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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뉴스 | 브렉시트, ‘인종주의’ 폄하는 기만이다[미국서 본 브렉시트]영-EU 지배계급간 갈등 뛰어넘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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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6-30 04:3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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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영국 보수당 홈페이지

브렉시트, ‘인종주의폄하는 기만이다[미국서 본 브렉시트]-EU 지배계급간 갈등 뛰어넘은 선택

                                                                                                                                                    민플러스  장민호 통신원

영국 국민들의 브렉시트 선택이 연일 화제다. 국내 언론들도 영국과 유럽 주요국의 현지 반응은 물론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앞 다퉈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미국과 영국의 주류 언론 논조와 대동소이하다. 민중과 진보의 관점에서는 브렉시트를 어떻게 봐야 할까? 장민호 미국 통신원이 브렉시트의 정치·경제적 배경과 미·영 주류 정치세력과 언론의 브렉시트 비판의 문제점 등을 분석한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 사진 출처 : 영국 보수당 홈페이지

지난 24일 영국에서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올해 대선을 앞둔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극명히 대조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브렉시트 가결을 열렬히 지지한 반면 지난 4월 영국을 방문하여 거의 협박조로 유럽연합 잔류를 역설하며, 그것이 나토 군사동맹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오바마는 실망의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선거 기간 노골적으로 인종주의를 부추기며 반이민주의, 고립주의를 표방해 온 도널드 트럼프 입장에서 브렉시트 가결은 자신의 대선 승리를 예고하는 하나의 축복이었겠지만 8년에 걸친 재임 기간 동안 미 제국주의 및 세계 자본주의 질서의 수장 역할을 해 온 오바마의 근심은 더 깊어만 간다.

 

이번 투표 과정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대체로 세대 갈등”, “난민 유입 및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이 표출된 인종투표등으로 폄하하였으며 영국 현지 언론들도 최근 유럽 정치를 휩쓸고 있는 인종주의, 반이민주의에 편승하여 성장가도를 달리는 영국 독립당(UKIP)의 브렉시트 가결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대서특필하였다.

 

투표 결과가 나온 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은 브렉시트 가결에 웃음 짓는 푸틴의 사진을 1면에 올리며 그들의 불편한 속내의 핵심이 무엇인지 드러냈다.

 

브렉시트, EU 불균등 발전 등이 배경

 

그러나 이들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정략적 판단에 들뜬 도널드 트럼프와 오바마가 각자의 입장에서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태의 진실은, 미국의 대외 정책의 근간을 통째로 뒤흔들 수도 있기에 미 정책 입안자들의 속내는 매우 복잡해 보인다.

 

잘 알려진 이번 브렉시트 찬반 투표의 근본 배경은 유럽연합 회원국들 사이의 극심한 불균등 발전 및 경기불황, 그리고 이로 인해 지배적 자본 분파들 사이의 대립과 모순이 격화된 데 있다. 이들은 한편으론 유럽의 단결과 통합을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론 유럽회의론(Euroscepticism)을 표방해 온 영국 독립당(UKIP), 프랑스의 르팽이 이끄는 국민전선(National Front of Lepen)’,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or Germany)’,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리스에서 악명을 떨쳤던 황금 여명당(Golden Dawn)’ 같은 극우 탈유럽 세력들과 은밀히 공모하여 각자의 특수한 이익을 도모해 왔다.

 

외견상 브렉시트 사태가 영국 노동계급, 서민대중들의 계급적 요구가 인종주의, 고립주의와 결합하여 왜곡된 형태로 표출되었다는 점에서 이곳 미국의 트럼프 현상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미 자본주의 국가들 가운데 특히 영미 두 나라에서 민중에 대한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는 극심하여 기층 민중들의 삶은 이미 피폐해졌고 중산층은 큰 폭으로 몰락하였다.

 

그런데 이런 두 나라 노동계급과 서민 대중의 요구를 대변할 사회주의 정당 등 진보 정치세력들은 (양국간 다소 차이가 있지만)각기 다른 과정에서 약화되거나 주류 정치무대에서 배제됐다. 사정이 이러니 기층 민중들이 그 틈새를 비집고 독버섯처럼 자라온 극우 포퓰리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오늘날 미국 민주당은 약탈적 자본주의, 침략적 제국주의의 첨병이다. 1940년대에 극렬했던 매카시즘 공세로 거의 붕괴된 미국의 진보세력들은 9.11사건 이후 심각하게 후퇴하는 민주주의, 날로 피폐해지는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현장에서 서서히 세력을 키우고 있지만 주류정치에 대한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드러난 샌더스-트럼프 현상은 이런 조건에서 생존 벼랑에 내몰린 미국 민중들의 즉자적인 반응이다.

