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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33] [아침햇살133] 성 김은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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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7-02 16:1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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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1.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방한했다. 성 김 특별대표가 방한한 목적은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월 17일에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과 대결할 가능성이 크니 대결을 잘 준비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미국은 이 발언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발언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라며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 김을 한국에 보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성 김은 6월 21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라며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6월 22일 미국의 행태를 “꿈보다 해몽”이라고 풍자하며 미국의 대화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리선권 외무상은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성 김 특별대표는 결국 북한을 만나지 못하고 쓸쓸히 발걸음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북한을 만나보겠다고 한국까지 날아왔는데 문전박대를 당했다. 속된 말로 ‘개무시’를 당했다. 미국이 이야기를 하자는데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하는 나라가 북한 말고 또 있을까 싶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으로선 엄청난 수모와 망신을 겪은 셈이다. 성 김은 출국하기 전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을 떠났다.

사실 미국의 수모는 예견된 것이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3월 17일 미국의 시간벌이에 응해 줄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도 미국이 새로 결정한 대북정책을 설명하겠다며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그 후 북한이 태도를 바꿀 만큼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까지 와서 북한에 만나달라고 요청했고 예상대로 거절당했다. 미국은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바이든 정부는 4월 30일 발표한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동맹국, 실전 배치된 주둔 병력의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고려하면 성 김 특별대표의 방한은 미국과 일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안전을 위한 차원의 행동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을 적대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했고 다가오는 8월에도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대북제재도 지속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도 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으로 미국을 대하겠다고 했다. 또한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겠다고 밝혔다. 5월 31일에는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다”라고 말해 미 본토를 겨냥하고 있음을 천명했다.

다급한 미국은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결이 격화되는 걸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설사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에 대화 의지를 계속 피력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문전박대 당할 걸 알면서도 성 김 특별대표를 한국으로 보낸 것으로 보인다. 대화하는 시늉이라도 내서 시간벌이를 하려는 속셈이다.

그런데 성 김 특별대표가 빈손으로 귀국하게 된 파장은 생각보다 멀리 퍼졌다. 그래서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미국은 6월 28일부터 7월 10일까지 유럽의 흑해에서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시 브리즈21(Sea Breeze 21)’을 실시한다. 시 브리즈는 러시아 압박용 군사훈련이다. 올해 시 브리즈 훈련은 특별하게 준비됐다. 2017년엔 18개 나라가, 작년엔 9개 나라가 참가했는데 올해엔 32개국이 참가하게 되었다. 미국이 예년에 비해 훈련 규모를 두세 배 키운 것이다.

미국이 시 브리즈 훈련의 규모를 키운 건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는데 2014년 러시아가 자기네 영토로 편입했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로도 분쟁이 지속됐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국민들은 2014년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들을 제압하려 했다. 그래서 일어난 군사충돌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도 우크라이나는 군을 동부지역에 보내 진압하려 했지만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으로 대규모 군대를 보내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견제했다. 러시아는 4월 8일 우크라이나군이 행동에 나서면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6월 23일에는 흑해에서 영국과 러시아가 충돌하는 일이 일어났다. 영국 해군 구축함이 크림반도 러시아 해역을 3km 침범한 것이다. 러시아는 전략폭격기 수호이를 출격시켜 폭탄 4발을 위협투하했고 그러자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 밖으로 도망쳤다. 미국과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패배한 것이다.

영국 국방부는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영국 해군 함정은 국제법을 준수하며 우크라이나 영해를 무해통항* 중”이었고 “경고사격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러시아는 러시아 영해로 넘어온 영국 구축함 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구축함에 타고 있던 BBC 기자도 “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사격하겠다는 경고가 들렸고 이후 멀리서 사격하는 소리가 들렸다”라고 증언했다. 이를 보면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인 것 같다.
*무해통항: 아무 문제의 소지 없이 항해하는 것

크림반도를 둘러싼 대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로 재편됐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큰 파열구를 내는 중대 사건이 일어났다. 그 중 하나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이다. 다음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해 미국을 위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 북한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이다. 이 사건들이 파열구를 내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는 자본주의 체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패퇴하고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까지 느끼는 지경이 됐다.

