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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9-24 19:1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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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45]
  세계의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다④


대격변의 배경-미국을 중심으로

문경환 : ⓒ 자주시보

2010년대도 벌써 저물어가고 있지만 세계에는 크고 작은 대립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대립 양상은 과거와는 다른 어떤 경향과 특징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세계에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이에 세계의 대격변을 주제로 다섯 번에 걸쳐 자세히 분석해보고자 한다. 

 

1. 대격변의 주요 현상

2. 여러 현상들의 특징

3. 대격변의 배경-반미자주국가를 중심으로

4. 대격변의 배경-미국을 중심으로

5. 대격변의 미래

 


 

4. 대격변의 배경-미국을 중심으로

 

1990년대 소련 해체와 동구권 붕괴 이후 미국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으며 세계를 좌지우지하였다. 그러나 2010년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미국의 패권은 급격히 약해지고 있으며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는 대격변을 맞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을 견제하는 반미자주국가의 상승과 함께 미국의 쇠퇴 몰락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국력은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 쇠퇴하고 있으며, 미국이 반미국가를 대하는 전략도 갈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미국의 몰락은 이미 많은 이들이 예언해왔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는 “(20년 후에는) 미국이라는 제국도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2014년 4월 12일 위클리비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기고글 「미 제국의 몰락」에서 로마시대 이래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제국’이었던 미국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2018년 6월 18일 뉴욕타임스). 

 

소련 해체를 예언해 유명한 요한 갈퉁 교수는 “트럼프의 대통령 선출이 미국의 쇠퇴를 가속할 것”이라면서 특히 “주변국 엘리트들이 중심국가인 미국을 위한 전쟁에 나서지 않으려고 할 때 미국의 붕괴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이란 침공 구상인 호르무즈 호위연합을 동맹국들이 외면하는 현실과 일치한다(2016년 12월 8일 마더보드 인터뷰). 그는 2009년 발간한 저서 『미국 제국의 몰락과 그 후?』에서 이미 미국 붕괴 시점을 2020년 이내라고 예측한 바 있다. 

 

(1) 미국 정치의 몰락

 

한 나라가 몰락하는 과정과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정치 혼란과 내분이다. 경제가 어렵다거나 침략을 받는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튼튼하면 쉽게 몰락하지 않는다. 반면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무리 튼튼해도 정치 혼란과 내분에 휩싸여있으면 그 나라는 모래성처럼 사라지고 만다. 강력했던 고구려가 해체된 것도 나당 연합군의 침공보다는 연개소문 이후 권력층의 내분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치는 흔히 양당 체제라 이야기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군소정당이 발붙이기 어려운 정치 환경이다. 워낙 오랜 기간 양당 체제가 유지되다보니 국민 여론도 부동층이 적고 두 당 중 한 당에 확실한 지지를 보낸다. 충성도가 높은 셈이다. 이런 강고한 양당 체제로 인해 미국 정치는 큰 격변이나 혼란 없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다. 

 

그러나 2016년 말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며 미국 정치의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트럼프는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 무소속을 오가던 전형적인 철새 정치인이며 막말과 망나니 같은 행동으로 악명 높은 자본가였다. 아무도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지 않았고 심지어 공화당 내에서조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놀랍게도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정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트럼프 정부의 지난 3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여야를 불문하고 트럼프를 공격하고, 대다수 언론도 성향에 관계없이 트럼프를 공격한다. 지지율도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범과 동시에 탄핵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과거 정부와 달리 핵심 참모와 장관도 수시로 바뀐다. 

 

미국 정치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보여주는 최근 사례 몇 가지만 살펴보자. 

 

2018년 12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매티스 국방장관이 사임을 했다. 사임 서한에는 “대통령께서는 견해가 더 잘 맞는 국방부 장관을 둘 권리가 있습니다. 제가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됩니다”라고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수 결정에 반발해 사임한 것이다. 이틀 후에는 브렛 맥거크 미 IS 격퇴전 특사가 시리아 철군을 반대하며 사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 철수 계획을 철회하고 200여 명의 병력을 남기기로 하였다.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셈이다. 

