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14] 북한 비핵화에 매달리는 게 현실적인가 > 기고

본문 바로가기
기고

[정조준214] 북한 비핵화에 매달리는 게 현실적인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0-15 07:43 댓글0건

본문



[정조준214]  북한 비핵화에 매달리는 게 현실적인가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0월 10월 4일 서울 

북한 비핵화 요구는 ‘악의 축’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3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또 북한 비핵화를 주장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이지만 단기간 해결이 어려우니 중단-축소-폐기의 단계별 접근을 하자고 제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광복절 경축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비핵화를 주장해 왔습니다. 

 

  © 유엔


이에 이 대통령의 거듭된 북한 비핵화 주장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외교안보 분야의 참모들이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했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비핵화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입구도 없는 ‘중단-축소-폐기’라는 전형적 단계론에 집착”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주장은 모든 긍정 요소를 차단하는 ‘악의 축’입니다. 

 

첫째, 북한 비핵화 주장은 남북관계를 차단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8월 27일 「‘비핵화망상증’에 걸린 위선자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한국이 그토록 입이 아프게 외워대는 ‘비핵화’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물리적으로 이미 사멸된 지 오래”라면서 “한국이 우리 핵문제의 성격도 모르면서 ‘비핵화’에 아직도 헛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은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이재명이 ‘비핵화 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비핵화를 한국이 계속 주장하면 남북관계는 한 치도 나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나빠질 것입니다. 

 

둘째, 북한 비핵화 주장은 북미관계를 차단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21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비핵화를 요구하는 동안에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셋째, 북한 비핵화 주장은 평화를 차단합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반도 평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북한 비핵화 주장이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체제를 지키기 위해 핵무장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국내외 여러 전문가도 북한이 방어용, 억제력 차원에서 핵무장을 했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따라서 비핵화를 요구하면 북한은 자기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당연히 군사적 대비를 강화할 것이며 군사적 대립과 위기도 격화할 것입니다. 

 

넷째, 북한 비핵화 주장은 공존공영을 차단합니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교류·협력을 해야 공존공영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북한은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하고 이를 자신의 주권, 국체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비핵화 요구는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비핵화를 요구하면 교류·협력은커녕 대화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북한 비핵화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해로운 ‘악의 축’입니다. 

 

따라서 사리분별력이 있다면 북한과의 관계를 차단하는 비핵화를 입에 담으면 안 됩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5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오랜 시간 우리는 북한이 고립에 빠졌을 때 그저 확립된 규칙(제재)을 따르고 행동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일이었다”라고 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북 제재에 동참한 걸 반성한 것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인사들은 북한의 핵무장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인정하며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핵문제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부르며 핵보유를 인정합니다. 이번 유엔총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가까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했지만 북한 이야기만은 아예 꺼내지 않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9월 30일 미국 콴티코 해병 기지에서 열린 장성급 회의에서는 “난 그것(핵)을 ‘N 단어’로 부른다. 두 개의 ‘N 단어’가 있는데 둘 다 쓰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흑인 비하 표현인 ‘니거’(Nigger)를 에둘러서 ‘N 단어’라고 말해 비난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핵(Nuclear)도 ‘N 단어’에 추가한 셈입니다. 핵문제를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아예 언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무슨 용감성인지, 무식함인지, 골수에 박힌 대북 적대 의식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엔에서까지 그러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평화공존, 공동 성장의 한반도”를 지향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밝혔는데 이율배반적입니다. 아무리 이런 얘기를 해도 비핵화를 요구하면 그건 북한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며, 평화가 아닌 긴장 격화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을 열받게 해서 폭발하게 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아무 전망이나 계획도 없이 쳇바퀴 돌기를 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미국이 시켜서 행동대장 짓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실패로 만든 건 미국

 

북한이 처음부터 핵보유를 추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1986년 6월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을 제안했고, 1992년 1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을 보면 북한은 당시까지 핵개발을 할 뜻이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끊임없는 핵공격 위협에 더 이상 다른 대책을 찾지 못한 북한은 결국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개발을 시작합니다. 

 

미국의 핵공격 위협 역사는 사실 1950년 6.25한국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전쟁 발발 다음날인 26일 호이트 반덴버그 공군참모총장에게 핵공격 계획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또 11월 30일에는 “한반도에서 공산군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무기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북한을 향해 공개적으로 핵공격 위협을 했습니다.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맥아더는 북중 국경지대를 핵폭격해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지대를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1951년 9~10월에 평양 상공에서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핵폭격훈련을 했습니다. 

