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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코레아뉴스 | 베네수엘라 대담 ①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차도는 미국의 마지막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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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0-16 17:1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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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담 ①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차도는 “미국의 마지막 조커”


박 명 훈 기자  자주시보 10월 16일  서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침공 위협’을 가하는 등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중남미 전반의 긴장과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본지는 이사벨 디 카를로 께로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 대리에게 현재 국면 인식과 베네수엘라 정부의 대처 방안에 관해 서면으로 질의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한 여러 질문을 던졌다.

 

대담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2024년 11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조기 사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항상 대통령님을 믿고 의지해 왔다”라고 밝혔다.  ©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페이스북

 

-최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베네수엘라의 친미·친서방 야권 인사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노벨평화상은 노벨상 시상식 중 노르웨이가 주관하는 연례 시상 부문입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올해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이 결정은 고결한 베네수엘라 국민과 우리 정부, 그리고 여러 기관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노르웨이는 이번 시상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노르웨이는 베네수엘라의 전통적인 에너지, 경제 부문인 석유와 가스 그리고 국가의 경제 다각화를 위한 새로운 광물 자원 분야에서 자신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믿은 것입니다.

 

*노벨상: 스웨덴의 기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상. 매년 6개 분야에서 후보를 추려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평화상만큼은 유일하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시상한다. 이는 노벨상 제정 당시 스웨덴이 이웃 나라인 노르웨이와의 평화를 바라며 노르웨이 의회에 후보 선정과 시상을 위임한 데 따른 것이다.

 

마차도가 받은 이번 상에는 평화를 위한 진정한 궤적이나 대의명분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또한 베네수엘라 국민이나 라틴아메리카 지역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는 노벨평화상의 역사적 권위에 불명예를 안겼습니다.

 

*라틴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Latin America)는 중남미와 카리브해지역에서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등 라틴어 계통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중남미의 자주와 독립 정신을 강조하는 이들은 라틴아메리카라는 용어를 강조하며 제국주의적 지배에 대한 저항과 본연의 가치관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다. 또한 앵글로아메리카(Anglo-America) 즉,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과 캐나다와 대비해 정치적, 문화적 독자성을 부각하는 의미도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집단 기억 속에는 노벨상 수상은커녕 무시당했던 위대한 과학자 움베르토 페르난데스 모란 박사나 의학자 하신토 콘빗 박사 같은 중요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진정한 ‘베네수엘라의 긍지’를 대표하며, 과학과 인류에 공헌한 위대한 인물들을 배출했다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자부심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세계의 의학, 안보 분야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움베르토 페르난데스 모란(1924~1999): 세계적으로 저명한 베네수엘라 출신 생물리학자 겸 신경외과 의사. 생물학과 금속 재료의 초정밀 절단에 쓰이는 전자현미경 분야의 혁신적 발전을 도운 다이아몬드 칼을 발명했다. 또한 베네수엘라 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끌었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NASA의 아폴로 계획에 참여해 달 암석 분석과 연구도 했다.

 

*하신토 콘빗(1913~2014): 나병(한센병)과 열대병 연구, 치료에 헌신한 베네수엘라의 의사 겸 과학자. 새로운 나병 백신을 개발했으며, 격리되어 치료받던 나병 환자들의 존엄성 회복에 기여했다. 베네수엘라 생체의학 연구소를 설립하고 세계보건기구(WHO)의 나병 연구 협력 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1988년 노벨생리·의학상 후보로 지명된 바 있다.

 

문학 분야에서도 베네수엘라의 위대한 작가이자 국부 중 한 명인 로물로 가예고스 박사가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관은 한국 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그리고 우리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그의 소설 『도냐 바르바라』를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로물로 가예고스(1884~1969):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교사 출신이며 1947년 베네수엘라 최초의 민선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친미·우파 군부세력의 쿠데타로 임기는 9개월에 그쳤다. 1929년에 발표된 대표작 『도냐 바르바라』는 베네수엘라의 대평원(야노스)을 배경으로 문명과 야만의 투쟁을 주제로 다뤘으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독자 여러분이 이번 사안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실 수 있도록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과 정부는 마차도의 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을 바라지 않았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은 미국 공화당과 정치 성향이 가까운 ‘마이애미파(Mayamera)’ 즉,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세력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마이애미파: 미국 내에서 중남미의 진보·좌파 성향 정권을 반대하고 정권교체에 영향을 미치려는 세력. 마이애미에 기반을 둔 친미 성향 중남미 이민자들이 주축이라 마이애미파라고 부른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초대 국무부장관 마코 루비오가 대표적인 마이애미파다. 루비오는 쿠바에서 건너온 이민자 2세이며 트럼프 정부의 중남미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마차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이해하고 적절한 맥락을 파악하려면, 마차도라는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베네수엘라 정부 차원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베네수엘라 국민은 사리사욕에 찬 매국적인 시각으로 정치를 해온 세력에 지쳐 있습니다. 이들 세력은 정치권력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국민과 국가 자산에 막대한 피해를 줬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도덕성이나 절제심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국민 대다수는 야권 인사들이 대변하는 외세와 그들이 조장하는 행위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야권 인사들은 외세에 베네수엘라의 국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대가로 막대한 지원을 받았고 자기 배를 불렸습니다. 미국과 서방진영이 마차도를 지지하고, 마차도가 노벨상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미국과 서방진영은 마차도를 계속 지지하고 있는데요.

