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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국의 식민지? 국내 언론의 근거 없는 러시아 악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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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4-19 21:3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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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국의 식민지?’ 언론의 근거 없는 러시아 악마화


러시아의 진짜 현실은?


박 명 훈 기자 자주시보  4월 19일 서울 

 

 

최근 들어 국내 언론이 미국 등 서방 언론을 인용해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됐다고 주장하는 보도가 눈에 띈다. 제목도 아래와 같이 자극적이다.

 

「미 CIA 국장 “러시아, 중국의 경제식민지 될 위험도 각오”」, 연합뉴스, 2023.4.12.

 

「러시아, 중국 경제 식민지화 되나‥중국 기업들 ‘무혈입성’」, MBC, 2023.04.16

 

「러시아의 생명줄 틀어 쥔 중국…경제 식민지 될라」, 뉴스1TV, 2023.4.18.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식민지라는 위 보도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등 서방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중국이 채웠다는 점, 둘째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될 각오를 했다는 윌리엄 번스 미국 CIA(중앙정보국) 국장의 발언, 셋째 대러 제재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발언이다.

 

특히 국내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산 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등한 반면, 같은 시기 한국·유럽·일본산 자동차의 비중이 급락한 점을 주목했다.

 

그런데 미국 등 서방 대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 중국 대기업이 대신 진출했다고 해서 이를 러시아가 중국의 식민지가 됐다는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주러시아대사관 경제과가 지난 14일 발표한 ‘러시아 경제 금융 에너지 동향(2023.4.4.~4.13.)’을 통해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비중을 살펴보자.

 

중국산인 하발, 지리, 창안 자동차의 3월 기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2~3배, 시장 점유율은 6.4%에서 28.6%로 크게 늘었다. 현대·기아차,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닛산 등이 러시아 시장에서 빠진 자리를 중국 대기업이 메운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러시아에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미국 등 서방 각국의 대기업과 관련 상품이 진출해 있을 때도 러시아를 서방의 경제식민지라고 비판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이런 보도는 하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판매 비중은 상당히 늘긴 했으나 러시아 기업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 국산기업 아브토바즈가 내놓은 ‘라다’ 자동차의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90% 늘어난 48.2%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됐다는 식의 국내 언론 보도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주요 은행인 KB국민·KEB하나은행의 미국 등 외국인 지분율은 70% 초반대로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의 이런 상황을 두고 국내 언론은 ‘한국이 미국의 경제식민지가 됐다’는 식의 보도는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언론 상당수가 러시아를 향해 ‘악의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돌아보면 과거 ‘러시아 폭망’을 예고한 보도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2년 3월에 서울경제가 낸 「루블화 폭락·자본 유출·생필품 부족…“러 경제, 3주 못버틴다” 전망도」, 지난 2022년 10월 주간조선의 「러시아 경제제재 1년...푸틴 조이는 최악 상황 온다」 같은 보도가 있었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제 연구기관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경제는 미국과 동맹국의 광범위한 제재를 견딜 수 없을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가 앞으로 3주를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위 보도에서 1년이 넘게 지난 현재, 러시아 경제는 망하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이 주도한 고강도 제재 국면에서 생필품 물가가 오르는 등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다. 러시아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해 1~3월 재정적자는 2조 4천억 루블(대략 38조 7천600억원)에 이른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 시각)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경제는 계속 회복되고 있다. 우리는 올해 GDP 성장률을 1.2%로 예상하지만 2026년에는 주로 소비자 수요 회복으로 인해 거의 3%로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보면 러시아 경제가 다소 활력이 떨어져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언론이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됐다느니, 러시아 경제가 망하기 직전이라고 하는 건 차원이 다른 얘기다.

 

러시아 경제와 관련한 현실은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와는 사뭇 다르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맥도날드 매장 850개를 비롯해 이케아, 벤츠 등 서방 대기업 1,000여 개가 러시아 측에 사업권을 넘기고 철수했다. 그런데 대기업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러시아 국산화 바람이 불면서 대다수 기업이 현지화됐고 러시아 국민의 호평도 잇따르고 있다. 서방의 철수가 오히려 ‘약’이 된 모습이다. ([ET] 러시아 시장, 이케아·KFC도 떠난다…한국 기업들은?, KBS, 2022.11.03.)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석유 수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회복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의 3월 석유·석유제품 수출은 지난 2020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 3월 28일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러시아가 인도로 수출한 지난해 원유 수출량이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22배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일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등 G7 국가가 주도한 러시아 제재 국면에서 일본이 합의를 깨고 상한선을 넘는 러시아의 석유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 각국도 러시아와 석유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WSJ는 17일(현지 시각) “중동 주요국이 저렴해진 러시아 석유 제품을 자체적으로 소비하거나 정제 후 재수출해 돈을 벌고 있다”라며 “이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약화 분위기를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가 러시아에서 수입한 석유가 6천만 배럴로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짚었다. 에너지 가격 정보업체 ‘아르거스 미디어’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엔 사우디로 수출된 러시아산 석유가 거의 없었다”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10만 배럴 이상이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러 제재가 먹통이 된 것이다.

 

이번에는 러시아 현지의 시각을 살펴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월 “서방은 우리에게 군사·정보·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3월 29일 러시아 현지 방송 렌테베(REN TV)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주재한 각료 회의에서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부 장관은 충분한 재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이 정부 증권에 투자하기 위한 보호 대책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는 지난 5년간 러시아의 실질임금은 22.1% 올랐고 오는 2024년에는 2천억 루블(대략 3조 2,300억 원)을 투입해 노동자 500만 명에게 급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보고를 받은 푸틴 대통령은 ▲모든 사회보장을 위해 국가가 새로운 경제모델을 포함해 지원체제 확립 ▲대외무역이 늘고 빠르게 성장 중인 남부와 동부 시장과 긴밀히 협력 ▲상품 무역 분야에 국한하지 않은 중국과의 금융 부문, 사회기반시설 협력 ▲2004년 초 최저 임금을 18.5%로 대폭 늘릴 것 등을 주문했다.

 

렌테베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국가 부채비율에서 미국은 129%를 차지하는 등 선진국은 엄청난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오직 18%의 부채비율을 가지고 있다”라며 미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러시아 현지의 시각은 국내 언론의 보도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 전쟁 장기화, 고강도 제재 국면을 고려하면 러시아 경제는 제법 견고한 상태로 봐야 할 것이다.

 

러시아의 현실을 왜곡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는 국제사회의 격변기를 맞닥뜨린 우리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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