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08] 중국 전승절과 김정은 위원장, 세계 질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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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9-08 16:43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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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8] 중국 전승절과 김정은 위원장, 세계 질서의 변화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9월 7일 서울
전 세계의 주목 속에 중국의 전승절 행사가 끝났습니다. 모두가 인정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가장 돋보였던 주인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었습니다. 언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가장 주목해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때문에 중국 전승절에 관한 세계의 관심도 증폭되었고 세계에 미친 파장도 커졌습니다.
세계적인 관심과 파장
이번에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파격적으로 최고 수준에서 영접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오후 4시 베이징역에 도착할 때 중국 측에서는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외교부장, 인융 베이징시장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차이치 서기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 판공청 주임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입니다. 판공청은 중국 최고위직들이 근무하는 중난하이를 관리하는 부서로 판공청 주임은 중국공산당 총서기(시진핑)의 비서실장에 해당합니다. 또 중국공산당의 최고 핵심 기구는 정치국으로 보통 7명의 상무위원을 중국 서열 1~7위로 봅니다. 정치국 상무위원이 직접 역에 나가 외국 인사를 영접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보통은 외교부장과 베이징시장만 영접해도 상당히 환대를 한 걸로 보는데 차이치 서기까지 나갔으니 중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이번 행사에서 가장 높은 급으로 대한 셈입니다.
![]()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차이치 서기. © 노동신문 |
이런 모습은 전승절 열병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26개국 정상이 열병식장에 입장할 때 시 주석이 한 명 한 명 인사를 했는데 다른 정상이 입장할 때는 가만히 서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악수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입장할 때만 앞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악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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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시 주석 양옆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섰습니다. 주석단(망루)에 오르기 위해 다 같이 이동할 때도 시 주석 양옆에 북러 두 정상이 섰고 나머지 정상들은 그 뒤에 따라와 마치 북·중·러 세 나라 정상이 반미·반서방·다극화 진영을 이끄는 모양새가 나왔습니다. 망루에서의 자리 배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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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행사에서 여러 나라 정상의 위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각국은 행사 주최국과 사전 조율을 통해 누가 주최국 정상의 양옆에 서며, 그 뒷줄에는 누가 설 것인지를 정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최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두 나라가 양옆에 섭니다.
전승절 기간 시 주석은 각국 정상들과 여러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다른 대통령과의 만남을 ‘회견’으로 표현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만 ‘회담’으로 표현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회견은 인사차 만난 것이고 회담은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입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북중정상회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고 실시간 생중계 수준으로 보도했으며 영상에 서정적인 배경음악을 넣어 우호 분위기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시 주석은 북중정상회담 후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시 주석이 별도의 만찬을 준비한 정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일했습니다. 다자 외교 무대에서 특정국 정상에게 별도의 만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최고의 예우로 꼽힙니다. 언론은 국빈 방문에 준하는 파격적 예우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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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은 다른 나라 정상들과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동할 때는 왕복 10차선의 베이징 중심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육교 보행도 막았습니다. 각별한 예우를 한 것입니다.
세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에도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자제는 베이징에 도착할 때만 보였다가 그 뒤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별도의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추측해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할 때 영접했던 차이치 서기가 판공청 주임을 겸하므로 판공청에서 자제의 활동을 보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래 판공청은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의 경호, 통신, 의료, 보안 등을 담당하는 기구입니다. 아마 중국도 자제의 방문에 큰 의미를 두고 극진한 예우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제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한이 그만큼 중국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표징입니다. 중국에 선물을 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국도 아마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전승절의 최대 승자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일보는 5일 자 보도 「“中 열병식 빅 이벤트의 최대 승자는 김정은”」을 통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라는 빅 외교 이벤트의 최대 승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는 평가가 쏟아진다”라면서 북한의 지위가 “‘글로벌 사우스’ 진영의 리더급으로 단숨에 격상”됐고 “전리품을 싹쓸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소개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6일 자 보도 「전승절 최대 승자는 ‘김정은’…다음은 북·미 담판」에서 “외신은 대체로 ‘중국 인민 항일 전쟁·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대회’(열병식)의 최대 승자로 김 위원장을 지목”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동맹국과 관계 강화를 통해 이익을 얻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모하는 이정표를 세웠다”라고 평가했고, CNN 방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심에 섰다. 