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183] 심상치 않은 한국의 탈미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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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14 07:5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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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83] 심상치 않은 한국의 탈미 움직임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6월 13일 서울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신앙의 대상입니다. 오로지 친미, 숭미, 종미만 허용됩니다. 감히 반미를 외치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탈미를 이야기해도 색깔론 공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최근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됩니다.
적폐언론의 변화
조중동을 대표로 하는 적폐언론은 그동안 미국의 뜻을 대변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조중동의 논조가 바뀌었습니다. 윤석열과 김건희를 강하게 공격하는 반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창끝은 의외로 무딥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5일 「“실용, 통합, 양보” 李 대통령 취임사 지켜지길」이란 사설을, 10일에는 「한일 정상도 통화, 외교 첫 단추 잘 끼웠다」라는 사설을 내보내며 과거와 달리 이재명을 향한 적개심이 크게 줄어들고 오히려 기대가 크다는 식의 논조를 보입니다.
이런 흐름은 윤석열 정부 때부터 이미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10월 23일 김민석 의원은 “요새 조중동에 쓴 글을 보고 민주당 성명서인가 생각할 때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정도로 조중동이 윤석열·김건희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조중동의 논조가 바뀌면서 극우 유튜버들이 조중동 절독 운동을 벌이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했습니다. 3월 10일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는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유죄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라며 “이제는 조선일보 같은 가짜 보수언론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조선일보가 국민을 속이고 좌파 프레임에 동조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절독 운동 펼쳐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성조기 집회장에는 ‘조중동 구독 취소’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볼 수 있습니다.
![]() ▲ 조중동 절독 운동 광고. |
조갑제, 정규재, 김진 등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이 이재명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도 매우 특이합니다. 4월 21일 이재명이 조갑제, 정규재를 초청해 비공개 회동을 했습니다. 조갑제는 이날 3시간 동안 밥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 내용을 월간조선 6월호에 공개했습니다. 읽어보면 이재명에게 상당히 우호적입니다. 정규재는 이재명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두고 “이재명 후보의 언어가 아주 좋아졌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라고 호평했습니다. 김진도 과거와 달리 무조건 이재명 민주당을 공격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긍정 평가를 합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힘당에 미래가 없다며 강하게 공격합니다.
언론의 변화를 두고 이재명 정부의 강도 높은 언론 개혁을 피해 가려는 의도로 보기도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해명이 다 되지 않습니다.
대선 방송 토론에서 김문수는 “성남시장 시절 사드 철회를 주장했고,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주한 중국 대사의 협박성 발언에도 침묵했다”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끔찍할 정도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라고 공격했습니다. 또 “중국 공산당은 6.25 때 우리나라에 쳐들어온 적국”이라고도 했습니다.
이준석은 이재명을 겨냥해 “너무 친중국적 입장이 아닌가?”라고 공격하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상황이 발생하면 개입을 한다는 것이냐, 안 한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심지어 이재명의 풍력발전 공약을 두고도 “중국을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신은 “대한민국을 자유진영의 병기창으로 만들겠다”라고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김문수, 이준석은 이재명을 친중반미로 몰아가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을 친미반중으로 자리 매겼습니다. 이건 중국 고립봉쇄 정책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대만을 활용한 전쟁까지 구상하는 미국과 일치하는 모습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윤석열, 한동훈도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이 4일 발표한 보고서 「한국: 배경과 대미 관계」를 보면 윤석열 재임 기간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었고 이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잘 맞았다고 소개합니다. 반면 이재명은 말로는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친중·친북 성향일 것으로 예상돼 불안하다는 식으로 서술합니다. 특히 대중국 정책 때문에 한미가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윤석열 때가 좋았고 이재명은 믿음이 안 간다는 겁니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인사인 전한길은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기 뒤에 미국이 있다며 자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인터뷰한 미국 인사가 “트럼프의 엄청난 신뢰를 받는 분이다. 혹시라도 제가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면 미국 의회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대선 시기 입국했던 미국 선거감시단을 본국에서 지원했던 모스 탄 미국 전 국제형사재판 담당 특사 인터뷰가 있습니다. 아마도 전한길이 인터뷰한 미국 인사가 모스 탄인 듯합니다. 모스 탄은 인터뷰에서 전한길을 존경한다며 극찬했습니다.
미국이 친미친일 극우세력에게 바라는 건 전한길처럼 극우 목소리를 내며 부정선거를 주장해 이재명 정부를 흔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앞장서서 해야 할 적폐언론과 적폐언론인들이 미국의 의도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입니다. 조중동의 보도 방향이나, 조갑제, 정규재, 김진의 논조를 보면 이재명과 선을 긋지 않고 갈수록 우호적인 모습이 강해지며 반면 김문수, 이준석, 윤석열, 한동훈을 향해서는 구제 불능에 답답하고 한심한 존재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건 명백히 미국의 뜻과는 다릅니다. 이들과 미국 사이에 균열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재벌의 변화
이재명은 성남시장 시절만 해도 “재벌 체제 해체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재벌에 적대적이었고 그 후에도 수위는 내려갔지만 계속 재벌 개혁을 강조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의외로 재벌과 적대적이지 않고 오히려 우호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집니다.
3월 20일 이재명은 청년 취업 지원 현장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은 “삼성에 방문해 영광”이라며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산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두 사람은 10분간 비공개 환담을 진행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선고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끌 무렵 정형식 재판관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정형식은 윤석열이 임명한 재판관이기에 시간을 끌다가 각하 입장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정형식이 이재용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준 삼성 장학생이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재용이 정형식에게 연락해 헌재 판결을 서두르게 했다는 말이 돕니다. 상상해 보자면 미국과 국힘당은 정형식에게 시간을 끌라고 요구했는데 삼성이 반대 요구를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JTBC 보도부문 대표를 지낸 이규연 씨가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으로 임명됐습니다. 아무리 JTBC가 삼성그룹에서 독립되어 있다고 해도 여전히 영향을 받는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걸 보면 삼성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좋아 보입니다.
