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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코레아뉴스 | [아침햇살113]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분석(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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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2-05 14:2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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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13]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분석(3)

이 형 구 연구원 : 주권연구소

 

*앞의 글에 이어

 

3. 주목되는 내용

 

다음으로 8차 당대회의 내용을 살펴보자. 8차 당대회는 북한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아주 자세한 내용을 다뤘다. 여기서는 주목할 만한 내용을 추려 중점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1) 기본 내용

 

가. 알맹이

 

북한은 8차 당대회를 북한의 결함을 분석하고 극복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는 ‘일하는 행사’로 만들고자 했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내린 결론의 알맹이는 바로 자기 힘을 강화해 도약하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제재를 하더라도 자기의 경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다해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기 힘을 강화하자는 ‘자력 강화’가 8차 당대회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다. 

 

자력 강화는 북한의 주체사상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주체사상은 ‘주체’, 곧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상이다. 환경이 어려워도 주체가 강하면 이겨낼 수 있고 반대로 환경이 좋아도 주체가 약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북한의 기본 관점이다. 

 

과거 북한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고난의 행군을 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한 상황에서 자연재해를 겪었다. 미국은 어려움에 빠진 북한을 제재하며 고립압살하려 했다. 북한은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당시보다 더욱 강력한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 때보다도 더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북한은 아예 국경을 폐쇄해버리기도 했다. 수해도 닥쳤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은 경제를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경제 위기에 빠진 것도 아니다. 고난의 행군과 비견할 만한 상황이지만 북한의 국력이 고난의 행군 당시보다 커졌기 때문에 그때만큼의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오늘날 제재와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핵심 전략이 자력 강화에 있다고 보고 자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혁신’에서 찾는 듯하다. 문제점을 정확히 찾아내고 개선해 자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혁신은 전 세계적 화두다. 최근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혁신’으로 이를 극복하자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20년 12월 21일 4차 산업혁명, 저출산 고령화 및 코로나19 등 환경변화에 대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터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가 상담 및 자문을 제공해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일터 혁신을 지원해 급속한 환경변화에서도 기업들이 생존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제 회복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소수 대기업이 독점하는 데이터를 모두에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하겠다며 ‘2 for 1 원칙’이라는 혁신안을 내밀고 있다. ‘2 for 1’ 원칙이란 새로운 규제를 하나 만들면 기존 규제를 2개 폐지한다는 발상이다. 규제를 없앤다는 걸 정해놓고 무슨 규제를 없앨지 찾아야 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인 것 같지만, 하여튼 미국은 규제를 빠르게 없애겠다는 나름의 혁신 정책을 내놓았다.

 

이런 나라들의 혁신정책은 대체로 위기를 맞닥뜨려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처럼 보인다. 아니면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져서 이에 적응하기 위한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을 해야 한다거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혁신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혁신은 한때의 유행처럼 분위기를 타다가 사그라지기도 하고, ‘혁신적인 핸드폰’이란 표현처럼 어떤 제품이나 어떤 분야에 한정되기도 한다. 혁신은 거의 ‘기술혁신’의 의미로 쓰인다. 

 

한편, 북한은 혁신을 나라가 발전하기 위한 근본방도로 보고 언제나 모든 사회에 걸쳐서 추진하는 것으로 대하는 듯하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따라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체’가 발전해야 하는데, 주체의 변화발전은 바로 혁신에서 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은 나라를 발전시키는 근본방도이자 때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어느 분야에서나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도 혁신을 통한 자력 강화를 강조하게 된 것이다.

 

자력 강화는 총비서가 2019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정면돌파’ 사상이 이어져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총비서는 미국은 핵문제가 아니어도 다른 핑계를 대고 제재를 할 것이라며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오늘날 북미대결을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규정하면서 이를 자력으로 이겨내는 ‘정면돌파전’을 선포했다. 

 

정면돌파는 미국이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경제발전 계획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 제재가 해제되길 기다리고 있으면, 결국 북한은 적대세력과 타협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 정면돌파전은 타협으로 출로를 모색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정면돌파 정신은 사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발상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 발전을 하려고 해도 외자유치에 먼저 뛰어들고, 기술발전을 하려 해도 외국 기업과 합작부터 하려고 한다. 