사실 미국이 러시아와 대결에서 밀려난 건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2008년에는 러시아와 조지아의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원래 조지아는 소련 소속 국가였는데 소련 붕괴 후 친미 국가로 변했다. 나라 이름도 소련 시절엔 러시아어식으로 그루지야였지만, 친미 국가로 돌아서면서 영어식으로 조지아로 바꾸었다.

조지아에서도 우크라이나처럼 영토분쟁이 있다. 1990년대 초 남오세티야 공화국-알라니야국은 조지아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그때로부터 지금껏 조지아와 남오세티야는 갈등을 빚고 있다.

조지아는 2008년 미국의 지원 약속을 믿고 남오세티야를 공격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전쟁에 개입해 조지아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때 지원을 약속했던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조지아가 패배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 개입하지 못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에서도 대결한 적 있다. 미국은 시리아 반정부군을 지원했고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 대리전을 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슬람국가(ISIS)를 격퇴하겠다며 직접 시리아 땅에 군대를 들이밀기도 했다. 이 대결은 미국이 2019년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결정하며 사실상 미국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터키가 미국의 미사일을 사느냐 아니면 러시아의 무기를 사느냐를 두고도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이 펼쳐졌다. 미국은 터키를 경제제재까지 하면서 미국 무기를 살 것을 강요했지만 터키는 끝내 러시아의 무기를 구매했다. 터키는 친미 국가에 속했지만 이제는 반미 국가에 가까워졌다.

독일은 러시아와 천연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미국은 대러제재 위반이라며 중단시키려 했지만 독일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러시아와의 가스관 연결을 강행했다.

이렇게 미국은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밀렸던 적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크림반도 사건은 이들 사건과는 다른 결정적인 의의를 갖는다.

우크라이나도 과거 소련에 소속돼 있는 나라였다. 우크라이나엔 소련이 배치한 핵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소련이 해체되자 우크라이나는 별안간 핵보유국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그 대신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자기네 영토로 병합시키는데도 미국과 서방사회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영토 병합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대결 중에 가장 강력한 승리다. 권투 시합으로 말하면 러시아가 미국을 다운시킨 것과 다름없다. 1991년 소련 해체를 겪으며 패배했던 러시아가 2014년 미국에 역전타를 날렸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이대로 방치하면 제국으로서의 위신을 세울 수 없다. 군사력으로 세계를 재패했다는 미국이 러시아가 영토를 빼앗는 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고 손 놓고 있는다면 누가 미국을 따르겠는가.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일본의 일본경제연구센터와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소 등은 2028년이면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를 추월할 거라고 내다보았다. 대체로 길어도 10년 정도면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따라잡는다고 예상한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쥘 수 있었던 힘 중 하나인 경제력에서 세계 2등 국가로 전락할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 됐다.

미국은 군사적으로도 북한과의 대결에서 하염없이 당하고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화염과 분노’ 운운하면서 대결정책을 폈다. 그러다 북한이 2017년 11월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자 미국은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압박을 당했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은 “(미 본토가 공격당하는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랴부랴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리고 틈만 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계가 좋다며 자랑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전쟁을 막았다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세계패권을 쥘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인 군사력에서 북한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은 내부적으로도 무너지고 있다. 올해 1월 6일에는 바이든 정부 출범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미 의사당을 점거당하는 등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또한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상황이라 ‘절망의 나라’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절망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절망사란 빈부격차가 커져 좌절을 느낀 빈곤층이 자살, 알코올 중독, 마약으로 죽게 되는 걸 말한다. 미국에서의 절망사는 1995년 6만 5천 명이던 게 2018년 15만 8천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절망사 때문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의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축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6월 24일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12층 아파트가 순식간에 붕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마치 오늘날 미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미국은 패권이 몰락하는 상황을 뒤집어 보려 발버둥 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바이든도 대선 슬로건으로 “재건”을 내세웠다. 미국이 크림반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련을 붕괴시킴으로써 세계를 제패했듯 러시아에 맞서 크림반도를 되찾음으로써 재역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그렇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상황은 미국의 생각대로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고 있다. 영국을 내세워 구축함을 들이밀어 보았지만 보기 좋게 패퇴하고 말았다. 사실 미국 자신도 2014년 크림반도 사건 초기에 흑해에 구축함 도널드 쿡함을 진입시킨 적 있다. 그러다 러시아가 출격시킨 수호이가 고도 150m까지 내려와 위협비행을 하는 바람에 후퇴했다.

