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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41] 지각변동: 아프간에서 미국의 참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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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9-08 09:1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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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41] 지각변동: 아프간에서 미국의 참패②

이 형 구 :: 자주시보

 

지난 글(http://jajusibo.com/56659)에 이어서 계속

 

 

 

 

 

4. 미국 참패 요인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이 세계 최빈국 아프간의 한 정파인 탈레반에 패배하자 미국이 패배한 원인이 무엇인지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프간이 내륙에 있으며 영토가 넓고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다는 지리적 요인이 꼽힌다. 미군이 험준한 산악지대에 들어간 탈레반을 소탕하기 어려웠고 물자 수송에 곤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전쟁을 시작했을까? 미국에 앞서 영국과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패퇴한 적이 있다. 그때도 패배 요인으로 매번 아프간의 지리적 요인이 꼽혔다. 미국은 아프간의 이런 특성을 알고 있으면서 아프간을 침략했고 끝내 패배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패배한 요인을 옳게 찾기 위해 지리적 요인보다는 더 본질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이 패배한 본질적인 요인은 주관주의에 있다. 주관주의란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느낌이나 개인적 견해만을 중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국은 아프간전을 시작한 목적부터 전쟁 방법과 아프간 통치에 이르기까지 객관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 멋대로 판단하며 자기 이익만을 추구했다. 이런 주관주의가 미국을 패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1) 주관적 욕망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기본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남의 나라 또는 후진 민족을 정복하여 큰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는 침략주의적 경향’이다. 과거 제국주의 국가는 다른 나라를 점령해 직접 지배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후 제국주의 국가들은 ‘형식적으로는 독립을 허용하면서 정치·경제·사회·군사적 측면에서 사실상 지배’하는 신식민주의로 정책을 전환했다. 미국은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 패권을 장악해 자기의 이권을 관철하려는 제국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자본가들끼리 경쟁 끝에 승리해 시장을 장악하는 독점자본이 형성되는데 그 독점자본이 자기 나라를 넘어 다른 나라에서까지 독점을 실현하려 하면서 제국주의가 생겨난다. 따라서 제국주의 국가는 태생적으로 침략적 속성을 갖는다. 제국주의는 결코 다른 나라와 평등한 관계를 맺고 공존, 공리, 공영을 추구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조선 말기 청나라와 러시아 그리고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했다. 이들은 조선과 우호관계를 맺고 평등한 경제교류를 하는 대신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 했다. 심지어 조선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전쟁을 벌였다.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와 일본이 각각 전쟁을 했고 최종적으로 승리한 건 일본이었다. 그 결과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게 됐고 청나라와 러시아는 경쟁에서 밀려 국력이 쇠해져 몰락했다. 청나라는 붕괴했고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났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제국주의는 독점에 실패하면 붕괴하게 된다. 그래서 독점자본과 제국주의는 지배와 약탈을 쉬지 않는다.

 

먼저 독점자본은 자기 나라에서부터 수탈을 저지른다. 

 

독점자본은 자기 나라가 경제 위기에 빠져도 노동자 민중에 대한 약탈을 그만두지 않는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일부 자본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우려하여 사회기부 같은 걸 한다. 또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선 자본가들이 빈곤 퇴치 활동 같은 데에 나서는 ‘박애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회기부로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이런 행동이라도 하는 독점자본가는 극소수고 대다수 독점자본가는 전혀 양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해진다. 경제가 위축된 나머지 먹을거리의 총량이 줄어든다고 할지라도 독점자본은 약탈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독점자본의 영향으로 미국 안에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현상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멘티브가 지난 6월 25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4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특히 18세에서 24세의 성인 중에선 52%가, 흑인 중에선 60%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극우세력이 성장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미국 경제가 몰락해 민생이 어려워지자 미국의 독점자본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2011년엔 미국 금융자본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어 확산했다.

 

그런데 이때 트럼프가 등장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어려운 책임을 독점자본이 아닌 흑인과 이민자, 동양인에게로 돌렸다.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이 경쟁국들의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코로나의 국제적 확산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중국혐오를 조장했다. 트럼프는 백인에게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라고 인종주의적 발언을 하고 흑인에게는 “(그들이 사는 지역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다”라고 비하했다. 이민자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월가를 점령하라’ 같은 진보적인 움직임이 맥을 못 추게 됐다. 극우세력이 확대되면서 미국인을 현혹해 진보적인 움직임을 막은 것이다.