 

2018년 12월 22일 미 연방정부가 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는 셧다운 사태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놓고 대립해 극단적 상황까지 간 것이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 공무원들은 월급도 못 받고 연말을 보냈으며 안보 관련 기관을 제외한 모든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 카드까지 꺼내며 의회를 압박했고 민주당은 장벽예산 제로 법안 처리로 맞불을 놨다. 치열한 대치는 결국 대선 시기 트럼프 후보의 비선 참모였던 로저 스톤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에 체포되고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트럼프가 셧다운을 풀면서 일단락되었다. 이번 셧다운은 2019년 1월 25일까지 장장 35일간 지속돼 역대 최장 셧다운 사태로 기록되었다. 

 

▲ 2019년 1월 10일 연방정부에 고용된 공무원들이 셧다운을 반대하며 워싱턴 D.C.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AFGE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한창일 때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 ‘범죄자’라고 비난하며 각종 폭로를 이어가고 있었다. 증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도 있는 민감한 내용들이었다. 청문회가 북미정상회담을 방해하기 위해 열린 것인지, 아니면 세계 앞에 대통령을 망신주려고 일정을 맞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바마 정권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의 말처럼 “미국 대통령을 세계 면전에서 우습고 위태롭게 만드는” 바람에 “해외에서 미국의 지위에 대한 점진적 약화”의 효과가 났다. 누가 봐도 정쟁 때문에 국가 위신을 떨어뜨린 사건이다. 

 

2019년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재무부가 오늘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나는 이 추가 제재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무부는 그날이 아닌 전날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한 것밖에 없었다. 재무부는 어떤 제재가 취소되었는지 몰라 허둥댔고 백악관조차 영문을 몰라 횡설수설했으며 언론은 온갖 추측을 내놓았다. 대통령, 백악관, 행정부가 따로 노는 황당한 모습이다. 

 

위의 사례들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고립과 공격을 당하는 양상이다. 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고립되고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극우보수정책이 미국 주류 세력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주류 사회에 반기를 든 ‘투사’냐면 그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주류 대자본가 출신이며 지금도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주류 사회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주류 사회의 혼란이다. 몰락해가는 미국을 되살릴 길을 찾지 못한 미국의 주류 사회가 혼란에 빠져있으니 트럼프가 아닌 그 누가 대통령을 해도 비슷한 혼란이 나타났을 것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17년 11월 20일에 펴낸 보고서 「세계적 추세: 발전의 역설(Global Trends: Paradox of Progress)」에서 “(미국이 5년 안에) 지도층과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떨어지고, 정치가 양극화되는 등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역할에 대해 세계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정치 혼란은 경제, 군사 혼란으로 이어짐은 물론 대외 영향력도 축소시키고 있다. 

 

(2) 미국 경제의 위기

 

미국 경제 위기는 미국 국력 쇠퇴의 주요 요인이다. 

 

일부에서는 2008년 미국의 금융 공황(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10년이 넘은 지금 미국 경제가 상당부분 회복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러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통계자료들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실업률 통계를 두고 “현대 정치의 최대 사기 중 하나”라고 지적한 것처럼 허수로 가득 차있다. 

 

위에서 언급한 실업률 통계를 보자. 오바마 정부는 2016년 8월 실업률이 금융 공황 이후 최저 수준인 4.9%라고 발표했다. 실업률이 줄었으니 취업을 많이 한 것이고, 따라서 경기가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레오 힌더리 민주당 경제고문은 실질 실업률은 12.1%라고 주장했다. 이런 차이는 오랜 구직활동에 지쳐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나 파트타임 근로자,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 등을 통계에 포함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다. 힌더리는 미국 정부와 양대 정당이 심각한 경제 현실을 숨기기 위해 결탁한 결과 지금껏 엉터리 실업률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미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은, 아니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의 위기 해법은 양적완화였다.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하면 자본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제가 선순환한다는 것이다. 유럽과 일본도 미국 경제를 살리는 데 동원되었다. 하지만 양적완화는 투기자본의 도덕성 해이를 부추겼으며 양극화만 확대시켰다. 세계는 슈퍼부자 8명이 세계 인구 절반의 부를 소유하는 극단적 불평등 세계가 됐다. 