시진핑 주석은 서방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필수적인 파트너라고 인식한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존 델러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때처럼 그 이미지를 국내에 되비추며, 자신이 세계적 정치 지도자라는 면모를 과시할 수 있게 됐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열병식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옆에 선 것을 두고 “정치적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승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이번 방중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 극대화의 행보”라며 “전승절의 주인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했습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가장 큰 대외적 성과는 역시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간접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도 인정했으니 ‘미국 너희도 인정하라’는 메시지까지 자연스럽게 발신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 주민들로서는 우리 지도자가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지도자라는 점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국무원 자문위원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2020년 11월 25일 “동북아 정세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운영자가 그 어떤 대국도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이번 중국 전승절을 거치며 이 주장의 타당성이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제는 이번 중국 전승절에서 가장 빛이 났고 전 세계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세계적인 영향력이 크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편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 이공대 교수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현시점에 중국이 북한과 밀착한 것은 ‘북한 카드’를 활용해 미국의 관심과 정책 자원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며 “시 주석이 국제 문제에서 전략적 협력 강화를 북한에 촉구한 데는 북한이 미국을 견제하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앞으로 미국 정부와 접촉해도 중국과 관련된 이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걸 보면 북한은 미·러·중 사이에서 운전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한 언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대 시절 ‘지정학적 숙명자론’ 대신 ‘전략적 요충지론’을 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열강의 틈에 낀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각축전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존의 생각이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열강을 다스릴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고 독창적인 해석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해석이 이번에 현실이 됐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뚜렷해진 다극화 세계의 실체
다극화는 이제 숨길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세계 질서의 거대한 추세가 됐습니다. 오랜 기간 미국과 서방이 세계의 중심을 자처했는데 이게 허물어졌습니다.
이번 행사에 북·중·러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참가했는데 이 나라들은 미국과 서방 중심의 체제와 별도로 더 강력한 축을 과시했습니다.
먼저 정치적인 면에서 살펴봅시다.
북·중·러는 반미를 표방하고 미국과 서방에 머리를 수그리지 않았으며 다극화를 주장하는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를 선두로 하여 여러 나라가 모여 단결과 위용, 의지를 과시했습니다.
서방 언론은 중국 전승절을 두고 신냉전이라는 틀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 냉전의 복원, 부활과는 다릅니다. 과거 냉전은 미국과 소련이 양 축을 담당하고 대립하는 체제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미중수교를 미끼로 소련과 중국을 이간질해 결국 소련의 붕괴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미국은 여전히 이간질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미국이 반미·다극화 진영의 단결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무분별한 경제 제재와 관세 폭탄은 그동안 서로 소원하던 나라들까지도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게 확실해진 만큼 반미·다극화 진영의 단결은 갈수록 더 깊고 폭넓어질 것입니다.
다음으로 군사적인 면에서 살펴봅시다.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은 군사적으로 미국을 압도하는 모습을 과시했습니다. 보통 열병식은 군인의 훈련 상태와 무기 수준을 시위하는 자리입니다.
중국군 병사들은 자로 잰 듯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추고 손동작 하나까지 완벽하게 똑같이 움직였습니다. 굉장히 훈련이 잘되어 있음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무기 역시 듣도 보도 못한 신무기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특히 차세대 스텔스 무인전투기, 무인전차, 무인함정, 레이저 무기, 미사일 분야는 미국을 압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막강한 자금력과 생산력으로 이런 무기를 대량 생산합니다.
![]() ▲ 각종 스텔스 무인기들. © 신화망 |
지난 6월 14일 미국도 무려 34년 만에 열병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병사들은 줄도 똑바로 맞추지 못했고 무기도 최신 무기는 거의 없고 구형 무기만 등장해 실망을 자아냈습니다.
중국뿐만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단독으로 미국과 서방의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서방의 무기 생산량을 다 합쳐도 러시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방문 직전 미사일총국 산하 연구소를 방문했는데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로켓 엔진도 40%의 성능 향상이 이뤄졌음을 밝혔습니다. 또 기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단독으로 미국을 격파할 힘을 과시했습니다.
이처럼 북·중·러는 모두 단독으로 미국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단결을 과시했습니다. 여러 분야 가운데 특히 군사력 분야는 미국을 완전히 압도합니다.
만약 북·중·러가 함께 세계 곳곳에 평화유지군을 보낸다면 대적할 상대가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에 군함을 집결시켜 침공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북·중·러 연합 평화유지군이 투입되면 미국은 상대가 안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경제 분야를 살펴봅시다.
