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21]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굴욕적 한미정상회담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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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1-01 21:0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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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1]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굴욕적 한미정상회담 결과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1월 1일 서울
10월 29일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한미관계의 쟁점이었던 관세와 대미 투자 문제가 일단락되었고 아무도 예상 못 한 핵추진 잠수함 얘기가 튀어나왔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자화자찬하며 잔칫집 분위기이지만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나라의 장래가 암담한 정말 심각한 상황입니다.
![]() © 대통령실 |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추진 잠수함(아래 핵잠수함)의 연료를 한국이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해 줬으면 좋겠다”라면서 “한국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핵잠수함 건조 계획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역대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입니다. 정부가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반쯤 공개한 사업입니다. 예를 들어 2020년 7월 28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당시 2차장이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그해 9월 미국을 방문해 핵연료 공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일도 있습니다. 이걸 보면 핵잠수함 도입의 핵심 문제가 핵연료 문제이며 미국의 승인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료 공급을 승인해 달라며 요청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밝힌 핵잠수함 도입 목적이 충격적입니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이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잠수함들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라며 “가능하다면 (미국이) 연료 공급 허용을 해 주면 한국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해서 한반도 동해와 서해에 해역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상당히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미군이 북한과 중국 잠수함 추적하느라 힘들 테니 우리가 대신 하겠다는 것입니다. 특정 국가를 거론하며 군사 대응을 논의하는데 이걸 비공개로 하지 않고 모두발언으로 공개했다는 게 놀랍습니다. 공개적으로 한국은 북한과 중국을 적으로 대하겠다는 걸 전 세계에 선언한 셈입니다.
지난 8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동맹 현대화’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한미동맹 현대화란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만 하지 않고 대만 방어 같은 지역 내 다른 역할도 맡고 한국군도 여기에 동참하라는 위험천만한 개념입니다. 대놓고 한국에 중국의 적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서 당시 많은 이들이 한미동맹 현대화를 반대했지만 이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수용했습니다.
북중 잠수함을 상대하기 위한 핵잠수함 도입, 이건 한미동맹 현대화가 현실로, 실제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대통령 입으로 이걸 공개하고 공식화했습니다.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은 미중 대리전을 수행하겠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눈에 띄게 국력이 떨어진 미국은 갈수록 직접 전쟁을 수행하기보다 대리전을 선호합니다. 무기를 대주고, 정찰 정보를 제공하고, 작전 지휘만 하면서 미군을 직접 투입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부터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날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됩니다. 그런데 미국이 모의전쟁을 한 결과 미군이 참전해 대만을 지원할 때 중국군의 공격으로 매우 큰 피해를 보고 심지어 패배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미국 내에서는 미군을 대만 방어에 직접 투입하지 않고 일본과 한국을 대신 투입하자는 구상이 나옵니다. 한국이 미국의 돌격대가 되어 대리전을 치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본인 입으로 원래 미군이 상대해야 하는 중국 잠수함을 한국이 대리해서 직접 상대하겠다고 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대리전을 수행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군사 전문가는 한국의 서해는 좁고 얕기 때문에 핵잠수함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핵잠수함은 대양, 원양 작전에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핵잠수함을 도입하면 서해보다는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 운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핵잠수함은 전략 무기라서 미국이 직접 운용에 개입할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미군의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도입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당연히 미군이 우리 핵잠수함 운용에 간섭할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애초에 이 대통령은 핵잠수함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적이 없습니다.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취임 후에도 핵잠수함 얘기는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상회담 공개 발언에서 이 문제가 튀어나왔고 더 놀라운 건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을 발표한 것입니다. 매우 부자연스럽고 이상합니다. 마치 노무현 정부 때 최하 순위 정책이었던 한미 FTA 추진이 어느 날 갑자기 최우선 순위 정책으로 둔갑해 정국을 뒤집어놓았던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건 누가 봐도 짜인 각본에 따른 연극입니다. 핵잠수함 도입 같은 중대한 전략적 문제를 하룻밤 사이에 결정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수십 년 동안 한국 정부가 요청해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던 미국이 말입니다.
그럼 누구의 각본일까요?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이 배우가 되는 연극의 각본을 한국이 짤 리는 없습니다. 당연히 미국의 각본일 것입니다. 미국이 한국에 핵잠수함을 만들어서 북중 잠수함 대응을 대신 하라고 요구하면 국민적 반대와 반미운동이 일어날 수 있으니 거꾸로 한국이 미국에 요구해서 미국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입니다. 예상대로 우리 국민은 자주국방을 한다며 환영합니다.