 

다음으로 독점자본은 대외적으로 제국주의를 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뜯어간다. 2021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약 1조 2천억 원이다. 주한미군이 이 돈을 다 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남은 돈을 돌려주지도 않는다. 미국은 2019년 쓰지 않고 쌓아둔 방위비분담금 약 3천억 원을 미 재무부 계좌로 송금했다. 이래서야 방위비분담금이 아니라 미국의 쌈짓돈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 무기를 강매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산 무기를 약 36조 원어치나 구매했다. 2021년 8월 25일 미 국무부는 한국에 3천억 원어치 무기 판매를 신규 승인했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 무기를 네 번째로 많이 사는 나라다. 

 

미국은 각종 소송을 걸어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애플이 삼성에 끊임없이 특허소송을 걸고 있다는 건 많이 알려진 일이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2020년 한 해 동안 42건의 특허소송을 당했다. 2021년엔 5월까지 23건의 특허소송이 걸렸다. 미국은 다양한 기업들을 동원해 삼성에 소송을 거는데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이런 소송을 근거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의혹 조사를 벌였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삼성에 제동을 걸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던진 분야는 철강에서부터 침대 매트리스에 이르기까지 광폭적이다. 미국은 중국이 시장가격을 교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미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는 세계무역기구(WTO)마저도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중국이 보복관세를 해도 좋다고 허가할 정도였다. 관세폭탄의 영향으로 2020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2018년에 비해 75조 원 감소했다. 이게 무슨 시장경제고 자유경쟁인가.

 

말로는 민주주의니 정의니 외치지만 미국의 실체는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 어떤 짓이든 서슴없이 저지르는 제국주의 국가일 뿐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략한 목적도 아프간을 지배하고 약탈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아프간의 인권을 위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런 미국이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인가. 미국은 아프간 국민을 위하긴커녕 선심성 정책 하나 추진하지 않았다. 일례로 아프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칸다하르에는 대형병원이 단 하나뿐이다. 중국이 1970년대에 지어주었는데 그 후로 단 하나의 대형병원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인터뷰한 아프간의 한 부족민은 “20년 동안 전 세계가 이 나라에 들어왔고 해외에서 돈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우리에게는 어떤 도움을 줬는지 모르겠다”라며 그들이 물이나 전기를 주고 도로를 포장해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관심사는 아프간 사람들이 아니라 오로지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는 것뿐이었다. 2007년, 당시 아프간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이었던 말라라이 조야는 미국이 탈레반을 제거하기 위해 악명 높은 범죄자에 정권을 주었다며 “서방의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와 해방을 이야기하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리의 상처받은 조국을 전쟁과 범죄와 마약이 범람하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아프간의 자원을 갖고 싶으면 아프간 정부와 협정을 맺어 경제교류를 하면 된다. 아프간에 미군 군사기지를 두고 싶으면 아프간 정부에 의향을 묻고 아프간 정부가 동의하면 합당한 비용을 내고 군사기지를 얻어 사용하면 된다. 이처럼 미국이 아프간과 서로 함께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고 더불어 번영해나가려 했다면 아프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과 아프간은 평화롭게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공존, 공리, 공영을 모른다. 미국은 아프간을 약탈해 독점자본의 배를 불리려 했다. 미국은 아프간의 자원이 탐난다고, 아프간에 기지를 갖고 싶다고 아프간을 침략했다. 이렇게 행동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약탈을 하면 언젠가 민중의 저항을 받아 결국 멸망하기 마련이다. 이런 객관 현실을 무시하고 무한 독점과 약탈을 추구한 미국의 주관주의적 욕망이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주관적 욕망은 미국에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빚을 안겨주며 미국을 파멸시키는 화살로 돌아왔다. 이 주관적 욕망이 미국을 패배로 이끈 첫 번째 요인이다. 

 

 

▲ 미국 첨단무기로 무장한 탈레반

 

▲ 미국 첨단무기로 무장한 탈레반

 

▲ 미국 첨단무기로 무장한 탈레반



2) 주관적 침략전쟁관: 돈과 무기 중심의 침략전쟁관

 

미국은 전쟁의 핵심을 돈과 무기라고 생각하는 주관주의적인 침략전쟁관을 갖고 있다. 돈을 퍼붓고 첨단무기를 쓰면 다 이기는 줄 안다. 이것이 미국을 패배로 이끈 두 번째 요인이다.

