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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9] 북한을 향한 미국의 공포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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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2-22 20:3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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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29] 북한을 향한 미국의 공포는 어디서 오는가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2월18일 평양 

■ 미국의 주요 인사들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다고 인정
■ 북한은 실제로 미국을 핵공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 미국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맞붙었을 때 항상 패배
■ 미국이 보기에 북한은 미국을 핵공격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지난 10월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미국 본토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미국인의 공포를 잘 보여줍니다. 여러 전문가는 영화에 나오는 내용이 대부분 사실과 일치하며 구체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현실을 반영해 실감 나는 영화라고 평가합니다. 이 영화는 공상과학영화가 아니라 자세한 취재를 통해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왜 미국인들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거라는 공포를 느끼게 되었을까요?

 

북한의 능력

 

북한에 핵무기가 있다는 건 미국 내에서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부를 정도입니다. 

 

나아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도 이제는 인정합니다. 과거에는 전문가들이 이런 주장을 하면 정부 인사들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주요 인사들도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지난 5월 11일 미국 국방정보국이 하원에 보고한 「2025 세계 위협 평가」는 북한을 두고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고 있다”라며 “(2024년에) 역내 및 미국 본토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탄도미사일 체계를 개발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북한 전략군을 가리켜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지역의 미군, 동맹국 및 동반자 국가를 위협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을 운용하는 북한의 핵무장 미사일 부대”라고 했습니다. 

 

영화에서도 이런 상황을 잘 묘사합니다. 영화 속 정부 인사들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지 못했다고 평가하지만 일부 인사와 전문가는 이를 반박합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평가와 달리 북한이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을 논의합니다. 

 

2020년 8월 4일 대니얼 카블러 미국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관은 “우리는 북한에서 나오는 모든 미사일을 최상의 중대 위협으로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탄두에 무엇이 있는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단거리인지 장거리인지, 훈련용인지 실전인지, 재래식 탄두인지 핵탄두인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초긴장 상태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보면 미국 지휘부가 북한에 얼마나 공포를 느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의지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무기가 있습니다. 지난 10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청문회를 열어서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가 위협적이라서 미국도 핵무기 증강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핵무기 증강 예산을 늘리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나 중국의 핵미사일 위협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대치하면서 미·러·중은 서로 핵공격을 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 나라가 상대국에 핵공격을 하면 핵보복을 받아 서로 공멸합니다. 따라서 핵보유국끼리는 서로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공포의 균형’이 작동합니다. 이를 상호확증파괴(MAD) 이론이라고 합니다. 

 

러시아나 중국은 미국 본토를 핵공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적도 없습니다. 러시아는 2024년 11월 국가 존립이 위협받거나, 핵보유국 혹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보유국이 공격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 핵교리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핵공격을 받았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는 한 두 나라도 미국 본토를 핵공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은 핵공격을 받기 전에도 위험이 감지되면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며 대단히 공격적인 핵교리를 채택했습니다. 또 비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과 연합하여 공격하려고 하면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북한은 실제로 미국을 핵공격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2023년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서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연설을 통해 “(미국은)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한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략 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이건 그래도 장관급 인사의 공식 발언이라 점잖은 편입니다. 같은 해 6월 25일 열린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군중대회’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자행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강조하며 “조선 인민의 철천지원수 미제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고 반미 대결전의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자”라는 구호가 나왔습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에서 “미제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쓸어버리자”라는 표현을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 2023년 6월 25일 평양에서 열린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군중대회’ 장면.


이처럼 북한은 미국에 선제 핵공격을 할 의지를 거듭 밝혔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과 달리 상호확증파괴 이론이 통하지 않습니다. 

 

북한과의 대결 경험

 

미국은 북한과 80년간 대결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우선 미국은 북한이 빈말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했습니다. 

 

많은 나라는 외교를 하면서 허풍이나 엄포를 종종 늘어놓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일가견이 있는데 잔뜩 허세를 부리다 정작 진짜 대결이 시작되면 꽁무니를 뺀다고 해서 ‘타코’(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도망간다는 뜻)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자주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공언한 바를 그대로 이행합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12년 4월 남북관계가 험악한 상황에서 “북한 행위라는 게 빈말이 아니다. 말을 하고 바로는 아니지만 언젠가 그걸 할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한번 한다고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공언한 걸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둘째, 미국은 북한과 군사적으로 맞붙었을 때 항상 패배한 경험이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처음 군사적으로 정면 대결한 것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5일 오산 죽미령 전투입니다. 여러 전투에서 명성을 떨치던 스미스특수임무부대는 조그만 신생국의 군대 정도는 손쉽게 제압하리라 우습게 여겼다가 참패합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540명 가운데 150명이 전사하고 장교 5명 실종, 포로 82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시 미군이 얼마나 호되게 당했는지 일부 패잔병은 걸어서 서해안까지 가서 조각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갔으며, 동해안까지 걸어간 병사도 있었습니다. 반면 북한군 전사자는 42명이었습니다. 

 

이후 대전전투에서는 윌리엄 딘 소장이 인민군 포위망에 걸려 길을 잃고 헤매다가 포로로 붙잡히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사단장이 전쟁 중 포로가 된 것은 미군 사상 유일무이한 일이라고 합니다. 

