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48] 유시민의 ABC론은 국민주권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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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3-22 10:4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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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48] 유시민의 ABC론은 국민주권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기준
■ ABC 구분법은 낙인찍기와 마녀사냥 부를 수 있어
■ 국민 중심이 아닌 상층 정치인 중심의 관점
■ 한국에서 A형 정치인은 불가능
유시민 작가가 18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범여권 정치인과 유튜버, 지지층을 A·B·C 세 그룹으로 분류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A 그룹은 가치를 중시하는 핵심 지지층으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잘못될까 봐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며 어려움이 닥치면 끝까지 버티는 힘이 된다고 합니다.
B 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이들로 예를 들어 선거를 앞두고 공천받기 위해 ‘나는 친명이다’라고 나서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출세를 위해 권력자의 생각을 예측하고 거기에 편승하지만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이 대통령을 떠나 돌을 던질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C 그룹은 A와 B의 교집합으로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현실적 이익과 생존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현실주의자입니다. 이들은 A와 B가 싸울 때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듣는다며 유 작가는 “가장 성공하는 리더는 C 그룹에서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전형적인 C 그룹 스타일”이라고 했습니다.
유 작가가 출연한 방송은 하루 만에 조회수 200만 회를 돌파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가 A이고 누가 B, C인지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유 작가의 구분법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도 쏟아졌습니다.
유 작가의 ABC 구분법은 MBTI 성격유형지표처럼 사람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편리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내면을 너무 쉽게 이분법으로 재단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개인의 MBTI가 변하듯 어제는 A였던 사람이 내일은 B에 속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복잡성과 변화 가능성이 있음에도 자칫 사람들을 ‘나는 A, 너는 B’ 이런 식으로 낙인찍어 구분하면 갈등과 분열을 키울 뿐입니다. 나아가 국민 사이에서 ‘나중에 가장 먼저 배신할 사람’이 누군지 찾는 마녀사냥을 부추길 수 있어 심각합니다. 벌써 인터넷상에서 일부 정치인이 “나는 A형”이라고 주장하며 편 가르기를 하는가 하면 “유시민 발언에 발끈하는 사람이 B”라는 식의 마녀사냥이 시작됐습니다.
유 작가가 ABC 구분법을 들고나온 배경에는 선민의식이 있습니다. 자기가 민주진영의 중심이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정통파라는 자만심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정통파에 끼지 못하는 곁다리가 됩니다. 사실 유 작가의 선민의식은 전부터 유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는 신념과 지조를 지키는데 나머지는 다 이익을 좇아 몰려다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유 작가는 친문세력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입니다. 유 작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을 하나로 묶어 이들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A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B는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배신할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을 배신한 사람은 B에 속하므로 이 대통령도 배신할 사람이 됩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A라면 문 전 대통령도 지켜야 합니다. 다시 말해 유 작가는 ‘친명이 곧 친문이다’라며 친문세력 부활의 명분을 제시한 것입니다.
국민을 중심으로 보자
유 작가의 주장은 국민 중심이 아닌 상층 정치인 중심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국민주권시대와 동떨어진 낡은 주장입니다. 대통령을 지키면 A, 중간에 버리면 B라는 기준은 철저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놓은 개념입니다. 국민이 중심이라면 ‘국민을 위하면 성공한 대통령, 국민의 버림을 받으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기준을 제시했을 것입니다.
국민 중심의 기준으로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입니다. 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이 임기 후 등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1월 28일 현 이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 공과 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잘한 일이 많다’는 응답 순으로 보면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이명박 다음으로 6위를 차지했습니다. 김영삼, 이명박보다도 낮게 나왔습니다. ‘잘못한 일이 많다’는 응답 순으로 보면 윤석열, 전두환, 박근혜, 노태우, 이명박 다음으로 역시 6위입니다. 이승만보다도 잘못한 일이 많다는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사람들이 문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건 여러 정책 실패도 있지만 특히 윤석열을 탄생시켰다는 점이 크게 작용합니다. 결정적 순간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윤석열을 징계할 때 추 전 장관을 주저앉히고 윤석열 편을 든 것입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두둔했습니다. 정치 중립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던 추 전 장관을 공격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이를 두고 한 번도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한겨레 기자와 퇴임 후 첫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사과했다고 하지만 실제 발언을 보면 발탁은 조국 전 장관 탓, 징계 실패는 추 전 장관 탓, 대선 패배는 이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는 ‘대통령이었으니까 내가 제일 큰 책임’이라는 식으로 뭉뚱그렸을 뿐입니다.
이러니 많은 이들이 문 전 대통령을 싫어하고 배척합니다.
한국에서 A형 정치인은 불가능
정치인을 A·B·C로 분류한다면 한국에서는 B형 정치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A형을 자처하는 정치인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A형은 정치를 오래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을 위한 정견과 가치관이 뚜렷하고 국민의 신망을 얻었던 정치인, 예를 들어 여운형, 김구, 조봉암 선생은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납치되어 죽을 뻔했고 사형선고도 받았습니다. 이러니 정치판에서 제대로 세력화도 하지 못합니다. 진보를 표방했던 많은 정치인이 탄압받아서 제대로 정치를 할 수 없었고 정당·단체들은 강제 해산됐습니다. 모두 국가보안법과 정치검찰 때문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소에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아울러 갖추어야 한다”라고 자주 말했습니다. 유 작가는 이 발언을 C형의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과 유 작가가 말한 C형은 다릅니다. 유 작가가 말한 C형은 가치를 추구하는 A형과 이익을 추구하는 B형의 교집합입니다. ‘현실감각’과 ‘이익’은 다릅니다.
김 전 대통령의 말은 정치인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려면 현실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상만 좋다고 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능력을 함께 갖춰야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 작가가 말한 C형은 가치도 추구하고 자기 이익도 추구하는 양다리를 걸친 정치인을 뜻합니다. 공적 가치와 개인의 이익이 충돌할 때 과연 무엇을 앞세우느냐에 따라 그 정치인이 진짜 C형인지, 아니면 B형인지 나뉘겠지요.
현실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이야기한 정치인, 즉 자신의 가치를 현실에서 풀어내는 능력을 갖춘 이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국민이 인정하는 지도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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