 

정치인들도 모든 것을 미국과 조율하려 한다. 개성공단 재개도, 금강산관광도 미국과 조율을 거쳐야 추진할 수 있는 일로 여긴다. 우리나라가 자체 대북제재인 5.24조치를 해제하려고 했을 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를 넘는 내정간섭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찍소리 내지 못하고 5.24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말을 다시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도 아닌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가 대통령을 향해 ‘종북좌파’라는 색깔론까지 폈지만, 우리는 미국 대사를 추방하지도 못했다. 이처럼 우리에겐 미국의 눈치를 보고 의존하는 것이 일상으로 돼 있다. 국민 속에도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게 숙명론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선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제재를 하면 자력으로 돌파하겠다고 선언한다. 

 

북한이 대외활동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총비서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북중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에는 베트남과의 정상회담도 진행해 친선관계를 도모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외활동을 보조적인 것으로 본다. 북한의 사상은 자력으로 발전하는 정면돌파 사상이다. 그리고 이 자력 강화, 정면돌파 사상은 8차 당대회의 알맹이로 볼 수 있다.

 

 


나.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총비서는 8차 당대회의 구호로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제시했다. 이민위천은 국민을 하늘 같이 여긴다는 사상이고 일심단결은 지도자와 국민이 굳게 단결한다는 정치 영역의 과제이며 자력갱생은 사회주의 건설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은 북한이 8차 당대회 이전에도 계속 강조해왔던 이념이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은 북한이 주장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식화된 북한 사회에 널리 퍼진 기본 구호다.

 

이민위천은 북한 사회를 관통하는 근본사상이다. 이민위천은 김일성 주석의 좌우명이었으며 북한 헌법 서문에도 들어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신의 한 생을 쥐어짜면 인민이라는 두 글자가 남는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민위천을 강조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인민을) 수령님들을 모시듯이 받들어나가는 것이 우리 당의 인민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정성을 다하여 매우 높게 받든다. 총비서는 수령을 대하듯 국민을 대해야 한다고 하였다. 국민을 하늘처럼 대해야 한다는 걸 그만큼 강조한 것이다.

 

총비서는 2013년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이며 인민을 하늘처럼 숭배하고 인민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사람이 바로 참다운 김일성-김정일주의자”라며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기도 했다. 북한은 이민위천 사상이 배어 있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이라고 당규약 서문에 올렸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때부터 김정은 총비서 시대까지 꾸준히 이민위천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민위천이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체사상은 세계는 사람에 의해 지배되고 개조된다며, 국민을 혁명의 주체라고 강조한다. 북한은 주체사상을 내세우며 국민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하늘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이민위천을 국민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총비서는 2020년 열병식에서 북한 국민에게 “언제나 현명한 스승이 되어 지혜와 슬기를 주었고 무한한 힘과 용기를 안겨주었으며 결사적으로 옹위하고 성심으로 받들어주며 당의 구상과 노선을 빛나는 현실로 만들어준 역사의 전능한 창조자인 위대한 우리 인민을 떠나서 어찌 우리 당의 영광 넘친 75년사에 대하여 한순간인들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북한 국민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에서도 “위대한 우리 인민을 내 운명의 하늘로 여기고 참된 인민의 충복답게 위민헌신의 길에 결사분투할 것임을 엄숙히 선서”했다. 국민이 나서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국민을 하늘처럼 대하면 국민이 나라를 위해 나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는 대목이다.

 

두 번째 구호인 일심단결은 정치영역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정부나 정당은 국민대통합을 이루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대통합이 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계급계층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기득권 세력은 민중을 통제하기 위해 지역갈등, 세대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통합의 중심이 될 만큼 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정치인도 없다. 

 

북한도 일심단결을 매우 강조한다. 총비서는 “일심단결은 주체혁명의 천하지대본이며 필승의 무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북한은 단 한 명의 코로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건 단결의 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북한 국민이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년 수해 복구도 단결의 힘으로 극복했다고 말한다. 평양에 사는 조선노동당원들이 수해복구에 자원한 일을 염두에 둔 듯하다. 

 

총비서는 작년 9월 평양 당원에게 수해복구에 나서달라고 호소할 때도 ‘단결’을 강조했다. “수도당원들이 현지에 도착하기만 해도 그곳 당원들과 인민들에게 커다란 고무가 될 것이며 시련과 난관을 함께 이겨내고 타개해나가는 속에서 전당의 단결이 뜻과 정으로 더욱 반석같이 다져지게 될 것입니다”라며, 수해 복구 지원이 북한 사회의 단결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총비서는 아예 2020년을 “재해와 재난의 해가 아니라 … 더욱 굳은 단합을 이룩하는 투쟁의 해, 전진의 해, 단결의 해”로 만들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총비서의 편지를 받고 수십만 명이나 되는 평양 당원들이 수해 복구에 지원했다고 한다. 결과로 보면, 단결의 힘이 수해복구에 큰 도움이 된 듯하다.

