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65] 미국이 호남 반도체를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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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7-18 15:0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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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65] 미국이 호남 반도체를 반대하는 이유
■ 미국의 반대는 경제 논리를 넘어서
■ 호남이 아니라 영남이었다면?
■ 미국의 분할 통치 전략
■ 호남 차별은 미국의 인종차별과 유사
■ 미국의 장악력이 약해진다
호남 반도체 단지 계획에 반발하는 미국
정부는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대체불가 반도체 강국, AI 로봇 세계 3강과 피지컬AI 1강, AI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 성장과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삼성과 SK가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서남권, 즉 호남에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300조 원가량 되니 한 해 GDP의 3분의 1 이상을 호남에 투자하는 셈입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구상입니다.
![]() © 청와대 |
그런데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미국과 국힘당세력이 들고 일어나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국힘당세력이야 워낙 이재명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나라의 미래야 어찌 되든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니까 예상됐던 반응인데 미국의 반응은 특이했습니다.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7월 1일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두고 “종말의 시작이라고 보며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가 말하는 ‘종말’은 세계 반도체 기업 전반의 주가 폭락을 말합니다. 그는 과거에도 반도체 주식이 30%쯤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주식 시세라는 게 워낙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그게 주기성을 보이기도 하니 반도체 주식이 언젠가 떨어진다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종말’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한국의 호남 반도체 투자가 세계 반도체 주식시장을 무너뜨릴 것처럼 저주했습니다. 상당히 감정이 섞인 악의적인 발언으로 느껴집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에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라고 압박했습니다. 호남에 투자할 돈이 있으면 미국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이미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로 약속한 상태인데 더 하라고 요구한 셈입니다. 아니면 미국 투자를 먼저 하고 호남 투자는 나중에 하라는 것이겠지요. 정말 날강도가 따로 없습니다.
심지어 미군까지 나섰습니다. 미 7공군 대변인은 10일 “미 7공군은 광주 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강력한 연합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공군과의 긴밀한 협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광주 광산구의 광주 군공항은 미국 공군도 함께 이용하는 공동 운영기지입니다. 그러니 자기들이 이용하는 군공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자기들이 제시한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사실상 군공항 이전을 반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광주 군공항은 소유권이 국방부에 있는 우리 공항입니다. 주한미군 전용 구역은 기지 부지의 10%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2016년에 이미 이전을 결정했고 2020년부터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해 2033년까지 이전하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현재는 포괄협정문 최종 문안 조율 단계라고 합니다. 다만 이번 반도체 단지 계획에 따라 이전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이전을 합의해 놓고 이제 와서 왜 딴소리일까요? 군공항 이전은 상관없는데 거기에 반도체 단지를 짓는다니 그게 싫었나 봅니다.
미 7공군은 주한미군에 배속되어 있지만 상급 부대는 미 태평양공군입니다. 즉, 이번 미 7공군 대변인 발언은 주한미군의 입장을 넘어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일 수 있습니다.
미국과 관련해 특이한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9일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를 발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자격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사회 중심의 의사 결정, 배당 확대 등 미국식 기업 문화를 한국에 전파하려는 전문가 집단입니다. 이들은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사내이사가 아니면서 이사회 승인 전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 위배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간 최태원 회장이 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자격이 없다는 지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OECD 기준을 언급한 것도 특이합니다. OECD는 작년 12월 한국의 검찰개혁에 간섭하며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OECD의 최대 재정 분담국이자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주도국은 미국입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OECD가 자꾸 등장하는 건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심을 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미국은 이재명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반대하는데 이게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전략적 경고에 가깝다고 느끼게 합니다.
호남이 아니라 영남이었다면?
이번에 3대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기 전부터 호남에 반도체 단지를 건설하는 문제는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반대론자들은 온갖 반대 논리를 만들다 못해 무슨 ‘인재 남방한계선’이란 용어까지 들먹이면서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인재들이 내려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반도체 단지는 무조건 수도권에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지역민의 표를 의식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남에 반도체 단지를 건설한다고 했어도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반대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언급했듯 영호남 인구 격차는 엄청납니다. 2026년 3월 기준 호남 인구는 488만여 명, 영남은 1,237만여 명으로 2.5배나 차이가 납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호남 인구 증가율보다 영남 인구 증가율이 크게 높았다고 합니다.