삼성뿐 아니라 다른 재벌들도 이재명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분위기입니다.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국내 경기도 어렵지만 미국의 관세 전쟁 등 대외 여건도 힘든 위기 상황에서 열린 간담회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라고 하였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이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 만다 하다 보니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 불안한 시간이 계속 흘러 기업인들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최태원의 발언에서 재벌들이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지점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재벌들은 미국의 관세 전쟁 등 횡포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한국의 무역 상대국 1위는 중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 고립봉쇄 정책(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강요하는 바람에 손해가 막심합니다. 독일이 미국의 러시아 고립봉쇄 정책에 동참했다가 경제 붕괴에 가까운 처지에 내몰린 것과 비슷합니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독일의 폭스바겐은 경제 위기를 버티다 못해 지난해 말 독일 내 생산 능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인력을 3만 5천 명이나 감축하기로 했는데 최근에는 그 정도 구조조정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 정도로 독일 경제는 위태롭습니다. 한국도 윤석열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중국을 배척하는 바람에 심각한 경제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태원은 “중국이 우리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 시장을 갑자기 버리는 건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 고립봉쇄 정책을 반대했습니다.
거기다 대만전쟁 얘기까지 나오니 무척 불안합니다. 미국은 대만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 파병은 기본이고 한국군도 한몫해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그랬다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처럼 초토화되고 말 것입니다. 대만전쟁이 나면 미국이 대만에 있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TSMC 공장을 폭격한다는 계획이 이미 공개되었기에 재벌들은 상당히 긴장할 것입니다. 명분은 TSMC가 중국에 넘어가는 걸 막겠다는 것이지만 속셈은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 상대를 제거해 주겠다는 것이 뻔합니다. 전쟁이 한국으로 번지면 한국 공장들이 무사하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미국이 이 기회에 경쟁 기업들을 정리하려 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이준석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대만에 파병이라도 할 것처럼 얘기했는데 신중론을 앞세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으니 재벌로서는 다행일 것입니다. 또 이재명이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니 미국의 중국 고립봉쇄 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볼 것입니다. 그래서 재벌들이 이재명을 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 고립봉쇄 정책이나 대만전쟁 개입을 하지 않게 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즉, 재벌이 이재명과 손을 잡고 탈미를 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이재명 민주당이 재벌 개혁을 이야기하며 재벌에 불리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재벌에게도 득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일 자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재계 관계자가 “솔직히 상법 개정 추진 등 반기업 정서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AI(인공지능)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사업 확대나 성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명이 10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방문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엄벌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당장은 재벌보다는 주주에게 좋은 것 같지만 재벌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 국외 자본의 투자가 늘어나 궁극적으로 재벌에게도 이익입니다. 이런 조처는 우리 자본시장이 정상적인 자본주의의 모습을 갖추게 하는 것이므로 해외에서 매력적으로 보게 됩니다. 지금 미국 경제가 매우 불안하므로 미국에 있던 자본이 빠져나가게 될 텐데 이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당장 재벌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개선되므로 장기적으로는 재벌에게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재명은 철저한 자본주의자입니다. 따라서 재벌에게 적대적일 이유가 없습니다.
이재명 취임 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것도 특이합니다. 계엄 후 죽을 쑤던 우리 주식시장이 이재명 당선으로 연일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재명의 경제 정책에 크게 기대하며 재벌을 포함해 우리 기업들에 순풍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입니다.
![]() ▲ 지난 6개월 종합주가지수 변동 그래프. © 구글 |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탈미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현상입니다. 지금까지는 진보진영만 이런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탈미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9일 자 보도 「일본이 중국, 트럼프를 향해 군사력을 과시한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아시아 주둔 미군 철수를 언급하는 미국의 고립주의자들 때문에 일본이 심각한 안보 위기감을 느낀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떠날 때를 대비해 일본이 국방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으며 심지어 독자 핵개발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2차 미일 관세 협상을 마친 5월 2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미국 국채는 협상 카드로서 존재한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국채가 미국의 핵심 약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 국채 1위 보유국인 일본이 미국의 약점을 무기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일본도 그간 미국에 고분고분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탈미 흐름에 다가서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탈미 현상이 일본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위기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타코(TACO)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말도 안 되는 무례한 질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타코란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했지만 반응이 부정적이자 곧바로 철회하거나 보류한 걸 꼬집는 말입니다. 또 트럼프 1기 때 여러 나라를 상대로 전쟁 위협을 했지만 정작 전쟁을 시작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도 타코의 사례입니다.
제러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연구책임자는 “트럼프는 위협과 무력 사용이라는 말을 놀이터의 불량배처럼 쓴다. 겉으로는 크고 강해 보이지만 실제로 싸움이 조금이라도 대등하게 진행될 상황에서는 무력 사용을 두려워한다. 실제 무력 사용은 반격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훨씬 약한 상대를 향해서만 이루어진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어느새 트럼프는 공포의 상징에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는 위기를 덮기 위해 로스앤젤레스 시위대를 향해 군대를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반대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에게 중국 고립봉쇄 정책과 대만전쟁은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것 말고 대안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의 이해와 충돌합니다. 한국 국민은 대선에서 국익을 중심에 놓고 중국, 러시아와도 잘 지내야 한다는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북·중·러와의 공조를 선택한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탈미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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