최근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장기물 금리 역시 심리적 저항선인 5%에 육박하며 국채 시장에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채 금리 인상은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는 얘기인데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그만큼 미국과 서방 경제가 어렵다는 걸 말해줍니다.
반면 북·중·러는 미국과 서방의 장기간 경제 제재와 봉쇄 속에서도 빠른 경제 성장을 보입니다.
북한은 올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완공했습니다. 이곳을 다녀온 러시아 관광객들은 “여느 유럽 리조트와도 경쟁할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진만 봐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하나의 휴양도시를 건설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북한은 낙후한 지역이 없도록 전국을 빠짐없이 개발하겠다는 ‘지방발전 210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촌 마을에도 고급 주택단지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을 만나려고 한다는 생각이 틀릴 수 있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 ▲ 갈마해안관광지구. |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 속에서도 2025년 상반기 경제성장률 5.3%로 목표치를 뛰어넘었습니다. 특히 수출은 5.9% 성장했고 산업 생산은 6.4%나 확대됐습니다. 흔히 중국 경제 성장을 두고 저임금 노동력으로 이룬 성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2022년 기준 약 600조 원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이 가운데 기초연구 비중을 15%까지 확대했습니다. 게다가 대형 연구과제 책임자 절반 이상을 40세 이하로 채우는 ‘젊은 인재 의무 할당제’도 도입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2023년부터 논문 질적 수준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인공지능 ‘딥시크’ 충격도 이래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력한 경제 제재로 침체에 빠질 것이란 서방의 예측을 비웃듯 오히려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2024년 경제성장률은 4.1%나 되었고 실업률은 2.4%에 불과합니다. 2024년 12월 기준 러시아 근로자의 급여 상승률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21.9%나 됐습니다. 덕분에 9.5%나 되는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소비가 늘었습니다. 게다가 전쟁 이후 외국 기업이 썰물 빠지듯 철수하면서 그 자리를 러시아 기업이 차지해 국부 유출을 막는 효과를 냈습니다.
수세에 몰리는 미국
중국 전승절에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자 트럼프 대통령 반응도 흥미로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이하 현지 시각) 북·중·러 정상의 만남에 관해 기자들에게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밤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시진핑 주석과 위대한 중국 국민이 멋지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축하의 날을 보내시길 바란다”라고 쓰고서 “당신들이 미국을 상대로 공모하는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따뜻한 인사를 전해주기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북·중·러 정상이 모여서 반미 공모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꼰 것입니다.
그러다 시 주석의 열병식 연설을 듣고는 3일 “미국이 중국을 매우, 매우 많이 도왔기 때문에 (연설에서) 미국이 반드시 언급돼야 했다”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또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열병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그들은 내가 보기를 바랐을 거고, 나는 (열병식을) 보고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답변 중에 기자에게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눈으로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나 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중국의 전승절이 미국에 특별히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왜 그럴까요? 미국의 구도가 틀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중·러를 이간질하고 싶었는데 전승절을 계기로 오히려 단결이 강화됐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미국이 낄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이간질할 생각이 없고 세계 평화와 단합을 바란다면 중국의 전승절은 미국도 축하할 행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일제의 패망과 2차 세계대전 승리에는 미국도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한국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냈습니다. 주된 목적은 북한과 접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합니다. 북한을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면서 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가난하고 사납다는 험담을 했을까요? 이건 만나지 말자는 말 아니었나요? 욕을 하면서 자신을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무슨 사이코패스 같은 행태입니다. 북한이 외면하는 게 당연합니다. 오히려 얻어맞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상대는 패고 싶었을 텐데 말입니다.
박지원 의원은 기념 만찬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뒤에서 두 번이나 불렀지만 돌아보지 않았다고 얘기했습니다. 이건 엄청난 외교 결례입니다. 붐비는 백화점에서 헤어진 애인을 부르는 것만큼이나 추접한 행동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우 국회의장을 향해 북한에 전할 말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푸틴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는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없다는 게 입증됐습니다.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는 미국, 서방보다 어떤 면에서 더 강력한 다극화의 축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는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 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왼쪽에는 북·중·러가 있고 오른쪽에는 미국, 일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일본 앞에 납작 엎드리는 바람에 우리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격동의 시대에 우리는 쪼그라들었습니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해 결국 망할 판입니다.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당당한 외교를 했고 최고의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빛의 혁명이 만들어 준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에 가서 반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통령실 참모는 “이 대통령이 이를 악물고 칭찬 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남북이 너무나 대비됩니다.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한 빛의 혁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민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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