이런 인구 격차의 배경에는 지역 경제 격차가 있습니다. 한국의 지역 경제는 1970년 완공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발전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부산·울산·대구가 광주를, 경남·경북이 전남·전북을 크게 앞섭니다.
![]() ▲ 광역시 GRDP 비교(2024년). © KOSIS |
![]() ▲ 도 GRDP 비교(2024년). © KOSIS |
예를 들어 거제도 면적은 382.2제곱킬로미터, 진도 면적은 430.7제곱킬로미터로 엇비슷합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당시 사진을 보면 해방 직후 두 섬의 경제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2022년 기준 GRDP를 비교하면 거제도는 9조 원, 진도는 1조 4천억 원으로 6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선거 때마다 확인되듯 호남 사람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며, 영남 사람은 국힘당 계열을 지지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호남에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줘도 인구 자체가 2.5배 차이가 나니 영호남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크게 불리합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이겨도 항상 아슬아슬합니다.
그런데 만약 호남에 반도체 단지가 들어서서 호남의 경제가 발전하면 어떻게 될까요? 호남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이나 영남으로 이동하는 걸 막을 수 있고 호남 인구가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영호남 인구 격차가 줄어들수록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처럼 호남 반도체 단지 건설은 단순히 지역균형발전 측면으로만 볼 문제가 아니며 한국의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힘당세력이 호남 반도체 단지 계획에 그처럼 발작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분할 통치 전략
국힘당세력만 불안한 게 아닙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 있어 국힘당은 적자, 민주당은 서자입니다. 국힘당은 나라가 망하든 말든, 심지어 자기 당에 피해가 있어도 미국의 뜻을 받드는 걸 우선하는 충성 집단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미국의 뜻에 복종하면서도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가끔 엇박자를 내 미국이 신뢰하기 어려운 집단입니다. 그러니 미국은 민주당이 집권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호남이 발전하면서 민주당의 장기 집권 토대가 확고하게 마련된다? 미국은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호남의 발전을 막고 영남을 키워 국힘당 집권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건 미국의 구상이었습니다.
원래 미국은 ‘분할하여 통치하라’는 제국주의 전략에 따라 한반도를 남북으로 분할했고, 한국을 동서로 분할했습니다. 그리고 호남을 궁지로 몰았습니다.
조귀동 씨가 2021년 쓴 『전라디언의 굴레』(생각의힘)에는 호남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차별받았고 호남 주민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자세히 나옵니다.
책에 따르면 미국은 1950년대 원조를 서울과 영남 일대에 집중했습니다. 총 3,600만 달러 가운데 73.7%가 서울에, 13.3%가 부산에, 7.2%가 대구 소재 기업에 돌아갔습니다. 호남은 군산 기업이 0.4%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조귀동, 73쪽)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영남 대통령 정권 기간 영남 출신들이 중앙 관료를 꿰차고 영남을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켰습니다. 영남 출신 기업인들에게 자본을 먼저 공급하고, 영남을 중심으로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했습니다. 그 결과 영남 카르텔이 형성되고 국가를 장악하는 수준이 됐습니다. (조귀동, 45~46쪽)
그에 따라 호남선 철도는 해방 후에도 수십 년간 일제강점기 시절 단선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대전~익산 복선화는 1978년, 익산~광주는 1988년, 광주~목포는 2003년에야 공사가 마무리됐습니다. 경부선이 1945년 3월에 전 구간 복선화를 완료한 것과 비교됩니다. 1980년대 후반 경부선은 하루 112대 운행된 데 비해, 호남선은 4분의 1 수준인 28대에 그쳤습니다. (조귀동, 10쪽)
이 여파는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2019년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 원 이상 기업 1만 2,900곳 가운데 호남에 본점을 둔 기업은 단 4.8%(617곳)에 그쳤습니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은 12.4%(1,606곳), 대구·경북은 6.9%(886곳), 충청은 9.1%(1,172곳)를 차지했습니다. 기업 중에서도 산업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제조업은 더 심각합니다. 호남의 제조업 회사 수(318곳)는 부산·울산·경남(1,023곳)의 31.2%, 충청(878곳)의 36.3%, 대구·경북(636곳)의 50.2%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광역권의 절반 이하밖에 없는 셈입니다. 지역 내 기업 중 제조업체의 비중도 51.5%로 가장 낮았습니다. 다른 곳은 63.7~74.9%가 제조업체입니다. (조귀동, 81~82쪽)
광주는 주요 광역시 중 유일하게 창고형 할인 매장과 대형 복합쇼핑몰이 없는 지역입니다.