 

1958년 1월 미국은 한국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한 전술 핵무기는 최대 950기나 됐다고 합니다. 미국은 단순히 핵무기를 한국의 창고에 보관한 게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군은 원격으로 작동하는 핵지뢰를 비무장지대에 매설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국내에서는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위협을 느꼈는데 북한은 이미 1950년대부터 수백 개의 핵무기를 발밑에 두고 수십 년간 위협을 받아왔던 것입니다. 

 

미국은 이 전술 핵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할 준비도 했습니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이 터지자 주한미군은 여단, 사단 규모의 핵대포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1969년 미군 정찰기 EC-121 격추 사건이 발발했을 때 멜빈 레어드 미 국방장관이 키신저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보고한 전문에는 “핵무기를 탑재한 전술폭격기들이 북한 공습에 나서기 위해 15분째 비상대기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미국의 핵위협은 계속됐습니다. 

 

1975년 제임스 슐레진저 국방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만약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핵무기로 보복”하며 “남한에 핵무기를 계속 유지하겠다”라고 했습니다. 같은 해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재래식 전쟁에서도 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1976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은 “한국에서 유사시에는 핵무기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미국의 스팀슨 센터가 발표한 「세계의 핵위협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이 발발하자 미국 고위 관리가 북한에 핵공격을 할 것이라는 명백한 경고를 최소 6번 보냈다고 합니다.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핵무기가 배치된 지역에는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필요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언급했습니다. 1981년 8월 11일 윌리엄 디스(William Dyess) 국방부 대변인은 “(핵무기의 일종인) 중성자탄을 사용할 가능성은 유럽보다는 극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1983년 1월 23일 에드워드 마이어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는 우리가 아는 한 소련이나 중공의 핵무기, 미사일이 없다”라면서 “한국에 배치된 핵미사일 발사 여부의 기본적 판단과 권리는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라고 했습니다. 북한에 핵무기가 없으므로 반격 걱정 없이 주한미군사령관이 자기 권한으로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을 향해 핵공격 위협을 해왔습니다. 

 

미국은 실제 핵공격을 위해 훈련도 했습니다. 바로 1976년 시작된 팀스피릿 한미연합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당시 전 세계에서 유일한 핵 합동훈련이었습니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은 2016년 1월 16일 「세계 최대의 핵위협 국가, 미국」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팀스피릿 훈련에는 미국의 핵항공모함 두 척, 20여 척의 핵장비 함대, B-52 핵폭격기 편대, 평균 20만의 한미 지상 병력이 참여합니다. 가히 세계 최대, 최강의 군사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훈련기간이 60~90일이나 됩니다. 팀스피릿 훈련이 시작되는 순간, 북한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모든 기관이 국토방위 태세에 들어갑니다. 매년 2, 3개월간 북한은 전시체제에 돌입해야 하는 것입니다. 팀스피릿 훈련에 따르는 미국의 핵위협을 북한은 지난 40년간, 1992년 단 한 해를 빼고, 매년 겪어왔습니다(1991년, 다음 해의 팀스피릿 훈련 중단이 결정되면서 남북 기본합의가 타결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중략… 훈련 재개를 결정하자 북한은 1993년 3월 NPT 탈퇴를 선언합니다. 이로써 북핵 위기가 본격화된 것이죠). 팀스피릿 훈련에 대해 리영희 선생은 “지구상의 어느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미국이 감행하지 않은, 오로지 북한에 대해서만 계속해 온 핵공격 협박”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은 1993년을 끝으로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했지만 이후에도 이름만 바꿔가며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했습니다. 

 

▲ 1981년 팀스피릿 한미연합훈련 장면. [출처: 미국 국방부]


미국은 북한을 핵공격하겠다는 작전계획도 치밀하게 세워두었습니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1960년 단일통합작전계획(SIOP)을 세워 핵공격을 할 소련 내 목표 지점을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1999년 핵보유국이 아닌 북한에도 목표 지점을 지정했습니다. 또 2003년 작성한 개념계획 8022에 벙커버스터에 탑재한 전술 핵무기로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같은 해 나온 작전계획 8044, 2008년에 나온 작전계획 8010-08에도 북한을 핵공격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국방부가 작성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 2002년, 2010년 판에서 모두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 국가로 명시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을 핵공격하려고 했기 때문에 북한은 핵억제력을 갖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한 편으로 북한 핵공격 준비를 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도 이어갔습니다. 

