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준234] 다극화와 반제자주화의 관계 ① 대미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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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1-09 21:5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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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234] 다극화와 반제자주화의 관계 ① 대미 노선
문 경 환 기자 자주시보 1월 6일 서울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무너지고 다극 체제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는 미국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장관은 2025년 1월 30일 “냉전 종식과 함께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 되었지만 세계가 일극 체제로 유지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결국 지구 곳곳에 여러 강대국이 존재하는 다극 체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면서 다극 체제의 대표 국가로 “중국·러시아 같은 강대국, 이란·북한 같은 ‘불량 국가’”들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2025년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세계 각국 정상들의 앞장에서 망루에 오르는 장면을 통해 세계는 다극 체제와 다른 새로운 질서, 바로 반제자주화 질서가 태동하고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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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극 체제와 반제자주화는 성격이 다르며 서로 독립적입니다. 둘의 관계를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대미 관계
다극 체제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대체하는 질서입니다. 그렇다고 다극화 국가들이 미국을 반대하고 배척하는 건 아닙니다. 이들 나라는 미국과 공존, 교류, 경쟁하려 합니다.
미중관계에서 미국은 중국을 단순한 경쟁상대로 여기는 게 아니라 적으로 인식합니다. 중국을 ‘중공’(중국 공산당)이라 부르며 적대하고, 제1도련선, 제2도련선으로 군사적 포위망을 형성했으며, 제재 봉쇄로 중국 경제를 질식시키려 합니다. 또 중국을 겨냥해 쿼드, 오커스, 푸른 태평양 동반자(PBP) 등의 안보 협력체를 만들고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칩4, 팍스 실리카 등의 경제 협력 기구를 만들어 중국을 고립시키려 합니다.
반면 중국은 이런 미국의 공세를 방어하는 수준에 머무릅니다. 중국의 전통적인 군사 전략은 반접근/지역거부(A2/AD)로 미국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막겠다는 방어적 개념입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도 미국을 고립봉쇄하자는 게 아니라 미국의 봉쇄를 피해 교역로를 개척하자는 것입니다. 또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잘못된 행태를 규탄하는 일은 있어도 미국을 적으로 대하지 않기 위해 항상 수위를 조절합니다.
중국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미국을 공존, 교류, 경쟁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인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2024년 기준 미국은 중국의 1위 수출국(5,247억 달러)입니다. 또 2024년 말 기준 중국은 약 7,654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해 일본, 영국에 이어 미국 국채 보유 순위 3위를 기록했으며 달러 보유고도 3조 2,024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3~2024학년도 기준 약 27만 7천 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공존하려 합니다.
미러관계에서도 미국은 러시아를 적으로 대합니다. 이미 소련을 무너뜨린 경험이 있는 미국은 러시아가 다시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으면서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실상 대리전으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경제·군사력을 약화하려 합니다. 트럼프 정부 들어 전쟁을 끝내고 러시아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전쟁에 승산이 안 보여서 그러는 것이지 러시아를 공존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미국을 적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2025년 10월 2일 열린 발다이 국제 토론 클럽 제22차 연례회의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소련 포함)가 군사 블록 대결을 피하고자 두 번이나 나토에 가입하려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소련 시절인 1954년이었고 두 번째는 2000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전면 거부당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은 사회주의 체제라서 미국이 거부했지만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 러시아까지 거부한 건 이해할 수 없었다며 결국 미국은 체제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필요 때문에 러시아를 적대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안보와 세계 안정이라는 영역에서 비선형적인 단계를 밟아나가며(중간 단계를 뛰어넘는다는 뜻)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서방 국가는 지정학적, 역사적 고정관념의 족쇄에서 그리고 단순화되고 도식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러시아는 처음부터 미국과 공존하려 했습니다.
위의 연례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다극화 시대의 특징을 6가지로 꼽았는데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을 제공 ▲역동적 ▲민주적 ▲정해진 규칙이 없음 ▲조화와 균형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는 것 등입니다. 이걸 보면 확실히 반제자주의 성격은 희박하고 미국과 공존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다극 체제의 주요 국가인 인도와 브라질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는 쿼드(4자 안보 대화)를 통해 미국과 안보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중국과 갈등 관계에 있기에 미국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렇다고 친미 노선을 걷는 것도 아닙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는 미국과 갈등합니다.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정권 때 친미 정책을 폈다가 룰라 정권 들어 미국과 거리를 두지만 그렇다고 반미 성향을 보이는 정도는 아닙니다. 룰라 정권은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저항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과 우호적으로 지내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다극 체제는 미국과 공존, 교류, 경쟁하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반면 반제자주화를 이끄는 북한은 미국을 적으로 대하며 배척, 제압하려 합니다.
2022년 3월 23일 북한 외무성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패권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절대적인 힘의 우세를 제창하며 생물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육 무기 개발에 광분하고 있는 미국이야말로 온갖 악의 본산, 지구상의 악성종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악의 본산’, ‘악성종양’은 제거의 대상이지 공존의 대상이 아닙니다.
2023년 6월 25일 열린 ‘6.25 미제 반대 투쟁의 날 군중대회’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자행된 미군의 민간인 학살을 강조하며 “조선 인민의 철천지원수 미제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고 반미 대결전의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자”라는 구호가 나왔습니다. 미국과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거나 미국을 소멸하자는 구호, 선전물은 북한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 각종 북한 선전물. |
북한은 미국을 적으로 여기며 배척, 제압하려는 이유로 미국이 먼저 북한을 적으로 대하고 무너뜨리려 했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의 군사훈련을 매년 반복하고, 북한을 핵공격 대상으로 명시하고 틈만 나면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보내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로 경제를 무너뜨리려 하고, 다른 나라도 북한 고립봉쇄에 동참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들이 모두 북한이 드는 근거입니다.
또 북한은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침략과 약탈을 자행하기에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지구상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라크전쟁 등 수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리비아 내전 등 여러 내전을 조종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리전도 숱하게 벌인 게 미국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는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이야기하면서 자기는 국제 규범이나 국제기구를 무시하고 관세 폭탄을 던지고, 특수부대를 보내 다른 나라 대통령을 납치하고, 기후 위기를 부추겨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들도 모두 북한이 드는 근거입니다.
나아가 북한은 미국이 이런 제국주의적 속성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기에 공존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미국이 간혹 다른 나라와 타협을 한다거나 다른 나라에 혜택을 주는 일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모습을 두고 미국의 성격이 바뀐 게 아니라 날카로운 발톱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것이지요.
미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상대가 강해서 함부로 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거나, 미국에 여유가 생겨 나름의 국격 관리를 할 때입니다. 아니면 상대를 속여서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에 당한 대표적인 나라가 리비아입니다. 리비아의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핵프로그램만 폐기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믿고 따랐다가 결국 미국이 지원하는 반군에 정권이 무너지고 카다피 본인은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트럼프 정권 들어 미국에 환상을 갖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미국이 드디어 국력 쇠퇴를 인정하고 고립주의로 돌아섰다거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노벨평화상에 집착한다면서 미국이 전쟁에서 손을 뗄 것으로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면서 이런 기대가 모두 환상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2025년 12월 17일 워싱턴포스트는 흥미로운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 핵과학자들을 암살한 ‘나니아 작전’의 전말을 소개한 기사였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트럼프 정권은 중동 문제에서 손을 떼려고 하는데 이스라엘이 자꾸 전쟁을 확대해서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게 하나의 공작이었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작전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이란과 협상을 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심지어 이란이 방심하도록 유도하려고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화 통화를 하며 다퉜다는 언론 보도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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