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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79] 미국의 안미경중 중단 요구와 대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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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10 20:1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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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79] 미국의 ‘안미경중’ 중단 요구와 대만전쟁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6월 4일 서울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장관이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안미경중’을 중단하라고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안미경중’이란 안보는 미국과 협력하고,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노선을 말합니다. 

 

▲ 연설하는 헤그세스 장관.  © 미국 국방부


헤그세스는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미국과의 국방 협력을 동시에 모색하려는 유혹에 빠지고 있다”라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의 악의적인 영향력을 심화시키고 긴장 국면에서 우리의 국방 결정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하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니 경제도, 안보도 미국과 협력하라는 것입니다. 

 

참고로 샹그릴라 대화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유라시아·태평양지역 각국 국방부장관, 합참의장, 안보전문가가 모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안보회의입니다. 2002년 출범했으며 원래 이름은 ‘아시아안보회의’인데 매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려 샹그릴라 대화라고도 부릅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과 주한미군 태세 조정

 

헤그세스는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 국가가 되려 하고 있다”라며 “중국군이 대만을 괴롭히고 있는 걸 매일 목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감행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라고 명령했다는 건 이미 공개된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몇 년 전부터 미국이 줄기차게 반복하는 주장입니다. 

 

미국의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야에도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반복했습니다. 오죽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서서 민심이 흉흉해진다며 전쟁 얘기 좀 그만하라고 미국에 하소연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008년 4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계획에 강력히 반발했고 독일, 프랑스도 러시아를 자극한다며 반대했지만 미국은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021년 11월 전략적 동반자 헌장을 체결한 게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는데 이 헌장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천명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러시아가 “나토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게 만들었다는 게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입니다. 

 

미국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삭스 교수는 미국이 1994년에 이미 나토를 우크라이나까지 확장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1999년 헝가리, 폴란드, 체코를 시작으로 꾸준히 나토를 확대해 러시아의 반발을 불렀다는 것입니다. 전쟁 직전인 2021년 12월 15일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에 최종 협상을 제안했을 때 제이크 설리번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삭스 교수에게 “나토는 우크라이나로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다”라고 하여 의도적으로 러시아를 도발했음을 드러냈습니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종용하는 경우 러시아가 자국의 생존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며, 러시아가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이 같은 러시아에 서방 국가들이 강력히 대응할 수 없을 것임이 자명한 상태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종용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목적을 두 가지로 꼽았는데 하나는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의 국력을 약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럽이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를 지원할 중국과 교류를 자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작업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대만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도록 작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을 종용한 것처럼 대만에 독립을 종용하는 등 여러 작업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2027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게 기정사실인 것처럼 계속 떠들고 다닐 것입니다. 

 

최근 미국 언론이 주한미군 4,500명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이것도 대만전쟁 준비 작업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4,500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미 당국은 이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다만 미국 국방부는 “미국은 정기적으로 글로벌 주둔 태세를 검토한다”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2일 “약 4,500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9개월 주기로 순환 배치 중인 스트라이커 전투여단이 한반도에서 영구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새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하면 “트럼프가 주한미군 전면 철수 등을 포함한 보복을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반대로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 “베이징(중국)은 이를 한국이 대만 유사시 미국 편에 서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승종 대전대학교 특임교수는 1일 주간조선 기고 글 「中 목줄 겨누는 비수?...‘주한미군 감축설’ 해프닝으로 볼 수 없는 이유」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 입장에서는 ‘손실’이지만, 미국의 관점에서는 대만 방어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유는 한국에 고정된 재래식 병력은 대만해협 위기 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 어렵지만, 이를 괌이나 오키나와로 재배치하면 제1도련선의 ‘거부방어’ 태세가 강화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태세 조정’이라고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주한미군이 고정된 기지에 고정된 수를 유지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걸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태세 조정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씁니다. 주한미군을 철수한다고 하면 북한의 위협에 밀려 미국이 패배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철수라는 표현을 안 쓰려고 자꾸 모호한 표현을 만드는 듯합니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간에서 갑자기 철수하는 바람에 전 세계 앞에서 망신을 당했습니다. 이를 피하려고 주한미군 기지는 그대로 두고 마치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가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철수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끝까지 ‘철수’가 아니라 ‘태세 조정’이니 기지는 한국에 반환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가 단지 대만전쟁에 대비한 것만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위협이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는 성격도 있는 것입니다. 마치 탈레반 공세에 밀려 아프간 기지에서 미군이 야반도주한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 국방정보국이 5월 11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보고한 「2025 세계 위협 평가」는 북한이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건 주한미군 감축·철수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설득하기 위해 밑밥을 까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방비를 두 배로?