 

북한은 8차 당대회 결정사항을 관철할 힘도 일심단결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총비서는 8차 당대회 결론에서 “당의 구상과 결심을 철저한 행동실천으로 받드는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 인민군 장병들의 불타는 충성심과 일심단결의 불가항력적 힘이 있는 한 우리의 승리는 확정적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불가항력적인 힘이란 저항하거나 막을 수 없는 힘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 구호인 자력갱생은 앞서 설명한 자력 강화와 맥을 같이 한다. 자력갱생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빠르게 국경을 폐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았다. 국경폐쇄는 초강력 방역지침이다. 방역에는 분명히 효과가 크겠지만 경제 피해 때문에 아무 나라나 섣불리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국경폐쇄를 단행했다. 물론 경제 피해는 있겠지만, 북한은 국경을 폐쇄해도 국가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과제이자 원칙으로 내세운다. 자력갱생은 단지 경제뿐만 아니라 국방이나 사회문화 같은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북한은 주권을 지키며 자기 신념대로 나라를 운영하려면 자기 힘이 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힘이 약하면 외세에 휘둘리고 결국 남에게 예속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자력갱생을 ‘사회주의의 생명선이자 번영의 보검’이라고 일컫는다.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은 소련이 붕괴하자 자본주의로 돌아섰다. 당시 사회주의 나라들은 소련의 경제원조에 의존하거나 소련이 하라는 대로 경제정책을 폈다. 소련은 코메콘(COMECON:경제상호원조회의)이란 것을 만들어 사회주의 나라들 사이에서 분업 체제를 만들었다. 농사가 잘되는 나라는 농사만 짓고 공업이 발달한 나라는 공업만 발전시키는 것이다. 소련의 말을 듣고 코메콘에 가입했던 동유럽 나라들은 소련이 붕괴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자기 스스로 나라를 유지할 국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련과 함께 덩달아 사회주의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교훈에서 북한은 자력갱생을 생명선이자 번영의 보검이라고 하는 듯하다. 자력갱생해야 자기 힘을 키울 수 있으며 시련과 난관이 있어도 뚫고 끝없이 발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다. 북한의 눈높이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8차 당대회의 주요 내용은 바로 북한의 눈높이이다. 북한은 5개년 계획을 수행한 결과 목표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목표에 미달한 건 알겠지만, 북한은 지난 5개년 계획에서 어떤 목표를 세웠던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결함부터 꺼내놓고 진행한 8차 당대회에서는 어떤 새로운 경제 목표를 세웠을까?

 

우리로서는 북한이 앞으로 5년 동안 사회주의를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인지 잘 가늠할 수 없다. 8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수치나 객관적인 자료도 별로 없다. 평양에 살림집을 5만 세대 건설하고 광물 생산 기지인 검덕지구에 2만 5천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그래서 발표 내용만 가지고는 북한이 어떤 목표로 나아갈지 그려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한의 눈높이를 엿볼 수 있는 실마리는 있었다. 바로, 열병식과 축하공연이다. 두 행사는 북한이 그리는 눈높이와 준비 정도를 추측할 수 있는 창구이다. 북한도 두 행사에서 북한이 그리는 미래상을 보여주려 노력했을 것이다. 

 

두 가지 행사를 통해 가늠해보자면, 북한이 바라보는 눈높이는 세계를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세계를 압도하는 야심이 역력히 보이는 행사였다.

 

먼저, 열병식을 보자. 북한은 작년 10월 10일에 이어 3개월 만에 또다시 열병식을 진행했다. 이 두 번의 열병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솔직히 놀랐다”라고 열병식을 본 소감을 밝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환골탈태”라고도 표현했다. 