 

또한 도박꾼이 끝내 도박을 못 끊듯 투기자본은 실물경제에 투자하는 대신 금융거품을 키우는 선택을 했다. 그 결과 세계 GDP 총액(77조 달러)보다 파생상품 총액(550조 달러)이 7배나 더 많은 상황이 되었다(2018년 10월 24일 민플러스). 거칠게 비유하자면 1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7억 원의 빚을 진 꼴이다. 그리고 집주인은 이렇게 빌린 돈으로 도박을 하고 있다.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게 지금의 세계 자본주의 경제며 그 정점에 미국이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중국을 희생양으로 미국 경제를 살리겠다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 전면전을 선포하였다. 원래 세계 역사를 보면 후발국가가 성장하면서 선두국가를 따라잡을 때 후발국가가 선두국가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대결을 펼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두국가였던 미국이 자기를 따라잡으려는 후발국가인 중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만큼 미국이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던 것이다. 

 

미국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한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세계적인 관광동시며 트위터, 우버 같은 유명 기업들이 모여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시민들의 소득이 미국 평균의 2배가 넘어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는 ‘똥지도(Poop Map)’라는 게 있다. 수 천 명의 노숙자가 길거리에 똥을 싸는 바람에 거리가 온통 똥투성이가 됐고 보다 못한 시민들이 똥이 발견된 위치를 수집해 똥지도를 만든 것이다. 노숙자 똥 문제는 시장 선거에서도 단골 이슈다. 2018년 6월 시장에 당선된 런던 브리드(London Breed)는 노숙자 똥을 전문으로 청소하는 ‘똥 순찰관(Poop Patrol)’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약 2억 원 상당의 연봉을 받고 일을 한다. 

 

▲ 샌프란시스코 똥지도. 출처: 인터넷


그런데 노숙자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에만 있는 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있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숙자들을 모아서 다른 주로 가는 편도 비행기에 태워 ‘추방’해버린다. 이런 식으로 노숙자들이 미국 전역을 난민처럼 떠돌아다니게 된다. 미국의 경제 위기와 양극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2018년 초 하버드대 강연에서 “현재 미국 경제는 거품 직전에 있으며 머지않아 거품이 생성되고 곧 터지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면서 “2020년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70% 정도”라고 예측했다. 달리오는 2008년 금융 공황과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를 예측한 인물이기에 더욱 충격을 주었다. 

 

2008년 금융 공황을 예측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2020년에 미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2018년 9월 18일 블룸버그). 세계적 투자기관인 JP모건도 미국의 다음 금융 위기 시점은 2020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2018년 9월 21일 KBS 뉴스). 

 

미국의 경제 위기는 미국의 세계적 지위를 지탱하던 달러 기축통화를 위협한다. 지금까지 모든 나라들은 달러로 무역 거래를 해야 했기에 미국은 달러만 찍어내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세계를 약탈(양적완화 정책의 본질이 바로 이것이다)하는 모습을 본 세계는 점차 달러 체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기에 빠진 경제, 파국을 향해 질주하는 경제가 바로 미국 경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아무런 해법도 찾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다. 

 

(3) 미국 군사력의 한계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국의 군사력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미국이 제국주의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에는 막강한 군사력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며 첨단 무기들을 개발하고 막대한 군대를 유지했다. 지금도 미국의 국방비는 다른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리고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각종 전략핵무기들과 수많은 항공모함, 전투기, 탱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군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개입한 전쟁에서 미군은 압도적 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를 명분으로 일으킨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8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미국이 패배했다고 간주되는 전쟁이다. 2003년 개시한 이라크전 역시 표면상의 ‘승리’와 달리 얻은 것 없이 철군하여 실패한 전쟁으로 꼽힌다. 2014년 공습을 시작으로 참전한 시리아 내전에서도 미군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듬해 참전한 러시아가 압도적 화력으로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과 다에시(Daesh; IS)를 섬멸한 것과 비교된다. 

