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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코레아뉴스 | [기획①] 한국에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유엔 소속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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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9-16 09:3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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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정전협정문 서명 당사자 명단. 한쪽 당사자는 조선인민군과 중국 인민지원군이고 다른 한쪽 당사자는 미국이나 미군이 아니라 국제연합군임을 알 수 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문 서명 당사자 명단. 한쪽 당사자는 조선인민군과 중국 인민지원군이고 다른 한쪽 당사자는 미국이나 미군이 아니라 국제연합군임을 알 수 있다.ⓒ자료 사진

편집자 주 - 유엔군사령부가 아직 우리나라에 남아있다는, 심지어 DMZ 관리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을 정작 우리 국민들은 잘 모른다. 이승만이 넘겨준 작전지휘권을 한국군이 환수할 예정이지만, 유엔군사령부의 위상과 권한을 두고 새로운 갈등이 일어날 조짐도 보인다. 유엔군사령부의 출발부터 현재의 역할과 향후 전망까지 몇 차례 기획으로 다룬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다” 이 말은 1953년 7월에 체결된 정전협정문에 실제로 한쪽 당사자였던 대한민국이 서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로 우리나라의 군사주권과 관련된 논쟁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한국전쟁에는 많은 미군도 참가했다. 미군 참전으로 공산주의를 물리치고 자유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미군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역사적인 평가는 뒤로하더라도 한국전쟁은 북한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미군은 당시는 물론 분단구조가 이어지는 현재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한국전쟁 정전협정문에는 당시 전쟁의 한쪽 당사자였던 한국은 물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미군이나 미국도 서명 당사자가 아니었다. 

누가 정전협정문 서명의 당사자였을까? 해당 문서 첫 문장인 ‘서언(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서명자들은...)’에 그 정답이 있다. 

한국전쟁의 한쪽 당사자인 조선인민군은 물론 이를 지원한 중국 인민지원군은 분명히 당사자로 나와 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대한민국’은 물론 ‘미합중국’이나 ‘미군’은 없다. 그 대신 바로 ‘국제연합군’이라는 조직이 등장한다. 

왜? ‘대한민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합중국’이나 ‘미군’도 빠져버린 것일까? 또 ‘국제연합군’이라고 명기된 이 조직은 대체 무엇일까? 우선 미리 말하자면 현재 ‘유엔군사령부(UNC)’로 불리는 조직이다.  

결국 한국전쟁도 끝나지 않았고 ‘국제연합군’도 그대로 살아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국제연합군’ 즉 지금의 ‘유엔군사령부’라는 조직은 ‘유엔(United Nation)’이 창설했고, 지금도 유엔의 지휘를 받는 그야말로 ‘유엔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이다. 만약 그렇다면, 현재 북한을 비롯해 193개국이 가입한 유엔이 또 그 산하의 ‘유엔군’이 정전협정의 한쪽 당사자이고 그것을 관할하고 있는데, 그 반대쪽인 중국이나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엔도 ‘유엔군사령부’가 산하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부트로스 갈리 전 사무총장은 1994년 6월, “주한유엔군사령부는 유엔안보리의 산하기관이 아니며, 어떠한 유엔기구도 해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지난 2003년에는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도 같은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즉 한국전쟁 당시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미국 주도의 ‘통합군 사령부’ 설립을 ‘권고’했을 뿐, 지금은 관할하지도 않고 미국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기이한 사태는 이 조직의 출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주로 미국이나 서방국가는 현 유엔사령부의 존재 근거에 관해 과거 1950년 7월 7일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84호 3항을 거론한다.  

해당 내용은 “(한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회원국들은 이러한 군대와 그 밖의 원조를 미국의 통합사령부 아래 통솔되도록 허용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다. 그 어디에도 ‘유엔군사령부’라는 언급도 없고 ‘미국통합(군)사령부’일 뿐이다. 

미군 주도의 ‘통합군’ 사령부라는 말이 애초 창설 의도라면 의도이다. 그것도 ‘권고’이고 구소련은 이 결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즉 유엔 산하 군사조직이 아니라 한국전쟁을 지원하는 서방국가들을 미군이 통제하는 ‘통합군’이라는 의미다. 

‘유엔군’이 아니라 ‘미군주도 통합군’에 군사주권 완전히 넘긴 이승만

이러한 기형의 ‘통합군’이 혹은 백번을 양보해 ‘유엔군사령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조직이 주권이 있는 우리나라의 군사작전권을 가질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러한 ‘미국통합군’에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을 이양했다. 

1950년 7월 14일, 이승만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에게 공문을 보내 “현 적대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 육·해·공군에 대한 일체의 지휘권을 이양한다”고 밝혔다. 한국전쟁을 명분으로 우리나라의 군사주권이 사라진 날이다. 

맥아더는 7월 16일, 이승만에게 회신을 통해 “현 적대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한국의 육‧해‧공군의 작전지휘권을 위임한 귀하의 서신과 관련... 한국군을 지휘하에 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 행사를 시작했다. 

국제통합군사령부는 종전된 이후에도 1954년 11월 17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합의의사록(국제연합사령부가 한국의 방위를 위한 책임을 부담하는 동안, 한국군을 국제연합사령부의 작전통제 하에 둔다)’에 따라 작전권을 행사해 왔다. 

이후 미국은 1978년 7월 ‘한미연합사’를 창설해 ‘관련약정(TOR) 및 전략지시 1호’에 의해 작전통제권을 연합사로 이양했다. 모양새는 한미 공동지휘체제였지만 주한 미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 그리고 유엔군사령관을 다 겸직했다. 

로버트 B.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부 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66주년 정전협정 조인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7.27
로버트 B.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부 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66주년 정전협정 조인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7.27ⓒ뉴스1

1994년 12월 1일, 미국은 ‘관련약정 및 전략지시 2호’에 의거해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회수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도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 즉, 유엔군사령관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그대로 가지고 있다. 

한 나라의 군사주권이 유엔 산하 기구도 아니면서 유엔군사령관이라는 허울에 한미연합사령관이라는 화장을 한 주한미군사령관이 현재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전시가 아니라 정전 중이라서 이 말의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장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현재 유엔군사령관 즉, 주한미군사령관의 허가 없이는 비무장지대(DMZ)를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이미 25년 전에 이른바 ‘평시군사작전권’을 회수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른바 ‘전시군사작전권’을 회수하면 이 모든 문제가 풀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군사주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정말 그때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주한미군사령관의 허락 없이도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수 있을까?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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