 

작년 10월 10일에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자 전문가들은 그 미사일을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위력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작년, 북한 북극성-4ㅅ을 공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북극성-5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무기들은 전 세계의 즉각적인 관심을 받았다. 북한의 전략무기는 미국이나 어느 나라가 손 쓸 새 없이 거침없이 비약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전략무기만큼 관심을 얻진 못했지만, 열병식에는 휴대용 스마트 유탄발사기나 복합형 소총 등의 무기도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이 무기들이 미국이나 한국에서 개발했다가 결국 실전배치 하는 데엔 실패한 무기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런 신형 무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데에 의구심을 갖고,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기가 모형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만큼 북한의 군사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걸 믿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군사력 발전 속도를 믿지 못하는 반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이 2012년 열병식에서 화성-13호를 공개했을 때도 일부 전문가들은 사진을 분석해 노즐의 위치라던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모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훗날 북한은 화성-15형으로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그래서 이제는 화성포가 모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어진 듯하다.

 

북한이 2015년 북극성-1형 발사장면을 공개했을 때도, 군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실제 작전에 사용하기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훗날 2016년 8월, 북한은 북극성-1형을 고각으로 발사해 500km를 비행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군은 북극성-1형을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전문가들이 북한의 신무기가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북한이 만든 초대형 방사포는 세계에 그 개념조차 없던 무기라고 한다. 이런 새로운 무기를 보면 전문가들도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년 열병식에서는 북한이 신형 지대지순항미사일을 공개했다. 그런데 당시 군사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하게 방사포라거나 대공미사일이라는 잘못된 분석을 내놨다. 

 

총비서가 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세계를 압도하는 신형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순항미싸일”이라면서 순항미사일의 존재를 발표했는데, 그제야 전문가들은 “중장거리 순항미사일의 존재는 지난 9일 북한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여전히 작년 열병식에서 순항미사일을 공개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군사력 발전이 자기의 상식을 뛰어넘자 전문가들은 눈으로 보고서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믿지 않고 부정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을 두고 북한이 “세계를 압도”한다고 자랑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8차 당대회 경축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도 높은 수준으로 진행됐다. 

 

경축공연은 5천 명이 참가해 2시간가량 진행한 대공연이었으며 평양체육관 전체를 무대로 사용할 만큼 무대도 컸다. 경축공연은 기술에서도 현대적이었다. 3D 무대 배경이 눈에 띄었는데, 무대 배경이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효과까지 연출해주어서 무대가 무척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공연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 북한은 이런 기념공연을 할 때 보통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한다. 연주며 편곡이 수준 높게 이뤄져 소리가 풍부하고 웅장하며 음악이 극적이고 세련되게 들리는 무대였다. 북한 특유의 공연인 대집단체조도 포함되어 있는데, 수천 명이 하나 같이 동작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 명 한 명의 동작을 뜯어보아도 매우 어려운 고난도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연도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그림자 무용 <황금나무 능금나무 산에 심었소>에서 공연자들은 그림자로 각종 나무나 새, 토끼 같은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트랙터나 물이 떨어지는 폭포까지도 표현해내 감탄을 자아냈다. 공연 중간엔 장구춤 등 민속적인 공연을 섞는가 하면 탭댄스를 선보이기도 하면서 무대를 다채롭게 구성했다. 탭댄스 공연은 공연자가 비보이나 아이돌을 연상시키는 야광 옷을 입고 춤을 추었는데, 불이 꺼지면 밝게 빛나 현대적인 느낌을 주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경축공연을 두고 “이번 공연은 ‘대공연’이라는 이름으로 관록 있는 중요예술단체는 물론 각 군대와 사회 예술단체, 체육인들과 청소년, 학생들까지 총출연했고, 7차 때와 달리 김 총비서가 참여해 8차 당대회의 위상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체육관에서 개최됐고, 음악뿐 아니라 무용과 집단체조, 타프춤(탭댄스) 등을 기획한 것으로 볼 때 김정은 시대에 개최된 실내공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공연”이라고 짚었다.

 

경축공연은 음악과 공연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진행됐고, 행사의 화려함이나 규모에서도 달리 견주어볼 만한 공연이 없어 보인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세계를 “압도”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첨단을 돌파하라’, ‘세계가 우러러보는 강대국을 만들겠다’, ‘자본주의와 차이를 하늘과 땅 차이로 벌리겠다’라고 말하곤 한다. 이걸 보면 북한의 목표는 적당히 자급자족하면서 어렵지만 자기들끼리 화목하게 사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세계를 압도하려는 야심으로 찬 듯하다.

 



▲ 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중

 

▲ 8차 당대회 경축 대공연 <당을 노래하노라>의 한 장면

  

 

(2) 사회주의 발전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발전방향을 밝혔다.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자력갱생의 힘으로 북한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경제 분야에서 자력갱생을 실현하기 위한 첫째 과제로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꼽았다. 