 

저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느낍니다. 

 

▲ 이사벨 디 카를로 께로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 대리가 2025년 9월 13일 주한 미국 대사관 근처에서 열린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57차 촛불대행진’에 참여했다. 카를로 대사 대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부당하게 위협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 김영란 기자

 

미국과 대다수 유럽 국가를 포함한 서방진영의 의견을 일반화하거나 획일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이들 나라에는 미국이 지난 25년간 베네수엘라에 가한 포위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들 나라에서 새로운 정치 흐름으로 자리 잡으려는 우익 파시즘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차도를 지지하는 의견을 하나의 ‘긍정적 평가’로 일반화하거나 표준화할 수는 없습니다. 마차도라는 인물은 베네수엘라에서 토착화된 우파 파시즘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요약하자면 현재 상황은 대립하는 두 가지의 세계관과 원칙이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는 시몬 볼리바르의 조국과 자유로운 사람에 대한 원칙입니다. 이와 관련해 볼리바르는 “다행히도 우리는 한 줌의 자유로운 사람이 강력한 제국들을 무찌르는 것을 봐 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시몬 볼리바르 풍자화. 선글라를 쓴 현대적인 모습으로 볼리바르를 재해석했다.  © 니콜라스 마두로 페이스북

 

볼리바르의 원칙과 대립하는 또다른 원칙은 미국의 먼로주의입니다.

 

*시몬 볼리바르(1783~1830): 중남미 자주독립, 해방, 통합의 상징. 1783년 7월 24일 당시 스페인이 식민 지배하던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태어났다. 원주민과 스페인계 백인의 혼혈로 귀족 가문 출신이었으나, 스페인 제국주의 기득권세력에 맞서 군대를 일으켰다. 19세기 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파나마, 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지역을 해방시킨 뒤 ‘그란 콜롬비아(대콜롬비아 공화국)’를 건국했다. 볼리바르 사후 대콜롬비아 공화국은 베네수엘라 등 6개국으로 분리됐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볼리바르의 사상을 계승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먼로주의: 제임스 먼로 미국 대통령(1758~1831)이 1823년에 선언한 미국의 대외 정책. 이는 당시 국력이 높아지던 미국이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막고, 중남미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삼겠다는 선언이었다. 현 트럼프 정부의 중남미 정책은 먼로주의에 가깝다.

 

마차도에 대한 미국과 서방진영의 평가는 진실되지 않으며 긍정적이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마차도는 단순히 서방진영이 현재 시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일 뿐입니다. 

 

게다가 레오폴도 로페스나 후안 과이도와 같은 인물들은 자국인 베네수엘라의 법적 심판에 응하지 않고 망명했습니다. 그 후 마차도가 베네수엘라 내에서 미국과 서방진영에 남은 마지막 ‘조커’가 되었습니다. 

 

*레오폴드 로페스: 베네수엘라의 친미 성향 정당인 인민의지당(Volundad Popular·VP)의 창립자. 베네수엘라 야권 내에서 가장 강경한 반마두로 인사로 꼽힌다. 지금은 스페인으로 망명해 반마두로 활동을 하고 있다.

 

*후안 과이도: VP 소속으로 베네수엘라의 전 국회의장(2019년 1월 5일~2023년 1월 5일)이다. 미국과 서방진영은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공인하며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과이도는 2023년 초 국회의장직에서 해임된 뒤 미국 등 해외에서 반마두로 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직면하고 있습니다. 

 

외세는 베네수엘라의 야권을 양쪽에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쪽으로는 베네수엘라 정치권력에 접근하기 위해, 다른 한쪽으로는 천연자원 개발 사업에 무제한으로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부당하게 상을 받은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미국과 서방진영에 경제 제재와 군사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또한 자신이 지원을 받는 대가로 베네수엘라의 신성한 영토 통합과 관련한 에세키보주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세키보: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사이 에세키보강 서쪽에 있는 지역. 현재 가이아나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 국경을 근거로 에세키보강까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반면 가이아나는 이후 영국 식민 통치 기간에 정해진 국경선을 바탕으로 에세키보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에세키보에는 대규모 해상 유전 등 막대한 자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차도는 심지어 미국에서 학대받는 이주 동포들, 헤어진 가족들, 납치되어 보호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 엘살바도르의 수용소로 이송된 무고한 젊은이들도 외면했습니다.

 

이러한 마차도가 한국 현행 법규상 정치 참여의 틀에서 용인될 수 있을지 그리고 마차도의 수상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비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마차도가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 한국 사회가 성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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