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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5] 한미정상회담 몇 가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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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8-28 21:4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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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05]  한미정상회담 몇 가지 장면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8월 28일 서울 

 이재명과 윤석열은 똑같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 기자가 한일정상회담을 먼저 한 이유를 묻자 “우리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고 또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한일관계가 어느 정도 수습이 돼야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대통령을 뵙기 전에 미리 일본과 만나서 대통령께서 걱정하시는 문제를 다 미리 정리했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한·미·일 협력에 관해 미국이 ‘걱정’하는 건 한일관계가 풀리지 않아 한·미·일 관계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진화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말은 한일관계가 한·미·일 삼각동맹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리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한일정상회담에서는 과연 무엇을 합의했을까요? 공동 언론 발표에서 이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라며 “아울러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흔들림 없는 한일, 한·미·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한일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가기로 했다”라고 했습니다. 

 

▲ 한일정상회담.  © 대통령실


일본과 긴밀히 공조하고 한·미·일 협력도 강화해 북한을 상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윤석열 정권과 똑같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직전에 일본 유력지인 요미우리신문과 대담을 했습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도 국민이 뽑은 국가 대표이며 그들이 합의했거나 이미 이행하고 있는 정책을 내가 뒤집을 순 없다”라고 하여 박근혜, 윤석열 정권이 일본과 합의한 것들을 계승하겠다고 했습니다. 각계의 우려가 쏟아진 건 물론입니다. 

 

다시 한미정상회담으로 돌아와 봅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한 의제는 한미동맹 현대화였습니다. 미국이 한미동맹의 역할과 범위를 한국 방위에 국한하지 말고 미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따라 전 세계로 확장하는 한미동맹 현대화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대만에서 전쟁이 나면 한국이 항공모함의 역할을 할 것이냐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당연히 국내에서는 이 땅을 전쟁터로 만들고 한국을 침략국으로 만들 위험천만한 한미동맹 현대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또 이 대통령이 평소에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라며 중립을 주장했기 때문에 한미동맹 현대화를 거부하리라는 예측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든든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이 성장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이 한미동맹을 군사 분야뿐만이 아니라 경제 분야 또 다른 과학 기술 분야까지 다 확장해서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또 정상회담 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근간에 번영과 평화의 핵심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이” 있다면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 모았다”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전성기”를 함께 이루자고 했습니다. 

 

정상회담 직후 대통령실은 「한미동맹으로 평화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라는 발표문을 통해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 현대화와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큰 진전을 마련하는 뜻깊은 기회”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자고 했습니다. 

 

  © 대통령실


한마디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예찬하고 현대화에 동의하는 회담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결국 북한을 상대하겠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요미우리신문 대담에서 “경제든 안보 환경이든 기본적인 축이 되는 것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관계”라고 하면서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계속하며 강경하고 대결적인 자세”를 유지하기에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CSIS 연설에서도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을 긴밀히 다져나갈 것”이라면서 “3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미·일 공조로 북한을 상대하고 북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권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둘러싸고 대중국 외교 전략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도 잘 지내고 중국과도 잘 지내는 중립 실용외교를 표방했지만 미국은 대놓고 중국을 버리고 미국 편에 서라고 압박했기 때문입니다. 

 

7월 24일 브라이언 매스트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중) 양쪽 모두를 지지하려는 (한국의) 시도를 미국은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이는 동맹 전체를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장관도 지난 5월 31일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안다”라며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먼저 하면 9월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을 하더라도 미국의 눈치를 덜 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10월 31일 열리는 에이펙(APEC) 정상회의에 미중 정상이 모두 참석하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즉,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할 수 있을 거란 전망입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CSIS 강연 중 한 참석자가 안미경중에 관해 묻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대놓고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며 안보와 경제 모두 미국에 의존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중국에 관해서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중국은 가까운 나라라서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유지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있다면 해서는 안 되는 표현입니다. 

 

▲ CSIS 강연.  © 대통령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예상대로 중국이 반발했습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27일 사설을 통해 “사실상 한국의 국익을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부차적인 위치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 매우 흡족한 모습입니다. 그럴 법도 한 게 이 대통령이 미국이 지적할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줬기 때문입니다. 

 

만약 윤석열이 대일, 대미 외교를 이런 식으로 했으면 국내에서 매국노 소리를 들으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언행을 이 대통령이 하자 ‘선방’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미국은 원하는 걸 다 얻으면서도 한국 국민이 들고일어날 부담도 덜었습니다. 

 

미국 처지에서는 윤석열보다 이 대통령이 더 마음에 들었을 것 같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주인공은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도 아니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모두 발언의 50% 이상이 북한 얘기였습니다. 그것도 북한과의 대결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어떻게 만날까 하는 얘기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주인공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중앙일보는 26일 자 보도 「李전략 먹혔다…트럼프 “北김정은 만나라는 지도자 처음이야”」에서 “다소 경직된 표정이던 트럼프의 표정이 확 풀린 것은 이 대통령이 ‘김정은과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한 대목부터였다. 이에 트럼프는 ‘이 대통령이 이를 도울 수 있다. 당신의 접근법이 (이전 한국 지도자들보다) 훨씬 낫다’며 웃음을 크게 머금었다. 트럼프는 비공개 회담에서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고 고무된 반응도 보였다고 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얘기만 나와도 트럼프 대통령은 싱글벙글합니다. 