 

북한 비핵화에 관한 첫 대화는 1988년 12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미 참사관급 외교관의 만남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비밀 핵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한국에 배치한 전술 핵무기부터 치워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1991년 전술 핵무기 철거와 팀스피릿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으며 이에 따라 북한도 IAEA 사찰을 수용했습니다. 1992년 IAEA는 북한이 제출한 보고서와 사찰 결과가 일치한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비밀 핵시설이 있다면서 규정에도 없는 특별 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은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사찰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1993년 1월 미국은 합의를 깨고 팀스피릿 훈련 재개를 발표합니다. 이에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NPT도 탈퇴합니다. 이처럼 미국은 첫 시작부터 합의를 어겼습니다. (이후 북미협상 결과 북한은 NPT 탈퇴를 유예했다.)

 

1994년 10월 21일 북미는 제네바 합의에 서명합니다. 주요 내용은 미국이 2003년까지 북한에 경수로(핵발전소)를 건설해 주고 그때까지 화력발전용 중유를 제공하며 핵위협을 하지 않는 대신, 북한은 NPT에 남고 흑연감속로와 관련 시설을 해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중유 공급 일정을 수시로 위반하였고 경수로 건설도 시간을 질질 끌더니 끝내 건설 중단을 선언해 버렸습니다. 핵위협을 계속 한 것도 물론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핵위협과 적대 행위를 계속하는 미국에 맞서 2003년 북한은 NPT를 탈퇴합니다. 이후 남·북·미·중·러·일 6개국이 모여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2005년 4차 6자회담에서 첫 성과물인 9.19공동성명이 채택됐습니다. 여기서 미국은 북한 체제를 존중하며 관계정상화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미국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하는 이른바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를 일으킵니다. 9.19공동성명을 이행할 생각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미국의 거듭된 합의 파기는 트럼프 정권 때도 있었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스스로 북한 비핵화의 가능성을 닫아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해법

 

북미 핵대결 초기인 1990년대 중반 북한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었습니다. 미국은 소련 해체와 동구권 붕괴의 여세를 몰아 북한 체제도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북 제재를 가했고 기세등등한 미국의 위세에 눌려 전 세계가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북한은 갑자기 무역 거래가 끊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자연재해까지 겪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했습니다. 대기근으로 식량이 떨어져 전 국민이 굶주림을 겪었고 영양실조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대기근의 원인은 자연재해도 있지만 전기가 없어 논밭에 물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비료 생산도 멈췄기 때문입니다. 홍수로 탄광이 침수되었는데 전기가 없어 물을 빼지 못해 석탄을 캐지 못하고, 석탄이 없어 발전을 못 하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외국에서 석유 등 원료 수입을 하지 못하자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고, 난방을 못 해 겨울이면 집안에 얼음이 얼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유리 생산이 멈춰 창문을 달지 못하자 판자나 비닐로 막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연료가 부족해 사람들이 산에서 나무를 하는 바람에 주민 거주지 인근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산업이 마비되고, 경제가 파괴되는 초대형 재난을 겪은 것입니다. 

 

북한이 겪은 ‘고난의 행군’은 미국이 떠민 것입니다. 웬만한 나라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참상을 겪으면서 북한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느냐 강대강으로 대응하느냐 갈림길에 섰습니다. 북한은 후자를 택하고 미국의 핵공격 위협에 대응해 남은 국력을 집중해 핵개발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핵무장을 했는데 비핵화하라고 요구하니 먹힐 리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북한 비핵화를 하고 싶다면 북미 핵군축을 하면 됩니다. 북한 핵개발의 원인이 미국의 핵위협이니 미국의 핵이 사라지면 북한에도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러시아, 중국의 핵무기가 있으니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 중국은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비핵화에 동참해야 비핵화에 동의할 것입니다. 결국 전 세계 동시 비핵화만이 현실성 있는 해법입니다. 

 

전 세계 비핵화는 모두가 바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어느 대통령은 전 세계 비핵화를 주장해서 노벨 평화상도 받았습니다. 그만큼 좋은 것입니다. 이 기회에 전 세계 비핵화를 합시다. 모두에게 좋은 것인데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북한만 비핵화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그 주장 자체가 ‘악의 축’입니다.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비핵화는 지금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장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공존공영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페이지  |   코레아뉴스  |   성명서  |   통일정세  |   세계뉴스  |   기고

Copyright ⓒ 2014-2025 [정조준214] 북한 비핵화에 매달리는 게 현실적인가 >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