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IAEA 사무차장 “미국, 북과 핵·미사일 동결 목표로 대화해야

”VOA 방송 인터뷰서 

“북, 중단거리미사일에 핵무기 장착 가능… EMP, 차원 다른 위협”

김동원 기자

북한은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모두 생산할 수 있으며, 중단거리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이 밝혔다고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그래서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 잠정중단(동결)을 목표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VOA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곤 “북한의 전자기펄스, 즉 EMP 역량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위협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처장은 지난 1994년 1차, 2002년 2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먼저 북한의 수소폭탄 제조 능력 문제와 관련해 “수소폭탄을 만들기 위해선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외에 리튬-6와 중수소가 필요하고, 중수소화리튬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우라늄, 리튜, 중수소는 북한의 기술 역량 안에 포함되는 것들”이라고 생산력을 인정하곤 “정확히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중수소와 리튬-6 생산은 그렇게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북한이 관련 설비를 갖추고 있다면 공기 중 기체 포집이나 위성사진을 통해서는 찾아내기 매우 어렵다. 오직 인적정보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무엇을 목표로 지난 3일 핵실험을 했는지에 대해선 “중요한 건 북한은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얼마나 작게 만들었는지, 어떤 미사일에 장착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면서도 “(북한의)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은 확실히 이 정도 크기의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거기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답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면서 특히 북한의 EMP 역량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북한 언론이 며칠 전 김정은의 핵무기연구소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초강력 전자기펄스, EMP 공격을 언급했다”고 환기시키곤 “이는 지상의 전자기기를 파괴하는 매우 위험한 무기이다. EMP 탄은 매우 높은 고도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고, 매우 광대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지 몇 기만 보유해도 엄청난 억제력을 갖게 된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을 계속하고 있는 목적에 대해선 “최근 (미사일)발사는 평양 인근에서 이동식발사대를 이용해 감행했다. 이 경우 발사 동향을 탐지하기도 어렵고 민간인 피해 때문에 미사일 제거를 위한 선제공격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이라며 “관련 시설과 미사일 발사 등을 담은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며 홍보활동까지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정치적, 기술적, 홍보 면에서 매우 정교한 활동을 벌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 잠정중단을 목표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킬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고, 그게 목표가 돼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계속 진전되고 있다. 협상을 오래 미룰수록 협상에서 미국의 입지가 약화된다”면서 “핵프로그램을 멈추게 한 뒤 폐기 수순을 밟으려면 북한이 모든 핵 역량을 갖춘 뒤 시도하는 것보다 여전히 핵개발 과정 중일 때 그렇게 하는 게 더 수월하다. 시간은 계속 가고 있고, 북한과 그런 논의를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관여할지 고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을 너무 오래 끌면 북한은 핵·미사일 기술을 계속 진전시킬 것이고, 결국 원하는 역량을 갖출 것이다. 그때는 어떤 합의도 어려워질 것이고 결국 지는 게임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동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