 

동아일보도 26일 자 보도 「“李, 트럼프에게 ‘김정은과 만남 도울 수 있는 사람’ 인상 심어”」에서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북한 문제가 이번 회담의 ‘스위트 스폿’이었다”라고 한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여기서 ‘스위트 스폿’은 골프와 야구 등에서 공이 맞았을 때 가장 멀리 날아가는 최적의 지점을 뜻합니다. 동아일보는 27일 자 보도에서도 “두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이름만 13번 거론했을 정도로 회담의 상당 시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라며 한미정상회담의 중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26일 미국 워싱턴의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지속적인 매혹과, 첫 임기 당시 세 차례 북미정상회담에 이어서 또 다른 회담을 하는 것에 열망을 보인 것”이라고 하면서 “회담이 성사된다면 평양에서 열릴 수 있다는 게 걱정된다”라고 했습니다. 

 

BBC 코리아도 26일 자 보도 「분석: 한미 정상회담서 포착된 한국의 ‘환심사기 전략’ 및 주요 성과」에서 “한국 대통령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는 적대적 관계인 북한의 김정은과 자신이 얼마나 잘 지내는지, 그를 다시 만나길 얼마나 기대하는지 말하는 모습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3가지 핵심 중 하나라고 짚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나 결정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동성명이나 언론 발표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러 덕담이 오갔지만 북한 문제를 빼면 특별히 두드러진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 문제가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한미관계에서든, 한국이나 미국에서든 가장 큰 존재감과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게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화제가 된 표현은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입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피스메이커’란 분쟁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애쓰는 조정자란 뜻으로 평화협상을 주도하는 정치인을 주로 가리키는 말이며, ‘페이스메이커’는 운동 경기를 할 때 초반 속도를 유지해 주는 보조 선수를 뜻합니다. 흔히 마라톤 시합에서 같은 편 선수 앞에서 뛰면서 속도를 조절하다가 나중에 뒤처지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페이스메이커라 부릅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뛰면서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돕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자신이 북미대화의 지렛대가 되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북대화란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입니다. 심지어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한국에는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 외교 무대에서 잡역조차 차례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 중재자 역할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을 향해서는 두 정상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북한 비핵화를 고집하면 대화할 수 없다고 하여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면 대화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걸 보면 이 대통령은 불가능한 것을 해보겠다고 한 것입니다. 대동강물을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 같은 사기꾼입니다. 특히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주시고…”라는 발언은 전형적인 사기꾼 말투입니다. 북한이 허락한 적도 없고 가능성도 없는 말을 그냥 되는 대로 했습니다. 물욕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도 온갖 거짓말을 하면서 사기를 치는 걸로 유명하니 사기꾼끼리 서로 사기를 친 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대통령실


아마도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간절히 바라니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해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자기 지지율도 오르고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도 대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실제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올랐고 다음 날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했습니다. 특히 국힘당(당시 자유한국당)의 텃밭이었던 부산·경남까지도 민주당에 넘어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을 해서 노벨평화상을 받고, 유신헌법 같은 걸 만들어 3선 대통령도 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도 막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됐든 국제 정세에서 북한의 전략적 위치가 확인됐습니다. 

 

참으로 독특하고 이상한 사람

 

그런데 이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참으로 사람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북한을 대하는 태도를 봅시다. 

 

이번 한일·한미정상회담을 통틀어서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험담했습니다. 중국을 향해서는 표현을 조심했고 일본을 향해서는 “한일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과 같은 관계”, “사회와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을 향해서는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표현하면서 “억압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적절히 관리할 수단도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이건 일반인 사이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험담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것도 대화를 추진하는 상대를 향해 저런 말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3단계 북한 비핵화 구상, 북한에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등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북한을 향해 관계를 개선하자, 대화하자고 제안하면서 왜 북한을 이토록 과도하게 자극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 대통령은 자의든 타의든 북한의 도움을 크게 받았습니다. 

 

윤석열 정권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북한에 끊임없이 도발했습니다. 이걸 북한이 모두 인내했기 때문에 전쟁이 나지 않았다는 건 정평이 나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인내하지 않았다면 국지전이 벌어졌을 것이며 윤석열의 계엄도 성공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제거 대상 1번이었던 이 대통령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대통령 자신도 “12월 3일 내란의 밤이 계속됐더라면 연평도 가는 그 깊은 바닷속 어딘가쯤에서 꽃게밥이 아마 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윤석열이 추진한 전쟁, 계엄 모두 실패해 이 대통령이 당선된 가장 큰 배경에 북한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대통령은 북한에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요?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전쟁 도발을 위해 했던 조처라서 중단하는 건 당연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중단만 해서는 부족하고 전 정권의 도발에 사과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북한이 호응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대남 확성기 방송을 즉각 중단했고 그 결과 이 대통령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그러면 이것도 북한 덕 아닌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서 어떤 이익을 얻은 적이 없지만 시종일관 북한 칭찬만 합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북한에게서 결정적인 이익을 얻고도 고마움을 표하기는커녕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 험담을 늘어놨습니다. 참 독특하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이 대통령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는 북한과 정반대입니다. 

