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레아뉴스 | 권오헌 선생 추도식 | 4/27(일) 오후 5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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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4-28 09:18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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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기자 |
영원한 양심수의 벗인 권오헌 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의 추도식이 27일 거행됐다.
이날 오후 5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추도식장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과 회원들, 권오헌 명예회장과 함께 남민전에서 활동한 동지들,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봤던 양심수 등 300여 명이 참여했다. 추도식장이 좁아 많은 사람이 밖에 있어야 했다.
김혜순 양심수후원회 회장은 추도사에서 “(선생님은) 몸져누워 사투를 벌인 몇 달간도 ‘함께 싸우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 말씀을 목메도록 하셨다”라며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하고자 윤석열 파면이 되고서야 삶을 내려놓았다. 선생님은 존재 그 자체로 우리와 함께 싸워오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을 만나 정치적 생명을 얻었고, 양심수후원회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들의 영원한 회장님, 권오헌 회장님. 삶과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선생님은 우리들의 영원한 명예회장! 선생님의 뜻을 잘 받들어 양심수후원회를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지킴이로, 양심수들의 든든한 벗으로 조국이 하나 되는 그날까지 잘 지켜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 ▲ 김혜순 회장. © 민주노총 |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추도사에 “권오헌 선생과 나이 차가 4살인데 스승처럼, 친구처럼 수십 년을 함께했다”라며 “권오헌 선생의 핵심은 반제국주의, 민족 주체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이다. 이 안에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다 들어있다”라고 강조했다.
권오헌 명예회장과 임헌영 소장은 남민전 활동을 함께했으며 수십 년 동안 동지이자, 벗이었다. 임헌영 소장은 권오헌 명예회장을 ‘한국의 호찌민’이라고 칭했다.
한총련 대의원으로 수배자 신분이었던 시기에 권오헌 명예회장을 만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추도사를 했다.
김재연 상임대표는 “(선생님은 한총련 수배자들에게) ‘이 정권, 이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든 너희들은 잘못이 없다’, ‘나는 언제나 애국 학생들의 편이다’ 이렇게 늘 말씀해 주셨다. 사실 부모들에게도 듣기 힘든 이 말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위로받고 힘내어 버텼었는지 모른다”라며 “선생님은 셀 수 없이 많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를 마치 자식처럼 품어주셨다”라고 권오헌 명예회장을 추억했다.
이어 “(선생님은) 수많은 양심수와 부모, 자식 같은 정과 의리를 나누셨던 큰 어른이었고 단정하고 조용한 성품에 꺼지지 않는 열정과 강한 신념을 품고 온몸을 던져 시대에 맞섰던 투사였다”라면서 “평생을 꿈꾸었던 국가보안법과 양심수 없는 세상, 분단 없는 통일 국가를 향해서 더욱 힘차게 걷겠다”라고 다짐을 밝혔다.
함세웅 신부는 추도사에서 “통일운동, 약자들을 위한 운동, 감옥에 있는 분을 도와주는 운동을 한 분 중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사랑과 존경을 받은 분은 권오헌 선생 한 분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선생께) 감히 ‘평화의 성자’라는 칭호를 드렸다”라고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거룩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우리 권오헌 평화의 사도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성령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이라는 기도로 추도사를 마쳤다.
![]() ▲ 왼쪽부터 임헌영 소장, 김재연 상임대표, 함세웅 신부. © 김영란 기자 |
아래는 황선 평화이음 이사가 추도식에서 낭송한 추모시 「양심」의 일부이다.
“이제 나의 깃발을
물려주고 나는 갑니다.
그 깃발은 자주
그 깃발은 민주.
양심이 도처에 흐르고 인권이 꽃 피는
아름다운 나라에서
행복에 겨운
숱한 권오헌,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남민전 동지회 박석삼 씨와 양심수후원회 전 이사장인 김호현 씨는 호상 인사를 통해 권오헌 명예회장의 투병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권오헌 명예회장의 양아들인 권혁랑 씨가 유족 인사를 했다.
권혁랑 씨는 “이제야 아버지의 삶을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정말 죄송스럽다. 아버지 덕분에 제 삶의 방향이 좀 바뀔 것 같다”라며 “아버지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오헌 명예회장을 알뜰하게 살펴 준 양심수후원회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 ▲ 헌화하는 유족들. © 김영란 기자 |
헌화로 추도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빈소로 자리를 옮겨 권오헌 명예회장의 삶과 추억에 관해 담소를 나눴다.
한편 권오헌 명예회장의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이다. 28일 오전 8시 30분 발인을 한 뒤에 오후 1시 마석모란공원에서 하관한다.
![]() ▲ 묵념하는 참가자들. © 민주노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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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선 이사가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 민주노총 |
![]() ▲ 권오헌 명예회장의 양아들 권혁랑 씨. © 김영란 기자 |
![]() ▲ 김길자 양심수후원회 운영위원 아들인 바리톤 김민수 씨가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 ▲ 615합창단이 권오헌 명예회장 헌정곡 「죽창가」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 ▲ 추도식을 마치고 빈소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 © 김영란 기자 |
![]() ▲ 권오헌 명예회장 빈소. © 김영란 기자 |
권오헌 선생님을 추모하며 씁니다.
양심
-황선
양심이란 것은 말이오,
칠판 앞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더란 말입니다.
숙명처럼 평생 모신
그 양심이란 것을 나는
계엄과 위수령으로 꽁꽁 얼어붙은
거리에서 배웠소.
기다려도 오지 않는 해방
그리움조차 표현할 수 없는
38선 앞에서
양심을 지켜 산다는 것,
아니, 양심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조차
얼마나 혼란스럽고 무거운 것인가를
걸음마다 익혔소.
포승줄과 철창과 무수한 고문 아래서
굳건해지는 양심보다 실은
외면하고 싶고 도주하고 싶은
욕망이 더 쉽게 자란다는 것을 배워
양심, 그 어려운 것을 지키자고,
지켜주자고,
90인생을 달렸습니다.
나로 인해 양심을 지키고 인권을 알았다고
인사들을 주십니다만,
나는
덕분에 잘 살았습니다.
병마가 들고 몇 해동안
고통스런 몸보다
늘 걷고 뛰고 밤으로는 글을 쓰느라 잠들지 못하던
그 삶을 조금씩 멈춰가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계속되는 폭력과 연행과 무고한 죽음 앞에
마음은 달려가 이미 어깨동무를 하고 있건만...
애가 탔다오.
기자회견이라도 면회라도
영치금이라도 응원이 될 글줄이라도.
도맡아 평생을 했던 그 일들이
여전히 곳곳에서 나를 부르고,
나는 애가 탔습니다.
그러나, 거리마다 찬란히 물결치던
양심의 깃발.
탑골공원 목요집회 보랏빛 손수건이
오색찬란한 깃발이 되어 날개짓을 하더이다.
침침한 감옥에서도 빛나던 눈빛들
수백만의 형형한 불빛으로
세상을 밝히더이다.
동토를 녹이며 찬란히 흐르는 물결 속에서
나도 아픔을 잊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양심을 지켜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이제 나의 깃발을
물려주고 나는 갑니다.
그 깃발은 자주
그 깃발은 민주.
양심이 도처에 흐르고 인권이 꽃 피는
아름다운 나라에서
행복에 겨운
숱한 권오헌,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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