그래서 미국은 상황을 만회해보고자 이를 갈고 시 브리즈 훈련을 규모를 크게 늘리며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시 브리즈 훈련에 한국이 불참한 사연



시 브리즈 훈련 준비 과정에서 또 하나 특이한 일이 있었다.

미국은 시 브리즈 훈련 공식 발표 자료에 한국을 훈련 참가국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미국이 초청한 바는 있지만 참가하지 않고 참관할 계획도 없다며 부인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한국군이 공개적으로 참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건 미국이 참가하지 않아도 좋다고 승인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은 왜 한국군의 불참을 승인했을까? 그건 바로 북미대결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이 시 브리즈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면 그만큼 대북 군사 태세에 빈틈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서 미국 패권에 결정적인 파열구를 낸 3가지 사건으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꼽았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는 상당히 강경대응 하고 있다. 미국이 크림반도를 수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건 앞서서 살펴봤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도 대만을 지원하며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며 대만과는 단교했다. 그런데 2019년 미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고 2020년엔 대만에 무기를 수출했으며 올해엔 특사단을 파견해 대만과의 교류를 가졌다. 이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고 있어 중국과 미국-대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해협아카데미’는 중국과 대만의 전쟁위험성을 지수로 나타냈는데 그 수치는 7.21로 평가됐다. 과거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이 내전을 치렀던 1950년대의 위험 지수가 6.7 정도였다고 하니, 지금은 무척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의 긴밀한 관계가 중국과의 무력충돌 위험을 높이는 가장 큰 요소”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데 유독 북한에만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무리 모욕을 당하고 멸시를 당해도 초지일관 대화를 제안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할까 봐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는 군사충돌이 일어나더라도 그 지역에 국한한 충돌로 조절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군사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에 국한된 충돌로 그치는 게 아니라 미 본토를 공격당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과는 직접적인 대결을 피하려고 한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 이는 물론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뜻이며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에 상응하는 강경대응을 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은 데에는 북중러 연대의 의미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하면 미국은 본토가 공격당할 위험에서 벗어난다. 그러면 미국은 북미대결에 투입했던 역량을 중국이나 러시아와 대결하는 데로 돌릴 수 있게 된다.

만약 북한이 성 김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다면, 미국은 러시아를 상대할 역량을 더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영해에 들어갔다가 충돌이 일어났을 때 후퇴하지 않고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며 더 큰 공세를 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면 미국과 유럽에 크림반도에서 진격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화를 거절함으로써 미국과의 대결국면을 지속시켰다. 그 결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한눈을 팔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 해군을 흑해로 불러오는 걸 포기하고 한국이 훈련에 불참하는 걸 용인해주게 된 것이다.

 

4. 결론



세상이 넓다 하지만, 때론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이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성 김이 북한에 수모를 당하고 돌아간 것과 한국군이 시 브리즈 훈련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도록 승인받은 것, 그리고 영국의 구축함이 흑해로 들어갔다가 후퇴하게 된 것도 모두 연관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와 크림반도, 이 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 진영과 북중러 사회주의 반제진영의 세계적 대결이 대단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세계적 대결에서 미국과 서방세계 진영은 자기 스스로 심각한 위기 의식을 느낄 정도로 수세에 빠져 있다. 반면 북중러는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상당히 강한 공세를 펴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려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는 식으로 서로 분열이 되는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매우 공고한 전략적 유대·협력을 하고 있다. 6월 28일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화상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은 “아무리 험난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22일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도자가 중국과 군사동맹을 언급한 건 1950년 이후 처음이다. 북중관계는 2018년에 수차례 정상회담을 열며 최상의 경지로 올라섰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9년 정상회담을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 칼을 선물로 주고 받았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라며 칼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주고 받은 바로 그 칼이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패권을 베어버리려는 듯하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위기와 북중러의 공고한 연대는 오늘날 세계적 대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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