 

금속공업의 경우, 철이 있어야 기계도 만들고 건물도 지을 수 있다. 철은 일반적으로 코크스라는 수입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코크스를 마음껏 수입할 수 없는 북한은 코크스 없이 철을 만드는 ‘주체철’을 만들었다. 북한은 이 주체철 생산 체계를 더욱 확대해야 자력갱생을 더 잘해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화학공업은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서부터 각종 공업과 의약품 등에 필요한 화학약품을 만드는 공업이다. 나라를 운영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서 꼭 필요한 기간공업이라고 할 수 있다. 

 

화학공업은 아예 석유화학공업이라고 부를 만큼 석유라는 원자재에 의존하는 공업이다. 북한은 석유 수입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비날론공업이나 탄소하나공업 같은 석유를 쓰지 않는 새로운 화학공업체계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자력갱생하기 위해선 석유화학공업이 아닌 북한식의 주체적인 화학공업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산업에서 자력갱생을 실현하기 위해선 금속공업과 화학공업 분야를 얼마나 국산화하느냐에 성패가 걸려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의 국산화를 하기 위한 해결책은 아무래도 과학기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금속공업, 화학공업을 비롯한 전반 산업이 발전하리란 것은 상식과 같다.

 

또한, 북한은 경제관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북한은 사회주의 나라다. 사회주의 나라는 계획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계획경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느냐가 경제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흔히 계획경제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많다. 북한에서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원을 분배하고 적절히 투자할지를 중요한 문제로 보고 앞으로 혁신을 하려는 듯하다.

 

(3) 대남정책

“북남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

 

“남조선에서는 의연히 조선반도 정세를 격화시키는 군사적 적대행위와 반공화국 모략소동이 계속되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북남관계 개선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 사업총화보고 3. 조국의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발전을 위하여 중에서 

 

사업총화보고에서 북한은 남북관계가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으로 되돌아간 거나 다름없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로는 한국 정부가 군사적 적대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가 남북합의를 이행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응할 것임을 밝혔다.

 

(4) 대미정책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미국의 실체는 변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아예 “대외 정치활동을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적대세력을 영토 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정세가 격화되면 안보 불안을 느끼는 건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5) 대책

 

한미 당국은 북한의 8차 당대회를 주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대응책도 세우고 있을 거라 여겨진다. 아마도 새로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상당히 골머리 썩을 듯하다. 군사력으로 북한을 제압할 순 없고, 경제제재를 해도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화하며 굴복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한미 당국에겐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2월, 3월에 진행하곤 하던 한미합동군사훈련 일정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북한은 “앞으로 조선반도의 정세 격화는 곧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대행동을 하면 그에 맞서 군사행동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총비서는 2019년 신년사에서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매우 완곡히 표현한 적이 있는데 이와는 상당히 태도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은 총비서가 ‘새로운 길’을 매우 완곡하게 표현했음에도 북한이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지 전전긍긍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모두 뒤집겠다고 이야기해왔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대응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 눈치를 보며 훈련을 중단하자니 바이든 대통령의 체면이 구겨지게 생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고민에 빠진 건 필연적이다. 외교는 힘 대 힘 대결에 기초한다. 북한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3년 동안 국력을 키워왔다. 열병식에서 봤듯 북한은 핵무력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20년 11월 1일 “최근 공개된 ICBM 등은 그들의 무기 국산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전됐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남세규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빨리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 기술 수준을 “외부세계에 최소 한도로만 알리고 있다”라고 짚었다. 공개된 것보다 훨씬 발전된 미사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북한은 하루가 다르게 국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북미 대화가 앞으로 재개되면 북한은 3년 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더 강한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3년 전보다 북한의 국력이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에서 ‘힘’이란 이런 의미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성장한 ‘힘’에 대항할 만큼 상응하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보다 힘이 더 커지기는커녕, 오히려 코로나19로 사회가 대혼란에 빠졌고 대통령 선거를 두고 내전 직전 상황까지 갈 정도로 내분이 극심하다. 세계적으로 미국 위신이 추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한마디로, 북미 대결에서 미국이 훨씬 불리해졌고 북한은 유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괌 포위사격을 당할 뻔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에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그동안 트럼프가 이상한 사람이라 북한에 굴복한 것처럼 몰아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모자란 사람이라 북한에 잘 보이려 노력한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전쟁이 나도 미국에서 나지 않고 한반도에서 나는 거라며 상당히 호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180도 바꿔 총비서를 격찬하고 잘 보이려 한 것은 북한과 싸웠다가는 미국이 몰락하게 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힘 대 힘으로 굴러가는 외교무대에서 트럼프의 행동은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질책하며 강경대응을 해야 한다고 기세등등하게 굴었던 탓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 지금은 매우 곤란해졌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강행할 수도 없다. 지금 미국이 둘 수 있는 수가 무엇일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수가 뚜렷이 보이지 않을 땐, 상대가 내민 패 중에서 그나마 자기에게 유리한 선택지를 고르는 게 상책이다. 상대가 보인 입장 중에서 자기가 그나마 치고 들어가기에 효율적인 것을 틀어잡는 게 가장 좋다는 것이다.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이 행성에 우리나라처럼 항시적인 전쟁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는 없으며 그만큼 평화에 대한 우리 인민의 갈망은 매우 강렬하다. 우리가 최강의 전쟁억제력을 비축하고 끊임없이 강화하고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이며 영원히 전쟁이 없는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열어놓기 위해서이다”라고 했다. 북한이 군사력을 키우는 명분은 미국의 전쟁위협이다.