 

영국 민중, 신자유주의에 불만 표출

 

영국의 경우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1989~91년 시기 구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 이후 공산주의-사회주의 세력들은 전망을 상실하고 약화되어 주류 정치무대에서 배제됐다. 그리고 자본의 강화된 공세에 굴복해온 노동당 등 사회민주주의 세력들은 아프리카, 중동 난민문제 등에 대한 태도에서 보듯 (왜곡된 계급의식으로서)인종주의, 배외주의와 일정하게 타협하여 왔다.

 

더욱이 중요하게는 구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몰락에 이어진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체결 이후 유럽경제공동체(EEC) 시기 표방되던 탈미(脫美)’ 흐름이 수그러들었다. ··독 등 주요국들이 미국의 나토 군사동맹 강화정책에 편승하여 친미(親美)화되는 한편 범지구적인 자본의 연계-통합성이 강화되면서 그들의 대내외적 반동성은 더 심화되는데 특히 영국은 이런 과정을 주도한 유럽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19.11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표방한 미국에 협조하며 부시의 푸들이란 별명을 얻었던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주요 보수 및 사민주의 정당들도 미국의 침략적 대외정책에 동조하였으며 강화된 신자유주의 자본공세를 통해 역내 노동자 및 서민대중들을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았다. 그러자 유럽을 휩쓴 새로운 유령(슬라보예 지젝)”인 민족(인종)주의를 표방한 극우정당들은 민중들을 현혹하여 침략적 제국주의의 필연적 결과인 아프리카, 중동 난민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겼다. 또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엉망이 돼버린 민생치안을 빌미삼아 유럽 지배세력들은 유럽의 군사화(나토화) 정책에 편승하여 기존의 복지국가를 치안국가(자크 랑시에르)로 변모시키면서 민주주의를 계통적으로 파괴해왔다.

 

도널드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연일 비판하는 미국의 지배세력들은 ‘KKK’같은 극우 인종주의집단을 정치적으로 옳다(politically correct)고 여기진 않지만 사실상 그들을 일정 수준에서 보호, 육성해왔음은 잘 알려진 비밀이다. 더욱이 백인 경찰의 총기에 사살당하는 희생자들이 대부분 가난한 흑인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지배체제 자체가 인종주의(제국주의)에 기초한 국가폭력이라는 진실을 웅변한다.

 

이런 견지에서 영국 민중들의 브렉시트 선택에 대한 영미 지배세력 및 주요 언론들의 인종주의 폄하는 적반하장이자 기만이 아닐 수 없다. 국내의 한 진보매체가 적절히 지적했듯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영국독립당(UKIP)이 얻은 380만표(12.6%)를 훌쩍 넘는 1740만 유권자들이 생존권을 외치며 극우 인종주의와 무관하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한 것이다. 한마디로 브렉시트 찬반투표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지배계급 간 갈등과 타협에서 촉발되었으나 그 결과는 그들의 의도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인종주의 유령과 억압을 떨치고

 

영국 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투표가 시작되기 전에 유럽 주둔 미군사령관 벤 호지스(Ben Hodges) 중장이 연일 BBC방송에 나와 유럽연합은 나토 군사동맹의 핵심(Central plank)이며 브렉시트는 우크라이나,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팽창정책에 저항하는 서방의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공공연히 협박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 민중들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의했으니 미 지배세력들의 근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끝으로 미영 주요 언론들의 고의적인 무시에도 영국 전역의 투표소와 거리에 뿌려졌던 영국 좌파정당들의 선언문 구절 하나를 인용한다.

 

물론, 자본가들, 국가들 사이의 잠정적 합의는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 자본가들 간 하나의 합의로써 유럽연방은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을 위하여? 오직 서로 결탁하여 유럽의 사회주의를 억압하기 위하여… 현재의 경제적 기초, 다시 말하여 자본주의체제에서의 유럽연방이란 반동기구를 의미한다.”(유럽연방을 위한 구호에 대하여. 1915823. 레닌/ 번역 : 필자)

 

“Of course, temporary agreements are possible between capitalists and between states. In this sense a United States of Europe is possible as an agreement between the European capitalists but to what end? Only for the purpose of jointly suppressing socialism in Europe On the present economic basis, ie, under capitalism, a United States of Europe would signify an organisation of reaction.”(On the slogan for a United States of Europe by VI Lenin, 23 August 1915)

 

오랜 인종주의 유령과 억압 속에서 일보 후퇴했던 영국 민중들은 브렉시트를 외치며 한걸음 내딛었다. 자주화라는 두 번째 도약을 꿈꾸며.

 

장민호 통신원 news@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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