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한반도비핵화는 세계비핵화

<분석과전망>7차당대회를 통해 완성된 북한의 핵전략(1)

이번 북한 조선노동당 제7차당대회가 북한의 핵과 관련해 갖는 결정적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한반도비핵화를 세계비핵화로 범주화시켰다는 것이 그 하나며 아울러 북핵을 세계자주화 위업으로 범주화시켰다는 것이 또 하나입니다. 7차당대회를 통해 북한의 핵전략이 완성된 셈입니다.

내용은 이전에 썼던 글과 중복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다 정연하게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두 꼭지에 걸쳐 글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글쓴이 주

핵보유국과 핵경제병진노선 북핵3원칙 확정

제7차노동당대회의 결정서는 북핵과 관련해 세 가지를 확정한다.

첫째, 핵보유국을 확정한다.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은 이미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당 우위국가다. 당의 최고 수위 기관인 당대회에서 핵보유국을 확정하고 당규약에 핵보유국을 명시했다는 것은 ‘항구적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이와 관련, 일당독재 국가에서 당대회가 차지하는 위상을 정확히 알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후 북핵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두 번째로는 핵경제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확정한다.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을 하루빨리 건설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로선"

제7차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담고 있는 결정서가 핵경제병진노선에 대해 내리고 있는 규정이다.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합법칙적 요구와 우리나라의 구체적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노선"이라는 것이다.

핵경제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확정했다는 것은 핵무력강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없다. 결정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전략적 로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돼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북핵3원칙을 천명한다.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 의무를 성실히 리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는 결정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핵선제불사용과 비확산 의무 이행 그리고 세계비핵화 노력 등을 천명한 것이다. 세계3대핵강국인 미중러가 세우고 있는 핵원칙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핵선제불사용과 비확산의무 이행은 공통점이지만 다른 점은 세계비핵화 노력이다.

북한이 당대회를 통해 핵보유국으로 명시하고 핵경제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확정한데 이어 북핵3원칙을 천명한 것은 북한의 핵전략을 완성했다는 것을 의미해준다.

이 의미는 구체적이다. 미중러 등 3대핵강국들을 상대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것을 천명 한 것이며 핵무력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이자 마지막으로는 세계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중에서 특히 북핵3원칙을 천명하면서 북핵을 세계비핵화와 연동시켰다는 것은 대단히 특별한 대목이다. 한반도비핵화의 개념과 위상에 대한 최종적인 확정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비핵화 개념 위상 변화의 과정- 핵폐기에서 핵동결로 그리고 세계비핵화로

한반도비핵화는 6자회담 초기시기 때 처음 나온 이래 북미핵대결전이 심화됨에 따라 그 개념과 위상에 변화를 주면서 오늘에 이르게 된다.

한반도비핵화는 처음에는 ‘미국의 한반도 핵 철거’에 조응하는 ‘북핵 폐기’였다. 북핵능력이 일천하던 때였다. 이때, 북한은 한반도비핵화를 ‘김일성주석의 유훈’으로 규정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틀거리로 만들어졌던 6자회담은 미국의 대북대결정책과 북한의 핵을 동시에 폐기해줄 수 있는 것으로 세계적 기대를 모았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정점을 친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 폐기해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하게 되고 북한은 이에 맞추어 핵을 폐기하는 노정표가 9.19공동성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9.19공동성명은 파기되고 이어 6자회담도 유명무실해지고 만다. 미국은 여전히 6자회담을 고수하는 입장을 취했지만 북한은 ‘6자회담은 없다’고 선포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한반도 핵우산 제공이나 핵전력 전개 등으로 표현되는 대북대결정책을 더욱 강화했으며 북한은 핵미사일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했다.

 

북핵 능력은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급기야 2016년에 이르러 ‘양탄일성’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 그러면 핵시험을 하지 않겠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지난 4월 23일 방미 중 뉴욕에 있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서 미 AP통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했던 말이다.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시험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북한은 한 두 번만 한 것이 아니다. 2014년부터 줄기차게 해왔었다. 지난해에는 물론 이번 4차핵시험 후에도 북한은 그 제안을 했었다.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면 자신은 핵동결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북미핵대결전의 새로운 국면이었다. 북한이 북미핵대결전 초기 시기 때 쳤던 ‘미국의 한반도 핵 철거’ 대 ‘북핵 폐기’라는 대결전선을 폐기하고 ‘미국의 대북대결정책 폐기’ 대 ‘북핵동결’이라는 새로운 대결전선을 짜들어간 것이었다. 북핵능력고도화가 불러온 현실이었다.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대북전문가이기도 한 미국의 지그프리트 해커박사는 이 현실에 충실했다. 이른바 ‘3NO원칙’이라는 북핵접근법을 내놓은 것이다. 핵무기를 양은 더 늘리지 말고 성능은 더 개선하지 말 것이며 기술이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윌리암 페리 전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조웰 위트 등 많은 대북전문가들의 동의를 받고 있는 북핵 접근법이다.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에 핵동결을 조응시키는 것에 대해 그러나 오바마정부는 수용하지 않는다. 리 외무상의 인터뷰가 있던 날 당시 독일을 방문 중이었던 버럭 오바마대통령이 직접 나서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보이라. 그러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맞선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핵시험을 중단하겠다는 우리의 제안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4월 26일 리 외무상이 방미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리태송 외무성 부국장이 한 말이다. 리 부국장은, 북한의 제안을 미국이 거절한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리 외상의 방미기간 동안 미국의 한미군사훈련 중단 대 북한의 핵시험 중단을 둘러싸고 벌였던 북미핵대결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는 북한이 결국, ‘미국 대북적대정책 폐기’ 대 ‘핵동결’이라는 대립구도를 폐기해버린 것을 의미한다.

리 부국장의 발언이 있던 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에 논평 하나를 띄워서는 미중러의 핵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는 세계비핵화를 언급한다. "미국의 핵감축 타령이 자기의 전략적 우세를 보장하기 위한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대국들의 새로운 핵군비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말미암아 세계의 비핵화는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고 한 것이다.

북한이 3대핵강국인 미중러에 대해 심도있게 비판을 가하고 난 뒤 세계비핵화를 부각시켰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대북전문가는 없다.

 

세계비핵화는 버럭 오바마 미 대통령의 개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5일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은 지금까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핵보유국으로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따라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미국이 헌신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북한이 한반도비핵화를 오바마 대통령의 세계비핵화의 범주에 진입시키고 있음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결국,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구체적으로는 북핵3원칙을 천명하는 것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비핵화에 직접 조응시켜내기에 이르른다.

한반도비핵화는 이제, 더 이상 미국의 한반도 핵철거에 조응하는 핵폐기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 조응하는 핵동결도 아니다. 한반도비핵화는 북미핵대결전의 단계적인 국면전환에 따라 핵폐기에서 핵동결을 거쳐 세계비핵화로 그 개념과 위상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한반도비핵화는 이처럼 세계비핵화다. 북한은 이후 세계비핵화를 통해 한반도비핵화를 실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북핵미사일능력고도화에 기반해 미국을 위시로 하는 중러 등 세계3대핵강국들에게 세계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핵군축 계획을 제안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