 

왜 미국은 막대한 군사비를 투입하면서도 약소국조차 확실하게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일단 물질 중심 전쟁관의 한계가 있다. 미국은 돈과 첨단 무기가 있으면 전쟁에서 이긴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물론 돈이 많고 무기도 좋으면 유리하다. 그러나 돈도 무기도 결국 사람이 사용한다. 군인의 상태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최근 미국이 수행한 전쟁은 대부분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었다. 미군 병사들의 사기가 좋을 수가 없다. 참전 병사의 정신과 치료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반면 침략을 당한 나라의 국민은 자주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에 정신력이 강하고 사기도 높다. 

 

미군의 무기가 비효율적인 면도 있다. 미군 무기는 미 국방부가 군수업체에게 사들여 장만한다. 미국의 주요 군수업체들은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방부, 의회와 결탁해 이른바 군산복합체를 형성하고 있다. 국방부는 막대한 로비자금을 받고 무기를 비싸게 사들인다. 미군 무기가 성능에 비해 비싼 이유다. 

 

반면 상대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을 괴롭힐 수 있는 무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을 공격한 자폭용 드론은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유사한 성능을 보여주어 충격을 주었다. 미국 무기 수입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는 드론 공격을 막지 못한 미국 방어무기체계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첨단 무기를 개발해야 할 과학기술자 문제도 나선다. 미국에서 뛰어난 인재들은 모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월가로 간다. 그 빈자리를 중국, 인도, 아랍국가 과학기술자들이 채운다. 이들이 자기 모국을 공격할지도 모를 미군 무기 개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리가 없다. 미국이 신무기 경쟁에서 반미국가들에 밀리는 이유다. 

 

이처럼 미국의 패권을 지켜주던 군사력도 이제 여실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4) 구태의연한 대외 전략

 

국력이 추락하면 대외 전략이라도 발전해야 하겠지만 미국이 반미국가를 대하는 전략도 구태의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구태의연한 전략이 먹히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반미국가를 대하는 전략이란 별 것 없다. 일단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고립을 병행해 반미국가를 굴복시킨다. 여기에 더해 정보기관을 동원해 반미국가 내에 사회혼란과 분열, 쿠데타를 일으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다. 또 조작사건을 일으켜 전쟁의 빌미를 만들어 침략한다. 필요에 따라 경제지원이라는 미끼를 던져 무장해제를 시킨 뒤 쳐들어가기도 한다. 미국의 전략이 대체로 이런 식이다. 한 마디로 공갈협박, 사기협잡, 폭행갈취라고 하겠다. 

 

그런데 미국의 전략이 통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빌미가 필요한 시점에 갑자기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들이 피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곧바로 이란의 소행이라고 규정하고 동맹국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란은 자신의 소행이 아님을 입증하는 자료를 공개했고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에게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라며 거리를 두었다. 제2의 통킹만 사건이 될 뻔했던 호르무즈 사건은 미국에게 별다른 소득을 안겨주지 못했다. 

 

남미의 베네수엘라에 쿠데타를 일으키려던 시도 역시 실패했다. 군대를 투입해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위협하기도 했지만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민은 동요하지 않았다. 칠레에서 쿠데타로 친미 정권을 세웠던 경험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리비아에서 재미를 봤던 경제지원 유인책은 북한에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리비아식 해법’을 주장한 볼턴 보좌관을 해임해야만 하는 굴욕을 맛봤다. 사실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장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좌불안석일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019년 8월 23일 발표한 담화에서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고 역시 폼페이오는 갈 데 올 데 없는 미국외교의 독초”라고 꼬집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대북정책에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또 “세계도처에서 미 중앙정보국의 가장 사악한 수법들을 외교수단으로 써먹고 있는 것으로 하여 많은 나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폼페이오”라고 표현하여 정보기관을 통해 내부 와해를 추구하는 미국의 대외 전략을 잘 알고 있음을 암시했다. 

 

담화에서 특이한 부분은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이것을 보면 그가 미국의 현 대외정책보다 앞으로의 보다 큰 ‘정치적 포부’를 실현하는데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한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정치적 포부’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권에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일부러 언급해 폼페이오 장관이 앞으로의 대북정책을 주의하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국의 대권 후보라면 북한에 잘 보이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북한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꿰뚫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내 정치세력 사이의 관계까지 들여다보며 외교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의 대외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게 당연해 보인다. 

 

미국의 이런 취약한 모습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작동해온 국제질서가 대격변을 맞을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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