호남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1970년 당시 호남 사람들이 이동한 곳은 서울(61.2%)이 압도적이고, 경기도(16.6%)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다음은 부산(11.1%), 경남(3.5%), 경북(3.0%) 순이었습니다. 이는 충청도 순이동 인구의 95.2%가 서울·경기도를 향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영남으로 이주한 호남 사람들이 하층 노동자로 편입되었음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조귀동, 51쪽)
수도권과 영남으로 이주한 호남 사람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살았는지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습니다.
1976년생으로 호남과 서울을 오가며 유년과 청소년기를 보낸 오윤 씨가 쓴 『내 아버지로부터의 전라도』(사람풍경, 2015.)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가 되자 서울로 되돌려보내면서 아버지가 한 일은 아들의 본적을 서울로 바꾸는 것이었다. 오 씨는 서울에 돌아왔을 때 “너 전라도에서 왔다며? 너도 빨갱이지?”라고 듣거나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가 가족에게 “룸메이트 서울아다. 전라도 새끼랑은 같은 방 쓰면 재수 없을 뻔했는데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등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오 씨의 사례는 특이한 게 아닙니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 상경한 호남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했던 일입니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에서 깡패나 하층민이 쓰는 호남 사투리를 버리고 서울말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조귀동, 49쪽)
반면 영남 사람은 서울로 이주해도 사투리를 그대로 씁니다.
서울에서도 이랬으니 영남으로 이주한 호남 사람들이 영남 사람 밑에서 일하면서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호남 사람은 영남에 이주하면 재빨리 말투를 바꾸지만 영남 사람은 호남에 이주해도 말투를 유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호남 사람이 게으르고 사기를 잘 친다는 인식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호남 사람한테 사기를 당했다더라’는 식의 이야기가 굉장히 흔했습니다. 어찌나 세뇌됐는지 호남 사람조차 같은 호남 사람에 선입견, 편견을 갖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게 고용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노골적으로 호남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기업도 있을 정도입니다.
「시사저널」이 2005년 59개 삼성 계열사 임원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남권이 47.4%에 달했습니다. 그다음은 수도권으로 30.9%였고 호남은 7.0%에 불과했습니다.
사실 지역감정이나 지역 차별이 고용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호남 차별’밖에 없습니다. 본인, 나아가 부모의 출신지가 경상도나 충청도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귀동, 37쪽)
취업 후에도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흔했습니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군대나 공무원 사회에서도 그랬습니다. 군대나 공무원 사회에서 지역 균형을 맞춰 승진시키는 원칙은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등장했습니다.
황광훈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지역별 청년 노동시장 동향 및 일자리 질 비교」에 따르면 호남권 청년 취업자들의 첫 급여는 월 163만 3,000원으로 전국 평균(181만 6,000원)보다 10.1% 낮았습니다. 특히 호남권 대졸 이상 취업자 초봉(177만 6,000원)은 전국 평균(202만 9,000원)보다 월 23만 원 이상 적었습니다.
그러니 호남권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외지로 떠나야 했습니다. 2014~2015년 호남권 대학을 졸업한 대졸 취업자 가운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비율은 38.9%에 달했습니다. 이들이 수도권에 취업할 경우 월 214만 원을 받았습니다. 반면 영남권의 경우 타지 이동률은 23.0%였고 수도권 취업자는 월 231만 원을 받았습니다.