이번 핵잠수함 도입을 통해 미국의 동북아 전쟁 구상이 일정하게 드러났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고립주의로 전환하면서 전쟁을 피하는 노선으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리고 하던 전쟁도 끝내려 한다, 전쟁하면 패배한다는 전망이 나와서 전쟁을 포기했다는 등의 분석을 합니다. 물론 갈수록 미국이 전쟁하기 어려워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자기 본성인 전쟁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닙니다. 직접 하기 어려우면 대리전을 통해서라도 전쟁을 하고자 하며 특히 동북아에서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한 전쟁은 기회와 조건만 마련되면 언제든 추진할 것입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이 미국의 충실한 배우 노릇, 집행자 노릇을 합니다. 만약 윤석열이 똑같은 일을 했다면 전쟁광이라며 비판받았을 테지만 이 대통령이 하니 자주국방을 한다며 많은 국민이 좋아합니다. 이렇게 미국은 이 대통령을 통해서 우리 국민을 개량화합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을 만나기 위해 절박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발언도 하고, 일정을 연장해서라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도 하고, 대북 제재나 평화협정 체결도 논의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라면서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조처는 거의 다 했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이 남아있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아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이해를 잘 못한 상태”라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의도는 트럼프 대통령을 평화 사절, 즉 피스메이커로 만들고 그걸 북한이 걷어차는 모양새로 만드는 것이었나 봅니다. 본인은 이런 모양새를 만드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전쟁메이커의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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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와 대미 투자 협상
몇 달의 협상 끝에 한미가 관세와 대미 투자에 관한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결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대미 투자는 총 3,500억 달러로 하되 조선업에 1,500억 달러, 나머지는 10년 동안 200억 달러씩 현금으로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애초에 논의되던 것에 비해 2천억 달러를 일시금이 아니라 10년 분할로 납부(?)하는 것만 바뀐 셈입니다. 말 그대로 미국에 강도질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도 협상을 잘했다고 환영하면서 무궁화대훈장과 금관 선물이 먹혔다느니,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받아 냈다느니 이야기합니다.
한국이 얻은 게 있다면 미국은 잃은 게 있을 텐데 아무리 봐도 미국은 잃은 게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미치광이 외교’로 유명합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던진 다음에 그걸 적당히 조정해 주면서 선심을 쓰는 것처럼 으스댑니다. 모두 철저히 계산된 행동입니다. 이걸 통해 상대방은 뭔가 얻어낸 것으로 착각합니다. 사실 시장에서 흔히 겪는 ‘거래의 기술’입니다.
미국은 애초에 무관세였던 자동차에 25% 관세를 불법적으로 매긴 뒤에 15%로 낮추고 무슨 대단한 양보를 한 것처럼 생색을 냈습니다. 투자란 이익이 예상되는 곳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인데 한국은 무슨 벌금 내듯 미국에 현금을 주면서 그걸 ‘투자’라고 부릅니다. 원래 투자한 사람이 이익을 가져가는 게 당연한데 황당하게도 투자받은 미국이 이익의 절반을 가져간답니다. 그나마 90%를 가져가겠다고 했다가 50%만 가져간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또 일시금으로 줄 걸 10년 분할로 만들었으니 이익인가요? 90% 뺏길 걸 50%만 뺏기고, 한 번에 뺏길 걸 10번에 나눠 뺏기니 이익이라고요?
이걸 보면 1985년 플라자 합의가 떠오릅니다. 여러 전문가가 현재 미국이 벌이는 관세 협상을 두고 제2의 플라자 합의라 부를 정도로 그때나 지금이나 내용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그때는 미국이 일본을 일방적으로 강탈했다면 지금은 겉으로 볼 때 한국이 정치적으로 성과를 얻은 것처럼 포장이 됐습니다. 미국이 더 교활해진 것입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굴욕적이고 창피한 결과로 끝났습니다. 핵잠수함을 도입하는 데 대놓고 미국의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나는 한국이 현재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라고 전 세계가 다 볼 수 있게 공개했습니다. 한국은 무기를 만들 때 미국의 ‘승인’을 받는 나라라고 광고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자주국방’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승인해 준 ‘자주국방’인 셈입니다. 부끄러워서라도 비공개로 요청할 법도 한데 부끄러움을 아예 못 느꼈나 봅니다. 10년에 걸쳐 나눠서 현금을 뺏기는 걸 두고 미국의 ‘은혜’라도 입은 양 좋아합니다. 뭐가 우리에게 좋은 일이고 뭐가 나쁜 일인지 아예 판단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정부, 여당만 그런 게 아니라 국민 속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퍼져 있습니다. 아마도 미국과 관련된 일이라서 그럴 겁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미국에 대한 공포심, 숭배심이 굉장히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미국 없이는 살아갈 상상 자체를 못 합니다. 정말 굴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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