 

결국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1954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자신을 “사상 처음으로 승리 없는 전쟁의 휴전협정에 조인한 미군 사령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마 넬슨 브래들리 미국 초대 합참의장은 한국전쟁을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적과 진행한 잘못된 전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장상환 경상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전쟁은 미국의 의도가 좌절된 최초의 전쟁”이라고 했습니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때도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북한에 핵위협을 가했지만 패배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3A, 즉 영해 침범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했지만 배는 끝까지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1969년에 있었던 전자정찰기 EC-121 격추 사건과 헬리콥터 OH-23G 격추 사건 때도 미국은 북한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뿐 보복을 못 했습니다. 

 

1976년 판문점 도끼 사건 때도 미국은 당장 전쟁을 개시할 것처럼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들을 한반도에 집결시켰다가 전쟁을 포기했습니다. 주한미군 장교 2명이 사망했고 여러 병사가 중경상을 입었지만 미국은 나무를 자르고 북한의 ‘유감 성명’을 받는 걸로 사건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 판문점 도끼 사건 당시 잘라 낸 문제의 나무. 여러 군인이 죽고 다친 것에 ‘분개’해 ‘나무를 베어 버렸’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 Naturehead

 

북한과의 소통

 

영화를 보면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연락해 미사일 발사 여부를 파악하려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연락하지 못합니다. 북한과 소통 창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른바 ‘뉴욕 채널’이라 부르는 유엔 주재 북한 대사를 통해 대화를 시도한다거나, 이른바 ‘핑크폰’이라 부르는 판문점 직통전화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통 창구로는 안정적인 고위급 대화를 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친서를 받지 않는다’라고 불평한 것처럼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 미국으로서는 손을 쓸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미국이 원치 않는 위기가 고조되면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북한의 의도를 파악할 길도 없고, 타협을 하거나 사태를 조절할 장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화에서처럼 미사일 한 발에 지휘부가 혼비백산하게 됩니다. 

 

자승자박

 

영국이나 프랑스, 이스라엘도 핵무기가 있지만 미국은 이들 나라를 위협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동맹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핵보유국에 대해서도 크게 공포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미국이 먼저 핵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핵공격을 할 일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다릅니다. 미국은 북한이 자기에게 핵공격을 하고자 한다고 여깁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보기에 북한은 미국을 핵공격할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80년 동안 북한을 핵으로 위협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한 적도 있고, 선제 핵공격 대상에 올려놓은 적도 있으며, 시시때때로 핵공격 훈련을 하고 또 전략 핵무기를 북한 주변에 배치해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며 군사적 대응을 하고 주민들은 생업을 중단하고 핵전쟁에 대비했습니다. 

 

미국은 자신이 그렇게 북한에 핵위협을 했고 또 실제로 핵공격을 하려는 계획도 있었으니 북한이 보복할 거라 여기는 것입니다. 

 

미국은 핵위협만 한 게 아닙니다.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이 겪은 ‘고난의 행군’을 생각해 봅시다. 

 

당시 미국은 소련 해체와 동구권 붕괴의 여세를 몰아 북한 체제도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미국은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했고 기세등등한 미국의 위세에 눌려 전 세계가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북한은 갑자기 무역 거래가 끊기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자연재해까지 겪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했습니다. 대기근으로 식량이 떨어져 전 국민이 굶주림을 겪었고 영양실조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외국에서 석유 등 원료 수입을 하지 못하자 공장이 멈추고,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고, 난방을 못 해 겨울이면 집안에 얼음이 얼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유리 생산이 멈춰 창문을 달지 못하자 판자나 비닐로 막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연료가 부족해 사람들이 산에서 나무를 하는 바람에 주민 거주지 인근 산들은 모두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산업이 마비되고, 경제가 파괴되는 초대형 재난을 겪은 것입니다. 

 

북한이 겪은 ‘고난의 행군’은 미국이 떠민 것입니다. 웬만한 나라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참상을 겪은 북한이 미국을 어떻게 여길지는 물어보나 마나입니다. 

 

‘고난의 행군’이 가장 극심했던 1990년대 중후반에 영·유아, 어린이였던 이들이 지금 30, 40대로 북한 사회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굶주림을 겪으면 의지가 강해지는 법입니다. 이들이 미국에 보복하겠다는 의지는 전 세계에서, 인류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할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언젠가 한 번은 미국과 결판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불문율처럼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북한을 못살게 굴었던 ‘분노 유발자’였으니 미국은 공포를 느끼는 것입니다. 내가 괴롭히던 상대가 강해지면 나에게 보복할 거라고 여기는 건 모든 가해자의 공통된 심리입니다. 죄지은 자는 발 뻗고 못 자게 마련입니다. 자승자박(자기 언행으로 자기가 곤경에 빠짐)입니다. 

 

중요한 건 미국이 지금도 북한을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붕괴시키겠다는 국가 계획이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대북 정책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접근법의 차이일 뿐 북한을 붕괴시키겠다는 목표 자체가 바뀐 건 아닙니다. 미국이 제국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목표가 바뀔 일은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 붕괴 노선을 고집하는 한 북한을 향한 공포는 계속됩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 평화공존 하겠다고 노선을 바꾸면 문제가 획기적으로 해소될 것입니다. 이처럼 공포를 해소할 길이 있는데 절대 이 길로 가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공포를 부채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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