 

미국은 아프간전에 20년 동안 2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첨단무기를 동원했다. 미국이 사용한 첨단 무기로는 적군의 통신망을 도청할 수 있는 울프하운드, 강한 전자파를 발사해 적을 제압하는 ADS, 휴대용 얼굴·홍채·지문 인식 장치인 하이드(HIDE), 저격총의 적중률을 높이는 자동 계측 시스템 One Shot XG, 폭탄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해주는 방탄 벽지 X-Flex, 공격용 무인기 MQ-9, 닌자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AGM-114R9X, 그외 B-52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등이 있다. 2009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간에서 운용한 무인공습기 등의 로봇은 5천 5백여 대에 달한다.

 

반면 미국에 맞선 탈레반은 돈도 첨단무기도 없었다. 소총을 들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서 초강대국 미국을 굴복시켰다. 

 

탈레반을 승리로 이끈 건 무기나 돈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이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8월 23일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게 가장 중요하다. 자기 땅과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내 형제와 가족, 동족을 사랑하는 마음. 내 나라를 내가 주인이 돼서 지키고 자기 뜻대로 운영하고자 하는 자주정신. 돈과 무기는 절대로 이런 애국심과 자주정신을 이길 수 없다. 

 

미국은 어땠을까? 미군은 미 독점자본의 요구에 따라 아프간을 약탈하기 위해 침략했다. 미군이 애국심을 갖고 미국의 당당한 주권을 실현하겠다며 아프간에 달려들었을까? 

 

미 중앙정보국(CIA) 레온 파네타 국장은 무인기를 아프간전에서의 “유일한 전투수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탈레반이 목숨 걸고 자기 나라를 지켜 싸우는 반면 미군에겐 목숨 바쳐 전쟁에 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총을 들고 탈레반을 직접 마주하기를 꺼린 것이다.

 

미국의 무인기는 애리조나 공군기지에서 조종됐다고 한다. 미군은 아프간에서 멀리 떨어진 미 본토에서 신변의 위험을 겪을 일 없이 컴퓨터를 조종해 아프간 민간인을 죽였다. 2002년에는 <아프간에서의 지상 공격용 항공기 AC-130 조준 영상(AC-130 Gunship Targeting video, Afghanistan)>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 영상에는 미군의 지상 공격용 항공기 조종사와 지휘부가 오락하듯 교신을 하며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황급히 도망가는 아프간인을 죽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전 세계인에 충격을 주었다. 미군이 아프간인을 죽이는 일을 마치 오락처럼 여겼던 것이다.

 

미국이 그런 식으로 죽인 아프간 민간인이 얼마나 되는지 다 헤아릴 수가 없다. 2009년엔 미군이 공습으로 아프간 민간인 140명을 죽이는 사건이 화제가 된 일이 있었고 2015년엔 국경 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을 폭격해 어린이 등을 살상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민간인 학살은 숱하게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아프간전에서 사망한 아프간 민간인은 4만 7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파키스탄의 사미르 기자는 “미군의 공습은 갑작스럽고 무자비하게 벌어진다. 공격을 피할 수도 없다.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가족을 바라보며 작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우리는 탈레반이 아니에요’라고 외쳐도 미군기는 가차 없이 마을 전체를 날려버린다”라고 보도했다. 이런 참상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2009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간인 피해를 낳는 전술적 승리를 추구하다 전략적 패배를 당하는 위험을 낳고 있다. … 우리는 스스로 패하고 있다”라며 개탄했다.

 

미국은 총을 들고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보다 멀리 떨어져 안전하게 드론 같은 첨단무기로 아프간인을 학살하면서 오락을 하듯 유희를 즐겼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티비로 아프간 침략을 보며 환호했다. 그걸 애국이라고 여기고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진짜 애국이 아니다. 침략자인 미국인에게 진정한 애국심과 자주정신이 있을 수 없다. 탐욕적인 독점자본의 요구에 따라 남을 짓밟고 살해하는 데 무슨 애국심이 있겠나.

 

미국이 하는 인권 공세도 기만이다.

 

8월 26일 IS가 카불공항에 테러를 저질러 미군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언론은 사망한 해군 중엔 갓 스물이 된 청년이나 출산을 3주 앞둔 예비 아빠가 있었다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유발하는 보도를 했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은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들이 죽인 수만 명의 아프간인들은 가족도 없는 사람들이었단 말인가? 미국이 죽인 아프간인들도 부모가 있고 자녀가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청년, 예비부모도 있었을 것이다. 개중엔 심지어 생을 얼마 펼쳐보지 못한 어린아이도 있다. 미국은 아프간전에서 어린아이를 잃어 본 일이 있는가? 