 

헤그세스는 “아시아 동맹국들은 유럽 국가들을 새로운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나토 회원국들은 독일을 포함하여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중국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줄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아시아 동맹국들도 중국을 겨냥해 국방비를 GDP의 5%로 올리라는 요구입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방비를 62조 원에서 120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려야 합니다. 정부 예산의 18% 정도가 국방비로 나가게 됩니다. 복지 축소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입니다. 

 

헤그세스가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대만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의 나라들이 국방비를 대폭 올려 미국 무기로 무장하고 중국과 맞서 싸우라는 것입니다. 이건 우크라이나 전쟁과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미국은 무기만 대주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알아서 러시아와 맞서 싸우라는 식입니다. 

 

한편 샹그릴라 대화에서 일본은 인도·태평양지역 동맹국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오션(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 구상을 제출했습니다. 기존에 제시한 ‘하나의 전구’(One Theater)를 더 발전시킨 개념입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3일 자 보도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 올인’ 기조에 적극적으로 발맞추겠다고 나선 모양새”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은 미국이 무기만 대주고 대만전쟁을 아시아 국가끼리 진행하기를 바란다는 점을 노려 이번 기회에 자기가 지역 패권국에 등극하려는 듯합니다. 즉, 미국이 원하는 인도·태평양지역 동맹 구축을 주도해 지역 패권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유럽 방위에 집중하라

 

헤그세스는 “우리는 여전히 NATO의 ‘N’이 북대서양을 의미한다고 믿으며, 유럽 동맹국들은 대륙에서 그들의 비교우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유럽을 향해 “방위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NA’가 북대서양(North Atlantic)을 의미하지만 아무튼 헤그세스가 하고자 하는 말은 나토가 태평양이 아닌 북대서양, 즉 유럽 방위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나토의 여러 나라가 종종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와서 한국, 일본, 필리핀 등과 연합훈련을 했습니다. 나토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진출 움직임이 뚜렷했던 것입니다. 미국의 구상은 유엔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아예 나토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빨리 끝나지 않고 오히려 장기화할 움직임마저 보이자 생각을 바꾼 모양입니다. 

 

3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르스크지역을 방문했습니다.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막바지에 이른 때였습니다. 이때 쿠르스크주의 한 지역 관리가 푸틴에게 “최소 수미까지는 점령해야 한다”라고 주장했고 이에 푸틴이 “완충지대의 범위가 얼마나 돼야 하겠나?”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수미는 쿠르스크와 마주 보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입니다. 완충지대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 접경지에 일종의 비무장지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5월 22일 푸틴은 “국경을 따라 필요한 보안 완충지대를 조성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쿠르스크를 완전히 해방한 러시아군이 그대로 국경을 넘어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5월 27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미 일대에서 6개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수미 현지 당국자들은 전선과 가까운 202개 정착지에서 주민 대피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수미주 완충지대 작업뿐 아니라 러시아는 5월 하순 들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5월 25일 밤에는 드론과 미사일 368개를 발사해 우크라이나 전쟁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습을 진행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군의 진격도 여전히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지만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25일 대공습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대체 푸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 완전히 미쳤다”라며 분노했습니다. 서둘러 우크라이나 상황을 정리하고 중국에 힘을 집중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자 조바심이 난 모습입니다. 

 

이걸 보면 러시아는 점령지를 넓히는 목적 외에 미국이 중국에 힘을 집중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전쟁을 지속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전략적 협력을 할 정도로 끈끈합니다. 

 

헤그세스는 “우리는 동맹국과 동반자 나라들이 방위에 있어 각자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청하고, 실제로 강조한다”라고 했습니다. 유럽이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책임지라는 뜻입니다. 무기와 정보를 더 이상 못 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국에 집중하느라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정보력을 분산시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5월 20일 푸틴이 쿠르스크를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의 드론 떼가 공격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최전방을 방문하는 건 극비 사항입니다. 이런 정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해줬을 것입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미국은 여러 군사 정보를 우크라이나군에게 전달했고 직접 작전 지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정보 제공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힘을 집중할 구상이라면 유럽에도 ‘유럽 방위에만 매달리지 말고 아시아로 적극적으로 진출하라’고 할 법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이건 유럽이 중국을 상대로 한 전쟁을 반대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바람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보려고 중국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전쟁을 하면 대중국 제재를 할 것이고 미국의 중국 고립봉쇄 정책(디커플링·탈동조화) 요구도 더 커질 것입니다. 이러면 유럽 경제가 진짜 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보면 헤그세스가 강요한 ‘안미경중’ 중단이 유럽에는 불가능한 요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뿐 아니라 한국도 중국과 경제 단절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냥 자살 행위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유럽이나 한국 경제가 붕괴하든 말든 앞으로 안미경중 중단을 계속 강요할 것입니다. 

 

미국의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은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구상을 실현하려면 한국에 친미친일 극우세력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선 결과로 한국에 친미친일 극우세력이 약화하게 된다면 미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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