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북한 외무상(왼쪽) [중앙포토]

ARF로 국제무대 데뷔, 北이용호 외무상은 누구?

이번 북한 측 대표단이 만만치 않다. 특히 긴장해서 준비해야 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4일 막을 올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준비하며 몇달 전부터 실무자들에게 당부한 내용이다. 윤 장관이 긴장해야 한다고 한 이유는 행사에 참석하는 인물이 북한의 이용호 신임 외무상이기 때문이다. 윤 장관과 북핵 문제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게 될 이번 행사가 그에게는 외무상으로서의 국제무대 데뷔전이다.

이용호는 24일 오후 라오스에 도착해 28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제재로 어려운 상황에도 고위급 인사들을 외국에 보내며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특히 이 외무상에게는 부임 뒤 첫 국제무대이니 여러 나라와의 양자회담 등 적극적 활동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했다.

이용호는 평양외국어대에서 수학하고 영국 및 아일랜드 대사로 일하는 등 주로 유럽 지역에서 근무했다. 지난 5월 7차 노동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에 오르면서 북한 외교라인의 중심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가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에 관여하면서다. 95년 경수로 공급협상에선 북한 대표로 참석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당시 합의를 주도한 로버트 갈루치 미국 북핵특사는 이용호에 대해 ‘말이 통하는 인물’이라며 높게 평하곤 했다”고 전했다. 수년 전 그를 직접 만나본 적이 있는 정부 고위 당국자는 외교관 후배들에게 “너희보다 실력이 더 나아보이더라.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2010년 김계관 당시 외무성 부상의 후임으로 유력했던 이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젖히고 외무성 부상이 되면서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이용호는 특히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다른 소식통은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생각해서 하는 영어가 아니라 원어민 수준으로, 그냥 나오는 수준의 실력이었다”며 “다자회의에서도 북한 측 인사들은 흥분해서 선동성 발언을 많이 하는데, 이용호는 달랐다. 보다 매너가 세련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유학 경력은 확인된 바 없지만, 이런 특출난 영어 실력 때문에 어린 시절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외교가에선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총애했던 그의 아버지 이명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체코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용호도 이때 아버지를 따라가 공부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용호는 특히 26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공식 발언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피력할 계획이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비판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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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외교장관 간에 조우도 이뤄질 전망이다. 윤 장관은 2014년과 2015년 ARF 때도 환영 만찬 때 당시 이수용 외무상과 만났으나, 인사 외에 의미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장관은 23일 출국 직전 기자들과 만나 “다자행사인 만큼 (이용호를)마주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호가 중국 왕이 부장과 만나 회담할 가능성도 있다. 북·중은 ARF를 계기로 만날 때마다 대부분 외교장관회담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북·중 우호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는 등 북·중 간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이용호와 왕이 부장은 행사 기간 동안 한 호텔에 머무를 예정이다.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로 호텔에서 만나 회담하는 것도 가능하다.

[출처: 중앙일보] ARF로 국제무대 데뷔, 北이용호 외무상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