 

앞서 말한 IS 테러 3일 뒤 미국은 카불에 있는 한 차량을 공습했다. 빌 어번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해당 차량이 여러 명의 IS 자폭 테러범을 태우고 카불공항으로 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한 CNN 방송은 이 공습으로 죽은 건 민간인 일가족 9명이고 그중 6명은 어린이였다며 사망자 명단까지 공개했다. 사망자의 가족은 “우리는 IS가 아니라 평범한 가족일 뿐”이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그토록 애통해하는 미국이 아프간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그들의 가족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희희낙락했다. 미국이 아프간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마치 파리목숨처럼 여겼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사고방식이 이렇다 보니 미군은 아프간에서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숱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2011년엔 미군 병사들이 아프간 민간인 시신 곁에서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어 물의를 빚었고 2012년엔 미군이 아프간 시신 3구 위에 “잘 가라”라고 말하며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자들에겐 애국심과 자주의식, 진정어린 마음과 정신이 깃들 수 없다. 

 

반면 이런 악랄한 외세의 침략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자주적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렬하게 타오르게 되는 법이다. 그런 애국심, 자주정신은 죽음도 초월하고 돈과 무기의 힘을 충분히 이겨낸다. 

 

우리도 이런 애국심과 자주정신을 수없이 경험했다. 

 

1990년대엔 8월 15일 광복절 즈음에 범민족대회가 열리곤 했다. 범민족대회란 통일을 실현하려면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까지 온 민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로 열린 행사였다. 당시 한국 정부는 범민족대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예컨대 1994년 김영삼 정부는 범민족대회 참가자를 전원 때려잡겠다고 공언하며 대회가 열리는 서울대학교와 관악산 일대를 7천여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봉쇄했다. 경찰은 헬멧과 보호구, 방패, 방독면까지 중무장한 상태였고 나아가 헬기까지 동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총련은 범민족대회를 반드시 열겠다는 마음으로 경찰과 맞섰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과 맞선 한총련의 인원은 3천 명 정도였다. 이들은 경찰에 비해 매우 열악한 무장상태였다. 게다가 지형상 경찰은 오르막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한총련 학생들은 아래쪽에 있었다. 어느 모로 봐도 한총련 학생들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투쟁에서 승리한 건 한총련 학생들이었다. 한총련은 경찰의 이중삼중 봉쇄망을 뚫고 관악산을 넘어 서울대로 들어가 범민족대회를 성사했다.

 

이런 일은 1994년 한번만이 아니었다. 1998년에도 서울대에서 범민족대회가 열렸는데 역시 경찰은 서울대를 원천봉쇄했다. 경찰은 임신 4개월 된 가정주부까지 연행했으며 이를 보다못해 항의하는 시민을 구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총련 학생들은 관악산을 타고 경찰과 맞서면서 서울대 진입에 성공했고 역시 1998년 범민족대회를 성사해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힘이다. 한총련 학생들이 경찰에 맞서 범민족대회를 성사할 수 있었던 건 경찰보다 인원이 많아서나 좋은 장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총련 학생들은 조국통일의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두려움도 잊고 반드시 범민족대회를 성사하겠다는 의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어땠겠는가. 그들이야 월급을 받고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처지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자기 몸 다치지 않는 것이 제일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러니 경찰이 병력이 더 많고 중무장을 해도 학생들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비단 90년대뿐이랴. 민주화운동 때에는 국민이 끔찍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했다. 1980년 5.18항쟁에서 윤상원 열사는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이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며 목숨 던져 끝내 역사적 승리를 이뤘다. 학생들은 수배와 구속, 고문까지도 견뎌내며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싸웠다.

 

더 과거로 올라가 일제강점기 때엔 유관순 열사와 같이 꽃다운 나이에 청춘을 바친 이들이 독립만세를 외쳤고 안중근 의사는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라며 죽기를 각오하고 의거를 단행했다. 만주벌판에서는 얼어 죽을 각오, 맞아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를 갖고 군대를 일으켜 싸운 이들도 있었다. 수십 년 감옥살이를 하고 또 눈을 도려내는 일제의 만행을 겪으면서도 애국심과 자주의 넋을 고고히 지킨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돈과 무기가 많아도 이렇게 애국과 자주의 넋으로 싸우는 사람을 꺾을 순 없다. 미국은 돈과 무기를 믿고 아프간에 들어갔지만 아프간인의 애국심과 자주의식을 이길 수 없었다. 미국은 주관주의적인 침략관, 전쟁관 때문에 패망한 것이다.