 

미국은 이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노골적으로 방해를 했고 당선 후에도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괴롭혔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 대통령을 윤석열의 친미친일, 반중반북 정책에 맞서는 반미반일, 친중친북 인사로 묘사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여러 재판을 받고 있다며 범죄인 취급하면서 윤석열 탄핵 헌재 판결 시기와 이 대통령 재판 시기에 따라 이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건 이 대통령 재판이 끝날 때까지 윤석열 탄핵 심판을 늦추라는 지침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또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올해 2월 초 조셉 윤 주한 미 대사 대리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윤석열 파면이 조기에 인용되면 국힘당에 불리하다 ▲3월 26일 이재명 2심 선고일에 맞춰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2심 재판부가 이재명 형량을 깎지 않을 것 같다 ▲이재명, 윤석열 다 나가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에 박 의원은 황당한 이야기라고 일축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이야기와 비슷한 방향으로 사태가 흘러가자 3월 19일 이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의 사법부, 헌재까지도 조종하며 이 대통령 낙마를 추진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미국이 대법원에 이재명 사건 파기자판 혹은 파기환송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5월 15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대한민국 새 지도자는 6월 4일부터 ‘일종의 동맹’이 기로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발언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종의 동맹’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뜻합니다. 브런슨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뽑혀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누구든 당선되면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지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같은 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클 디솜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는 “동맹국과 동반자 국가들에 대만에 대한 지원을 장려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아태 차관보가 담당하는 지역을 따져보면 여기서 말하는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을 뜻합니다. 즉, 대만전쟁 발발 시 한국군도 미군과 함께 대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만전쟁이 발발해도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대통령을 저격하는 발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갑자기 미국에서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이 흘러나왔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6월 2일 한국의 새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하면 “트럼프가 주한미군 전면 철수 등을 포함한 보복을 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이 ‘안미경중’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도 그즈음입니다. 

 

대선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쏟아진 보도들은 모두 ‘이재명이 당선되면 주한미군이 철수한다’, ‘미국은 중국과 잘 지내겠다고 하는 이재명을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국힘당 등 친미친일 극우세력이 이 대통령을 공격할 소재가 되었습니다. 

 

5월 25일에는 ‘미국 선거감시단’이라는 정체불명의 무리가 입국해 이른바 ‘부정선거’ 시비를 걸었습니다. 모두 이 대통령 당선을 방해하는 행위입니다. 27일에는 미국 글로벌 복음주의 교회연합이 긴급 성명을 발표해 “한국 더불어민주당은 국가 체제를 반란으로 정복하려던 친북 공산주의 세력과 연합하여 한국 대선에 출마하는 정당”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미국은 이 대통령 당선 뒤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국무부와 백악관은 관례적인 축하도 하지 않고 느닷없이 중국의 선거 개입을 의심하는 무례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 선거감시단의 모스 탄이 입국해 이 대통령 당선을 부정하는 선동을 하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의회조사국은 보고서를 통해 이 대통령이 말로는 한미동맹을 이야기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압박했습니다. 미국의 이런 모습에 힘을 얻은 국내 극우세력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이 대통령을 공격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처럼 집요하게 자신을 공격한 미국에는 아부·아첨을 합니다. 참으로 독특한 사람입니다. 

 

타코와 회전목마

 

지난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러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여기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협의한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각국 정상을 미국에 불러들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6개월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에게 크게 혼나고 쫓겨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럽 정상들이 백악관에 가기 전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훈수를 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조건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칭찬만 하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들도 그렇게 했습니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엄청나게 추켜세웠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 발언을 하는 4분 30초 동안 11번이나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민감한 주제로 회의했지만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런 식으로 회의를 하니 실제로 주고받는 게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양측의 말이 서로 엇갈렸습니다. 일본은 아예 ‘투자’라는 말도 안 쓰고 ‘출자·대출·보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아카자와 일본 경제재생상은 출자 규모가 전체 투자 규모의 1~2% 수준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이 합의문 작성을 요구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유럽이나 한국도 정확히 미국에 얼마의 돈을 어떤 분야에 어떤 형식으로 투자하는지가 불분명합니다.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승리, 선전용 승리만 안겨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치적으로 떠들 수만 있으면 그만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인 발언에 반응하지 말 것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몰아붙이지 말 것 ▲공개 석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하되 실제 조율은 비공식 채널로 진행할 것 등을 트럼프 공략법으로 제시했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뭔가 동네에서 양아치가 시비를 걸 때의 대처법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옛날에는 이 양아치가 힘도 세고 돈도 많아서 고개를 조아려야 했는데 지금 보니 힘도 빠지고 늙었습니다. 그러면 계속 조아리고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미국이 지금 칼자루는 쥐고 있지만 힘이 많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타코(TACO)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를 향해 엄포를 놓고 위협을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항상 미국이 물러났다며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외교가 빙빙 돌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전목마’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더 이상 강자가 아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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