 북한이 북중정상회담을 전격 추진했다. 중국은 북중정상회담을 환영하며 아무 조건 없이 즉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북중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으며 북중 사이엔 갈등 없이 서로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로만 채워졌다. 중국은 북중관계를 깨뜨리게 될까 봐 북한에 핵 문제를 꺼낼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북한은 격렬하게 대립하던 북중관계를 일거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북중관계 발전은 북한의 주동적인 노력으로 가능했다. 홍콩 명보는 지난해 4월 6일 자 보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적대세력 방해 속 북중 단결 강화”를 강조하는 구두 친서를 보낸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고 하였다. (「“중국·러시아·이란, 서방이 압박할수록 더 뭉칠 것”」, 연합뉴스, 2021.4.6.) 

 

북한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에도 앞장섰다. 

 

원래 북한과 베트남은 혈맹관계였다. 베트남 전쟁 당시 북한은 많은 무기를 지원했고 공군을 파병하기도 했다. 뉴시스 2011년 12월 5일 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30대의 전투기와 87명의 조종사를 베트남에 파견했고 이 가운데 14명이 전사했으며 미군 전투기 26대를 격추하였다고 한다. 

 

그러다 1978년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북한이 베트남을 비판, 양국 대사관이 철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 베트남이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을 펴고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 더욱 멀어졌다. 1990년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인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 식량 지원을 요청했지만, 베트남이 미국 눈치를 보고 거절하기도 했다. 또 2004년에는 베트남에 입국한 탈북자 수백 명을 한국으로 보내 북한의 반발을 산 일도 있었다. 

 

이런 역사를 보면 북한 처지에서 베트남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나라’이며 응징의 대상이다. 그런데 북한은 응징 대신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는 베트남 하노이였다. 당시는 북미정상회담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각축전을 벌일 때였다. 그만큼 북한이 주목받았고 너도나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북한은 여러 나라 가운데 베트남을 선택했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과 별도로 북한-베트남 정상회담을 하였다. 이를 통해 양국은 급격히 화해하고 가까워졌다. 

 

이처럼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이용해 중국, 베트남과 관계를 회복하고 강화하는 독특한 외교정책을 폈다. 

 

나라 사이에 단결을 이루려면 공통의 지향과 목표가 있어야 하며 전략도 같아야 한다. 그간 사회주의, 반제자주 국가들은 미국을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타협과 양보를 하거나, 반미라는 대의보다 당장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거나 하는 차이 때문에 서로 갈등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과 비타협적인 대결을 하면서 자주의 원칙을 고수하여 다른 나라들이 따라 배울 수 있는 일종의 정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주의, 반제자주 국가는 모두 단결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였다. 실제로 다른 사회주의, 반제자주 국가와 단결을 이루는 데서 앞장에 서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반제자주 국가 사이에 단결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지금 미국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2의 플라자합의, 제2의 소련 붕괴를 추진한다. 그런데 미국은 제2의 플라자합의처럼 중국을 약탈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있다. 또 제2의 소련 붕괴처럼 러시아를 약탈하려 하였지만 역시 실패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분열해서 서로 싸워야 미국이 각개격파 해 자신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결정적 작용으로 중러의 단결·협조가 사상 최고조로 올라가 있기에 미국의 분할통치 전략은 통하지 않고 있다. 

 

5) 북한의 결정적 작용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거대 국가들이 미국과 대결을 펼치는 속에서 북한의 작용이 결정적이라고 하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일단, 미국이 직접 러시아, 중국 대신 북한을 최대 위협으로 꼽는다. 미 외교협회(CFR) 산하 예방적 행동센터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을 1등급 위협으로 꼽았다. 중국, 러시아는 2등급 위협이었다. 

 

지난 5월 23~24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미 전략사령부에서 열린 북핵 특별 토론회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면 북한은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원래 핵무기에는 ‘공포의 핵 균형’이라는 이론이 작용한다. 내가 핵으로 공격하면 나도 핵으로 공격당해 서로 공멸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핵보유국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핵으로 공격한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미국은 중국과 심각한 대결을 하면서도 북한 문제만 나오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지금 미국은 중국과 경제전쟁을 한창 하고 있으며 최근 대만을 둘러싸고 군사적 대치까지 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중국을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고 중국 압박과 반중 대결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러시아와 손을 잡고 반중 전선을 꾸리자는 주장도 있다. 당연하게도 지금 미국은 중국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운 소리를 한다. 이러면 중국과의 대결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당연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미국도 다른 나라에 관해서는 절대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중국에 러시아를 저지해달라고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를 지원하면 “가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를 한다. 

 

그런데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은 지난 2월 4일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중국과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횡설수설하는 것 같은 이 발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이상하게 북한 문제만 나오면 중국에 매달리는 미국의 모습은 상당히 흥미롭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북한을 제일 두려워하고 자신의 1번 적수로 여기는 것 같다. 거꾸로 보면 지금 북한이 미국에 가장 결정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중러가 북한의 노선을 따라가며 변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 미쳤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중국 국무원 자문위원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2020년 11월 25일 중국 매체 둬웨이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 정세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운영자가 그 어떤 대국도 아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자문위원이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자로 자기 나라 시진핑 주석이 아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꼽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자료를 가지고 결론을 도출한 것일까? 아무튼 중국, 러시아도 북한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추론해볼 수 있다. 

 

끝으로, 북한은 동구권 사회주의가 붕괴한 직후인 1992년 4월 20일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 대표들과 함께 ‘사회주의 위업을 옹호하고 전진시키자(일명 평양선언)’를 발표했다. 처음 70개 정당으로 시작한 평양선언 서명이 1년 만에 170여 개로 늘어났고 2017년 기준 300여 개로 늘었다고 한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사회주의 부흥을 이야기하고 세계 각국에 동참을 호소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즉, 세계 사회주의 부흥 운동의 선두에 북한이 있다. 자본주의 국가의 ‘대장’ 노릇을 하는 미국에 가장 위협이 되는 나라가 북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전반을 놓고 볼 때 북한이 내세운 노선대로 중러가 변화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영향 미치는지 앞으로도 중요한 연구 과제로 남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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