 

 

 

*관련 사진 및 영상(혐오 주의)



미국 시신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은 미군



탈레반 사망자에게 소변을 보는 미군



아프간에서의 지상 공격용 항공기 AC-130 조준 영상(AC-130 Gunship Targeting video, Afghanistan)

 

 

 

 

3) 미국식 민주주의가 제일이라는 주관적 판단

 

미국은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세우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이식하려는 주관주의를 저질렀다.

 

각 나라와 민족은 저마다의 역사와 전통, 취향이 있다. 정치제도도 그에 맞게 세운다. 예컨대 영국은 봉건시대도 아닌데 왕이 있다. 호주는 영국의 왕을 국가수반으로 모시고 있다. 어떤 관점에선 참 황당한 일이지만 이 제도를 유지할지 바꿀지 결정하는 건 영국인과 호주인의 몫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영국과 호주를 아직도 봉건제에 사로잡혀 있는 미개한 나라라며 영국과 호주를 공격해 해방시켜주겠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무조건 옳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식만 민주주의고 우월하며 자기와 다른 정치제도와 문화는 독재며 미개하다고 여긴다. 이런 주관주의, 우월의식이 미국을 실패하게 했다.

 

미국식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최근 미국의 현실을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생각은 모순투성이처럼 느껴진다.

 

몇 가지 일을 살펴보자. 

 

앞서 소개했듯 트럼프는 드러내놓고 인종차별을 했다. 2015년 12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발언에 일부 단원들이 열광했다”라고 KKK 모집책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렇게 트럼프가 당선되자 어떤 일이 벌어졌나.

 

2020년 5월엔 백인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해 8월엔 경찰이 흑인인 제이콥 블레이크를 3살, 5살, 8살짜리 자녀가 보고 있는 앞에서 총으로 사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그런데 이때 경찰을 동경하던 17살 백인 청소년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죽이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백인의 인종차별 범죄에 대해선 침묵한 채 ‘거리의 무법을 묵과할 수 없다’라는 입장만을 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이렇게 미국에선 인종차별 갈등이 끝없이 고조되고 미국인 사이의 충돌을 빚어내고 있다, 

 

총기사고도 빈번하다. 2020년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죽은 사람은 2만 명이나 된다. 2021년엔 하루 평균 54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미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엔 400건이 넘는 총기사고가 발생했고 150명 이상이 죽었다. 그런데도 미국 정치권은 총기를 개인이 소지하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총기규제를 반대한다. 이것이 미국식 민주주의의 실체다.

 

2020년 미 대선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6월 몬머스대학교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32%가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답했다. 7월 15일 미 의회에서 열린 부정선거 청문회에선 웬디 로저스 애리조나 주 공화당 상원 의원이 부정선거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번졌다.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것이다. 미 의사당이 공격을 받은 건 1814년 영국군이 공격한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경찰의 증언을 들어보면 당시 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알 수 있다. 한 경찰은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시위대가 경찰의 테이저총을 빼앗아 쏘았고 경찰을 죽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경찰은 필사적으로 “내겐 아이가 있다”라고 소리쳤고 일부 시위대가 도와주어 가까스로 살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이라크에 파병 갔을 때보다 그날 의회에 있는 게 더 무서웠다”라며 “호흡이 끊기고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그날 의사당에 있던 경찰 중 현재까지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의사당에 있던 경찰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런 증상은 전쟁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난다. 미국은 지금 내전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현실을 보면 여기에 무슨 미국식 민주주의의 우월성이 있고 희망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쯤 되면 미국식 민주주의야말로 미개하고 반문명적이며 반인권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프간인들은 그들 나름의 정신세계가 있고 전통과 삶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 미국은 아프간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외과수술 하듯 강제로 이식하려 했다. 혈액형도 다르고 신체조건도 다른데 무작정 장기를 이식하려고 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2012년 아프간에선 미군이 바그람 공군기지 도서관에서 보관 중이던 코란을 비롯한 수백 권의 이슬람 서적을 소각했다. 그러자 아프간인들은 카불 전역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경찰에 돌을 던지고 거리 곳곳에 불을 질렀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것도 아니다. 잘 알려진 사건만 해도 2005년, 2010년, 2011년 등 여러 번 일어났다. 2017년엔 미군이 이슬람을 모욕하는 전단을 살포하기도 했다. 이런 만행에 친미세력인 카르자이 당시 아프간 대통령조차 “이 전단은 미군이 아프간 국민의 생각과 감정을 조롱한 것”이라며 “(아프간 국민의) 증오를 일으킨다”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아프간인들의 종교와 문화, 정서를 무시하면 필연적으로 그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오늘날 언론에서는 아프간 여성 인권을 우려하는 등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군이 지배하고 있던 2007년 아프간 국회의원 말라라이 조야는 “자살하는 여성들의 수가 지금처럼 높았던 때는 없다”, “아프간의 독립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자살률은 급속히 높아졌다”라고 지적했다. 조야 의원은 “유엔 여성개발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카불에 사는, 남편을 잃은 5만 명의 여성 중 65%가 자신들의 비극을 끝내는 방법은 자살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여성에게 가장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 건 다름 아닌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조야 의원은 미국이 친미 군벌세력과 손을 잡고 범죄를 눈감아주는 바람에 그 군벌세력이 소녀를 포함한 아프간 여성에게 윤간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야 의원은 “그중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소개하자면 11살 먹은 사노바르의 엄마 얘기다. 남편을 잃은 그녀는 한 군벌에 의해 납치된 후 강간을 당했고 개 한 마리 값에 팔려갔다.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은 땅에 떨어졌다”라고 아프간의 현실을 지적했다. 친미정권을 수립하려는 미국의 행동이 아프간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아프간인들의 민주주의는 그들이 세워나가고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아프간을 그런 각도에서 바라보고 접근했으면 문제 될 게 없었을 것이다.

