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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4] 트럼프에게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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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1-24 09:3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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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4] 트럼프에게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1월 23일 서울

트럼프가 북미대화를 원하는 목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건 누구나 인정합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자기가 집권하면 즉각 북미대화를 재개하겠다고 했고, 실제 대통령이 된 뒤에도 북한에 친서를 보내면서 계속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의 목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는 것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미국은 전쟁으로 다른 나라를 점령하고 약탈해 유지되는 제국주의 국가입니다. 세계 패권이 눈에 띄게 허물어져 가는 미국 처지에서 갈수록 전쟁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미의 선봉에 있던 북한을 무너뜨리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은 미국에 실질적 위협입니다. 따라서 직접 북한과 전쟁하기보다 한국을 내세워 대리전을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있으니 대리전을 하려고 해도 미국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강도 드론 분쟁을 추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작성한 메모에 나오는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 분쟁의 일상화 (정찰 및 전단 작전, 그러나 영공 침범 시 물리적 격추)”라는 문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마도 12.3내란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의중을 담은 메모일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이 12.3내란을 일으키기 위해 북한에 드론을 보냈을 때 북한은 곧바로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한국군이 드론을 보냈다고 해도 미국 책임이며 ‘핵보유국의 주권’을 침해했으므로 미국에 핵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저강도 드론 분쟁의 불똥이 미국에 튀지 않게 하려면 미국이 북한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합니다.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이 날아가는 상황을 가정한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를 보면 미국은 곧바로 러시아와 중국에 연락해 미사일 발사 여부를 확인하고 협상을 합니다. 그러나 북한과는 긴급 연락망(핫라인)이 없으니 소통을 할 수 없어 답답해합니다. 

 

이걸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간절히 원하는 건 연락망을 구축해 저강도 드론 분쟁을 시작해도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전쟁을 위한 대화인 것입니다. 북한도 이를 간파했기 때문에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평화를 위해 북미대화를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도 중재하고, 인도-파키스탄 분쟁과 태국-캄보디아 분쟁도 자기가 중재해서 멈췄다며 숟가락을 얹고,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다고 대놓고 얘기하고, 이런 일련의 모습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원한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규모 살상 무기를 보내 전쟁을 지속하도록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부추긴 게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걸 간과한 생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봅시다.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평화 사절)라고 띄우면서 자신은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합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견인차가 되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재명 정부가 실제로 북한을 향해 하는 일을 보면 전쟁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정부는 “가능한 한 조속히”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나아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약 36조 원)를 지출하기로 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시기 미국 무기 구매에 2조 5천억 원, 윤석열 정부 시기 27조 원을 지출한 것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입니다. 핵잠수함 도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미연합훈련도 연중 쉬지 않고 진행합니다. 예전에는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하는 식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 훈련을 합니다. 지난 20일에도 진영승 합참의장은 호국훈련 현장을 방문해 도하훈련을 하는 한미 장병을 격려했습니다. 이 훈련은 최전방에서 강에 다리를 놔 북한으로 진격하는 훈련으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자랑했습니다. 

 

▲ 미군 장병을 격려하는 진영승 합참의장.  © 국방부


한미연합훈련뿐 아니라 한·미·일 연합훈련도 자주 진행하며 점점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고 있습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핵·재래식 통합 도상연습(TTX)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군사적 조치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행보도 한반도 평화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부른다거나, 북미대화가 무산된 것을 두고 “아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이해를 잘 못한 상태”라며 북한에 책임을 돌립니다. 또 북한이 여러 차례 걸쳐 경고했지만 ‘북한 비핵화’ 주장을 반복합니다. 그것도 비핵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자리에 가서도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 북한을 자극합니다. 이건 모두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방증입니다. 안규백 국방부장관도 북한을 주적이라 부르고 핵잠수함 도입 결정을 자랑하며 북한 최고지도자 실명을 거론해 북한을 자극했습니다. 

 

또 서방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추진하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불참했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공동제안국에 복귀했는데 그 기조를 이어간 것입니다. 보수 측에서도 의아하게 여길 정도로 반북 대결적인 행보입니다. 

 

이걸 보면 이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거나,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거나 이야기하지만 다 말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은 단순하고 속이 다 보이는 자였습니다. 그래서 전쟁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걸 누구나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겉으로는 평화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전쟁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더 교활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저강도 대리전을 위한 것임을 알면서도 피스메이커라고 포장해 주는 것 역시 매우 교활한 모습입니다. 

 

물론 미국인 처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말마따나 “전쟁이 나도 한반도에서 나는 것이고 수천 명이 죽더라도 거기서 죽는 것이지 미국에서 죽는 것이 아닌” 그런 전쟁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처지에서는 전쟁입니다. 이걸 보면 피스메이커는 미국 중심의 표현입니다. 