 

미국은 북한이 전쟁위협을 하기 때문에 군사력을 키운다고 말하지 않는다. 설령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느낀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말했다간 세간의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여기에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있다.

 

북한은 전쟁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은 북한에 전쟁위협을 하고 있는 이 상황. 여기에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묘수가 있다. 그 묘수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위협을 중단해 북한의 명분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북한은 줄곧 미국의 전쟁위협 때문에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이 군사위협을 중단하면 북한은 군사력을 강화할 명분을 잃게 된다. 미국이 군사위협을 중단하고서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은 비핵화 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일단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당장이라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게 좋다. 그러면서 군사 위협을 없애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선제조치를 할 수도 있다. 선제조치 중엔 한국이 사들인 F-35 중 2대 정도를 군사 기능을 해체한 뒤 관광용으로 돌리는 걸 제안한다. 북한은 한반도 내에 첨단 무기를 반입하는 걸 반대해왔다. 이걸 이용하자는 것이다. 첨단무기의 경우 한국이 이미 구매했기 때문에 물리기 어렵다면 대신 이 무기를 이용해 ‘선의의 조치’, 상징적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는 군사무기를 관광산업에 이용하는 ‘군사관광’을 진행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파일럿이 운전하는 전투기에 탑승하는 관광상품이 판매된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사들인 항공모함 키예프호를 해상공원으로 관광자원화 했다. 

 

이런 조치를 하면서 북한에 비핵화 회담을 요청할 수 있다. 북한도 선제조치를 한 뒤 미국에 상응조치를 하라고 요구한 바 있으니,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북한을 회담장에 끌어들인 다음 핵군축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다. 1:1 비율로 서로의 핵무기를 없애자고 제안하면 북한이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국은 완전히 뒤집힌다. 한국과 미국이 상황을 완전히 주도하는 형국이 펼쳐질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제안을 거부하면, 북한이 자기가 했던 말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명분을 잃고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우방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등을 돌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미국과 한국이 그토록 추구했던 북한 고립과 정권 붕괴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열리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과 미국은 대책 없이 북한을 압박하기만 하는데, 이러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북한의 핵무력만 더 강화될 뿐이다. 북한이 핵무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한국과 미국이 이를 막을 방법도 사실상 없다. 그러니 앞서 제안한 것처럼 하는 게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싶다.

 

비핵군축을 추진하는 한편, 다른 한 축으로는 동북아 경제협력체를 추진하면 좋다. 미국이 북한에 먼저 제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시아는 한반도, 만주, 시베리아가 있어 향후 백 년 동안 발전을 해나갈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최상인 경제구역이다. 이 지역을 공존, 공리, 공영에 기초해 누구의 패권과 독점도 허용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발하자고 제안하는 게 어떤가. 북한엔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에도 제안하자. 대결 끝에 누군가 큰 피해를 보느니 서로 함께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게 이익이지 않을까. 이게 한미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이기적인 욕심과 독점에 눈이 멀어 현실을 보지 못하는 미국 독점자본가와 그들의 ‘승인’에 머리를 조아리는 자들 때문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게 빤히 보이는 이런 대책은 실현되진 않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해결책을 끝내 선택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한미의 비극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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