 

서구 언론들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은 중국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프간은 과거 영국과 소련의 침략을 물리치고 이제는 미국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아프간은 ‘강대국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구 언론들은 이제 신흥 강대국 중국도 아프간을 탐낼 것이고 ‘강대국의 무덤’ 아프간은 중국마저 몰락시킬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이 아프간을 침략하지 않는 한 아프간과 중국이 적대할 이유는 없다. 7월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탈레반을 만나 “아프간의 주권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8월 18일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을 지속 지원하고 아프간 경제사회 발전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탈레반도 중국에 “중국이 아프간 평화·재건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건과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라고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를 보면 중국은 아프간과 공존, 공영을 추구하겠다는 말인데 이 말대로만 하면 중국과 아프간이 마찰을 빚을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이런 공존, 공리, 공영을 추구하지 못한다. 반드시 자기 방식대로 하려고 하고 상대방에게 자기 옷을 입히려 강요한다. 미국은 이런 주관주의 때문에 배척당하고 저항을 불러와 패망한 것이다. 

 

4) 결론

 

서두에서 언급했듯 언론과 각종 전문가는 미국이 탈레반에 패배한 원인으로 아프간의 지형, 운송 비용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객관 환경이고 표면적인 문제다. 

 

언론은 미국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지적하지 않는다. 자기만 옳고 자기만의 이익을 앞세운 나머지 아프간을 침략하고 약탈한 미국의 극단적인 주관주의와 탐욕에 대해선 숨기고 보여주지 않는다.

 

미국이 아프간전에서 패배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선 지형이나 전략전술상의 문제를 짚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주요하게는 미국이 가진 한계를 중심으로 분석해야 의미가 있다.

 

미국은 아프간전 패배의 책임을 아프간 친미정부에 떠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 지도자가 비행기를 타고 이륙해 다른 나라로 가버리고 우리가 훈련시킨 30만 명의 아프간 군대가 장비를 남기고 떠나버리면서 붕괴했다”라고 변명했다. 크리스 머피 미 상원의원은 “20년간 훈련과 장비를 지원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더 머무른다고 해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을 의미한다”라고 변명을 보탰다.

 

이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숨겨보려는 구차한 변명이다. 아프간 정부군 특수부대 사령관인 사미 사다트는 아프간군이 탈레반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는 지적에 “우리는 계속 싸웠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철수를 강행하며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사다트 장군은 “우리는 미국에 배신당했다”라며 미 군수업체들이 철수하면서 아프간군은 기술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군수업체들이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는 바람에 미국의 첨단 무기를 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물론 아프간 정부군의 주장도 미국 측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애초에 아프간에 친미정부를 수립하고 아프간군을 훈련시킨 건 미국이므로 결국 패배의 원인은 미국에 있는 게 당연하다. 

 

군대가 부패하고 훈련이 안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주관주의에 뿌리가 있다. 미 국방장관은 8월 22일 탈레반이 11일 만에 아프간을 함락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1년에서 2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키운 정부와 군대가 어떤 형편인지, 자신들의 적인 탈레반이 어떤 수준인지조차 객관 현실과 동떨어져 제멋대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것만 봐도 미국의 주관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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