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181] 노련한 김문수와 국힘당의 생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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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10 20:25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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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6월 10일 서울
대선을 거치면서 난장판, 콩가루가 되었던 국힘당의 내부가 대선 패배로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이대로 자멸의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고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최근 김문수 전 후보와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동향이 이를 보여줍니다.
의욕적인 김문수
김문수는 대선 다음 날 오전 관악산에 올라 턱걸이와 대형 훌라후프를 했습니다. 김문수 캠프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재원 전 의원이 이 모습을 찍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김문수는 이날 새벽 1시 반쯤 국힘당 중앙당사를 찾아 대선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새벽까지 개표 방송을 보고 잠깐 잠들었다가 아침부터 등산해 턱걸이를 했다는 겁니다. 보통 대선에 졌으면 좌절감이 커서 다음 날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들고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김문수는 전날 대선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김문수가 “나 건재하다. 앞으로 내가 당을 이끌겠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 © 김재원 |
며칠 후 김문수는 나경원, 안철수를 만났고 이낙연, 손학규와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여러 사람을 두루 만나는 걸 두고 사람들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합니다.
주말인 7일에는 극우보수 성향의 ‘윤 어게인’ 집회 현장에 나타났습니다. 마을버스에 탄 김문수는 ‘윤 어게인’이 적힌 피켓을 흔드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손가락으로 V자를 들어 보였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환호하며 김문수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 올렸습니다. 김문수 측은 병원에 가기 위해 전철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는 길에 잠깐 스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보통 이런 건 의도적으로 노린 행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동훈의 ‘목격담 정치’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면에 선 김용태
김용태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기존에 받던 재판을 계속 받을 의지가 있냐고 물으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대통령 방탄 3법’을 공격했습니다.
김용태가 이 문제를 꺼낸 건 이재명 대통령을 공격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방탄 입법 반대’가 ‘찬성’보다 조금 높게 나옵니다. 이를 통해 김용태는 자기가 반이재명 투쟁의 선봉에 있다고 내세우고자 한 듯합니다.
둘째, 윤석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용태는 탄핵 찬성세력, 반대세력의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국힘당이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로 하면 탄핵을 찬성했던 한동훈, 이낙연, 이준석과 손을 잡을 기회가 생깁니다. 대선 기간에 실패했던 빅텐트 작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 국힘당 대선 후보 교체 사태와 관련해 당무감사권을 발동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사태는 명백하게 국힘당 지도부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파면 팔수록 윤석열과 친윤세력에게 타격이 될 것입니다. 당장 권영세, 권성동은 직격탄을 맞을 것입니다. 그러면 친윤세력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친윤계 의원들은 “당내 분란만 키우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김용태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넷째, 9월 초까지 전당대회를 치러 지금의 비대위 체제를 정상 체제로 돌려놓겠다고 했습니다.
원래 국힘당 내 다수는 친윤세력이지만 대선 패배로 반윤세력이 치고 올라와 지금은 누가 우위에 있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 윤석열 지지층이 많이 빠지면서 친윤세력이 위축되고 그러면 반윤세력이 당권을 쥘 수 있다고 보는 듯합니다. 박근혜도 탄핵 직후에는 박근혜를 옹호하는 친박세력이 강경 목소리를 냈지만 몇 달 지나면서 그들은 고립됐고 박근혜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세력이 주류가 됐습니다.
문제는 김용태의 임기가 오는 30일까지라는 점입니다. 김용태는 “제 임기는 개혁이 완수될 때(까지)”라며 30일 이후에도 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국힘당 당규에 따르면 비대위원장 임기는 전국위 의결을 거쳐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내 친윤세력은 김용태의 임기 연장도, 9월 전당대회도 모두 반대합니다. 김용태가 반윤세력임이 확인된 이상 임기 연장은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고, 당장 전당대회를 하면 친윤세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게 되므로 새 비대위를 꾸리자고 하는 것입니다.
노련한 김문수
김문수가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41.15%의 표를 얻었습니다. 탄핵 직후 대선임을 고려하면 절대 적지 않습니다. 김문수는 이를 밑천으로 국힘당을 장악하고 싶은 욕심이 클 것입니다.
김문수는 이번 대선을 통해 대구경북 골수 국힘당 지지층, 노인층, 2030세대(특히 남성)가 자신의 주된 지지층임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일 것입니다. 실제로 국힘당은 2030세대를 포섭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탈옥할 때 대학생의 상징인 ‘과 잠바’를 입은 젊은이를 섭외해 환영인파를 조직한 것도 그런 일환입니다. 최근 ‘윤 어게인’ 집회를 봐도 2030세대가 다수입니다. 그래서 김문수가 우연인 척하며 이 집회에 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김문수는 ‘도덕성, 청렴결백’ 이미지가 나름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므로 서민 행보를 통해 지지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한국갤럽이 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문수를 찍은 이유 가운데 1위가 도덕성/청렴이었습니다. 김문수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서 서민에게 청렴한 이미지로 다가가려 합니다. 김문수 딸이 사회복지사로 평범하고 건전하게 사는 것도 김문수 지지율에 한몫합니다. 주요 정치인 자녀 가운데는 소박한 편인 듯합니다.
중요한 건 국민적 반감을 사는 윤석열을 내치면서도 친윤세력을 포섭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친윤세력은 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들을 공격해서 반발을 부르는 ‘경착륙’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레 소멸하도록 촉진하면서 흡수하는 ‘연착륙’을 해야 역량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친미친일 극우세력을 총결집시키는 빅텐트를 치는 게 국힘당이 살길입니다. 이런 점에서 김문수는 상당히 노련하게 움직입니다.
대선 내내 윤석열과 선을 긋지 못해 비판을 받던 김문수는 대선을 이틀 앞두고 유세장에서 큰절하며 윤석열을 손절했습니다. 그런데 대선 막판이라 친윤세력도 이에 반발하지 않고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억지로 손절하는 척하는구나’라며 이해해 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김문수는 유승민보다 노련합니다. 유승민은 대놓고 박근혜를 공격해 ‘배신자’로 완전히 낙인찍혀 끝내 정치적 재기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김문수는 시점을 절묘하게 맞춰 ‘배신자’ 소리를 안 들으면서 자연스레 윤석열을 손절했습니다.
김용태는 원래 국힘당 내에 비중 있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대선 후보 교체에 실패한 권영세가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게 김용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행보를 보면 김용태는 허수아비가 아니라 국힘당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주도적인 인물처럼 행세합니다. 누군가 김용태를 뒤에서 받쳐주며 조종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건 아마도 김문수일 것입니다. 김문수는 김용태를 내세워 친윤세력을 공격하고 자신은 아닌 척하면서 ‘배신자’ 이미지를 피하고 있습니다. 5월 중순에도 윤석열 출당 문제를 두고 김문수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반대하고 김용태는 “국민 눈높이와 상식”이라며 찬성했는데 이를 두고 언론은 둘이서 ‘역할 분담’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걸 보면 김문수는 한동훈보다도 노련한 듯합니다. 한동훈은 윤석열과 거리두기를 할 때 노련하지 못하게 감정적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친윤세력의 반발을 사 ‘배신자’로 낙인찍혀 제2의 유승민이 되어버렸습니다.
한편 국힘당은 9일 의원총회를 열어 김용태의 거취, 전당대회 시기 등을 논의했습니다. 5시간의 격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했고 10일 다시 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당내 분열이 심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만약 국힘당이 실제로 김용태 기자회견 방향대로 간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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