5.18광주항쟁은 가뜩이나 경제발전에 소외되고, 갖가지 차별을 경험해야 했던 호남 사람에게 자신이 ‘비국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타지에서 살던 호남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들은 당해도 싸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으며 졸지에 자식 잃고 형제 잃고 친구 잃은 심정에 대해서는 일말의 동정도 받지 못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조귀동, 58쪽)
박정희 정권은 호남 탄압을 위해 호남 출신 유력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간첩으로 몰아 죽이려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있었던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사건과 배재고 사건처럼 지금도 5.18은 조롱과 폄하의 대상입니다. 또 ‘북한군 소행’이라느니 유족들이 과도한 특혜를 받는다느니 하는 시비도 그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5.18 외에 4.3항쟁이나 4.19혁명, 부마항쟁, 6월항쟁 등을 두고는 이런 일이 없습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이처럼 호남 차별은 사실상 인종차별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 백인이 흑인 등 유색인종을 향해서 벌이는 인종차별의 모습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은 식민지 안에 또 다른 식민지를 만들 듯이 한국 사회 안에 호남이라는 특수 지역을 형성해 호남 사람을 2등 국민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영남을 친미친일의 지지 기반으로 다지고 영남이 한국의 주류인 것처럼 국민을 세뇌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영남 사람은 자기들이 무슨 특별한 대우를 받는 상층민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친미친일을 하도록 세뇌당합니다.
이는 일제가 만주를 지배할 때 조선인을 앞세워 중국인을 핍박한 것과 비슷합니다.
일제는 만주국의 실권을 장악했지만 만주 전체를 장악하기에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선인을 행정 말단이나 경찰 등으로 채용해 중국인을 감시하고 수탈하는 데 앞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인을 우대하고 중국인을 멸시하며 조선인과 중국인을 이간질했습니다. 일제는 조선인에게 ‘일본인이 가장 우수하고 중국인은 열등하며 조선인은 그 중간인 2등 국민’이라고 주입했습니다. 그래서 만주로 이주한 조선인은 중국인을 ‘토민’이라 부르며 비하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2023년 1월 7일 자 보도 「일제 “한족·조선인 서로 잘못해 충돌 땐 한족 억눌러라”」에 따르면 만주에 파견된 일제 관리와 관동군 장교들은 항상 비밀 수첩을 몸에 소지하고 다녔는데 여기에는 “(조선인은) 역사적으로 한족을 적으로 돌리며 원수처럼 대한 기간이 길다. 이용하고 회유하면 쓸모가 있다. …중략… 한족과 조선인이 충돌했을 경우, 양측에 잘못이 비슷하면 조선인의 기를 살려주고 한족은 억눌러라”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조선인 출신 군인을 중심으로 간도특설대를 만들어 반일 무장세력을 잔혹하게 토벌하게 했습니다. 만주군 장교 출신 박정희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조선인이 일본 본토에 가서 장교를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조선인은 어디까지나 ‘2등 국민’이었습니다.
미국의 장악력이 약해진다
미국의 방해를 이겨내고 호남 반도체 단지 건설에 성공하면 민주당의 장기 집권에 유리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미관계에도 일정한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친미국가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미국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조 바이든 정부 때는 반미국가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과 엇박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미국이 사우디를 내치지 못합니다. 사우디가 석유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힘을 바탕으로 사우디는 이란과 함께 중동의 맹주가 되었습니다. 만약 미국이 사우디를 내치면 사우디가 진짜 반미로 돌아설 수 있고 그러면 미국은 중동 전체를 잃고 맙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친미국가지만 민주당이 장기 집권하면 미국과 엇박자를 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은 한국이 북·중·러에 붙을까 봐 함부로 버리지 못합니다.
물론 사우디와 한국이 미국과 엇박자를 낸다고 해서 자주국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미국의 ‘승인’을 받는 국가입니다. 엇박자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말 잘 듣는 멍청한 졸개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제 잇속을 챙기는 졸개의 차이 정도입니다.
만약 한국이 자주국가였다면 미국이 25% 관세를 매길 때 우리도 똑같이 미국에 25% 관세를 매긴다며 맞섰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25% 관세를 15%로 내리는 대가로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말이 투자지 그냥 상납이나 다름없습니다. 물론 15% 관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입니다. 국회 비준 동의로 법적 효력이 있는 한미 FTA를 미국이 대놓고 위반했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감지덕지합니다.
사실 미국은 한국에 사우디 정도의 엇박자도 허용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미워킹그룹 같은 것을 만들어 모든 것에 ‘승인’을 받으라고 압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때문에 한국이 미국을 상대할 때 유리한 면도 있습니다. 한미관세협상을 할 때 3,500억 달러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사기’를 친 게 더 크게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에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미 간에 틈이 조금씩 생기는 상황에서 자주를 외치기 좋은 시절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미국의 힘이 빠져가고 있고 세계 자주진영은 날로 강대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호남 반도체 단지 건설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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