 

트럼프에게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

 

국내 전문가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평화를 추구한다거나, 아니면 미국의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고립주의를 선택하고 평화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신보수주의세력, 이른바 네오콘과 대립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하려는 걸 네오콘이 가로막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이들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무산시킨 주범으로 대표적인 네오콘인 존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합니다. 예를 들어 김경협 민주당 전 의원은 2020년 한 강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네오콘에 발목이 잡혀 한반도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종전선언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세력은 미국 군산복합체이고, 그것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중앙일보와 대담에서 “만약 트럼프가 네오콘과 현실주의자들(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모두 멀리한다면 (북핵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으나, 전통적인 셈법에선 불가능하다”라며 네오콘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반해 북한 비핵화 정책을 폐기하는 걸 막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촛불행동tv에 출연한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트럼프가 개인이라면 (대북 적대 정책 폐기를) 하고 싶은데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 설득을 못 하고 있다. 루비오 (국무부장관) 등 네오콘 세력 설득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적대 정책을 앞세우는 네오콘 세력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으로 북미관계를 개선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평화협정도 체결하고 싶어 하지만 네오콘 세력을 넘지 못한다고 평가합니다. 

 

이는 미국의 전형적인 강경파-온건파 전술 혹은 매파-비둘기파 전술에 속은 것입니다. 미국은 과거 소련이나 중국을 대할 때 강온 양면 전략으로 상대방을 현혹했습니다. 그런 전술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물론 미국 내에도 다양한 노선을 가진 세력이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다르고, 마가(MAGA) 세력과 네오콘 세력이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 내에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국익을 위해 군대를 동원하며 다른 나라를 약탈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언제, 누구를, 어떤 식으로 약탈할지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이들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서로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게 상대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헷갈리게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네오콘 내에서도 강경파인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에 기용한 것은 사실 북한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합의 무산의 책임을 네오콘 세력에게 떠넘기기 위한 술책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심으로 하노이 회담을 성사하고자 했다면 볼턴을 기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북·중·러의 힘이 너무 세져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결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중·러의 힘이 강해진 것도 맞고 그래서 미국이 함부로 군사 대결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군대를 동원해 침략하고, 경제 약탈을 하고, 정치적으로 지배·통제하는 속성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 안 되면 다음에, 전면전이 안 되면 국지전이나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직접 못 하면 대리전으로, 어떤 식으로든 침략과 약탈을 합니다. 

 

2022년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 때 대부분의 전문가는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결국 우크라이나가 물러설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제국주의 속성상 미국은 나토를 동원해 전쟁을 준비시키고 또 부추겼습니다. 또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언론에 너무 전쟁 발발설을 유포하는 바람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발 전쟁 얘기 좀 그만 하라’고 하소연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어이 전쟁이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피하고 고립주의 노선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이란을 폭격하고,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기 위해 핵항공모함 함대를 집결시키는 걸 보면 전직 대통령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제국주의 독점자본은 속성상 수세에 빠지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수세를 죽음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전쟁에 더 매달립니다. 지금은 직접 전쟁하기 어려워 대리전에 집착합니다. 

 

미국의 내부 상황을 자세히 분석하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제국주의에 환상을 가지면 안 됩니다.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가 왜 미국에 속아 붕괴했는지 생각해 봅시다. 어떤 이들은 카다피가 어리석었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그는 한때 리비아의 영웅이었으며 아랍 세계의 단결, 아프리카의 단결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그는 이슬람주의, 범아랍주의, 사회주의를 융합한 독자적인 사상을 창시하고 리비아를 번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전쟁의 본질이 미국의 이간질에 있다며 양국에 특사를 보내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미국은 반미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한 카다피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먼저 1979년 테러지원국 지정, 1981년 단교, 1986년 경제제재 추가와 카다피 관저 폭격, 1996년 이란-리비아 제재법안 의결 등으로 리비아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카다피 정부가 굴복하지 않자 미국은 작전을 바꿉니다. 2004년 1월 미국은 리비아가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확실하고 응당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유혹하였습니다. 미국의 제재로 고통받던 리비아는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제거했고 핵개발도 중단했습니다. 미국은 리비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섭니다. 2006년 5월 15일 미국은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25년 만에 외교관계를 전면 복원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2008년 9월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리비아를 방문했고 10월에는 리비아에 미국 무역사무소를 세웠습니다. 2009년 미국과 리비아는 마지막 남은 고농축우라늄 제거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리비아가 무장해제를 완료하자 2011년 미국은 리비아 반군을 무장시켜 내전을 일으켰으며 끝내 카다피 정부는 붕괴했습니다. 

 

이처럼 제국주의에 환상을 가지면 누구나 카다피처럼 될 수 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미국의 본질을 직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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