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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관점에서 본 푸틴의 극동 명령, 새로운 지경학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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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1-05 19:3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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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동방경제포럼에서 연설하는 푸틴 대통령.  © 로스콩그레스 재단


북한의 관점에서 본 푸틴의 극동 명령, 새로운 지경학의 탄생


서 도 영 통신원  자주시보 11월 5일 서울  

2025년 11월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5년 9월 5일에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의 실행 방안을 지시하는 일련의 지침들을 하달했다. 그가 서명한 ‘동방경제포럼 후속 지침’에는 총 11개 항목의 중요한 내용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1-f 항이 의미하는 지경학적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극동연방관구 내 복합 운송-물류센터를 개발하고, 니즈넬레닌스코예-통장, 블라고베셴스크-헤이허 철도 교량 그리고 북한 방향 투만나야 강(북한 명 두만강)에 건설 중인 교량 지역을 포함해 2026년 운영을 개시할 것. 접근도로는 국가 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러시아 연방 정부는 2026년 2월 1일까지 이 로드맵을 보고해야 한다. 이 짧은 하나의 문장은 앞으로 뒤집힐 극동의 정세를 예고한다.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대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물류 인프라 구상은 세계 질서의 균형을 재편하는 신호탄이다. 특히 니즈넬레닌스코예-통장, 블라고베셴스크-헤이허, 투만나야-두만강 교량은 각각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부 그리고 북한 북부를 연결하는 대륙 물류의 북쪽 축을 형성하며, 남쪽의 단둥-신의주, 훈춘-나선, 자루비노항 삼각축과 하나의 거대한 구조로 결합하고 있다.

 

  © 문경환 기자


이 세 교량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 또는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단일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동북아의 대륙 회랑 전체를 통합하는 전략적 인프라망의 일부다. 니즈넬레닌스코예-통장은 러시아 아무르주를 거쳐 중국 동북3성과 직결되며, 블라고베셴스크-헤이허 축은 아무르강 서부에서 러시아 철도망을 중국 산업지대와 연결한다. 그리고 투만나야-두만강 교량은 북한의 나선항, 청진항과 러시아 자루비노항, 중국 훈춘시를 잇는 삼국 접점의 관문이다.

 

이 세 노선은 모두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러시아-중국-북한 대륙 물류의 주간선으로 이어지며, 단둥-신의주 축이 서쪽에서, 훈춘-나선 축이 중앙에서, 자루비노항이 동쪽에서 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완성한다. 다시 말해, 푸틴의 지침에 언급된 세 교량은 단둥-신의주, 훈춘-나선, 자루비노항으로 이어지는 남방 회랑과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될 것이다.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단지 수출입 경로를 확보하는 것 이상이다. 자력갱생의 산업 기반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대동맥이며, 외세 의존을 벗어나려는 백여 년의 투쟁이 결실로 맺어지는 단계다. 단둥-신의주를 거쳐 평양과 남포로 이어지는 서부 루트, 훈춘-나선을 통해 동해와 북극항로로 이어지는 중앙 루트, 자루비노-두만강을 거쳐 러시아 극동 철도망으로 연결되는 동부 루트는 모두 상호보완적이다. 그리고 그 북쪽 끝에 자리한 니즈넬레닌스코예-통장과 블라고베셴스크-헤이허 교량은, 북한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동북 회랑과 맞물린 대륙 회랑의 확장선으로 작동한다. 결국 이 모든 노선이 완성되면,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이어지는 경계선은 실질적인 대륙 경제의 통합선으로 전환된다.

 

지리적으로 이 지역은 오랫동안 세계 자본의 주류에서 배제되었다. 압록강과 두만강은 냉전의 상징이자, 동북아 분단의 상처였다. 그러나 지금 이 강들은 다시 흐름을 바꾸고 있다. 중국 단둥 지역에는 이미 대규모 물류센터와 통관 시설이 조성되고 있으며, 그와 연동되는 신의주-평안북도 축선에는 철도, 도로, 에너지 유통망이 정비되고 있다. 북쪽으로는 러시아 연해주 하산-나진 구간이 연결되어, 유럽-동북아를 잇는 유라시아 철도망의 실질적 연결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 구간은 서방 제재의 사각지대이자,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공동으로 제재를 무력화하는 경제 회랑으로 기능한다.

 

서방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러한 구상은 ‘불법 회피’나 ‘제재 우회’로 해석되지만, 실상은 어떤가. 제재란 본질적으로 정치적 폭력이며, 한쪽의 가치와 이해관계를 강요하는 제국주의적 수단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이를 공동으로 거부하는 것은 반발이 아니라 정당한 주권 회복이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제재 속에서도 독자적 산업 체계를 유지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기반 산업, 특히 금속, 기계, 에너지, 운송 분야를 스스로 확장했다. 이제 여기에 중국의 물류, 러시아의 자원까지 결합함으로써, 서방의 금융 및 무역 제재가 더 이상 실효성을 가지지 못하는 새로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 경제 회랑의 다른 축은 극동과 북극해를 잇는 북극항로다. 러시아는 이미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직접 연결하는 운송로를 가동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를 남방으로 이어주는 물류 기점이 된다. 나선항, 청진항, 원산항은 중국-러시아-북한의 삼각 물류망과 북극항로를 연결하는 전초기지로, 에너지 수송, 희토류 자원 이동, 전략 물자 운반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 구상이 완성되면, 서방의 해상봉쇄 체계는 본질적으로 무력화된다. 미국이 장악한 믈라카(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의 전략적 압박은 북극항로를 경유한 새로운 대륙 교통로 앞에서 영향력을 잃는다.

 

북한은 그동안 외부의 압력 속에서도 체계적인 자립경제 모델을 유지한 유일무이한 국가다. 이러한 체제의 완결성이 이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지원을 매개로 외부 세계와 유연하게 접속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즉, 북한은 체제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대륙 경제의 핵심으로 작동하는 주체적 개방을 실현하는 셈이다. 이는 서방이 요구하는 시장개방 모델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의 개방은 자립을 전제로 한 선택적 개방이며, 외세의 자본 침투를 거부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주권 경제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또한 이 구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동북3성은 과거의 ‘공업지대’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산업 회랑으로 재편된다. 단둥과 훈춘 일대에는 이미 대규모 창고, 통관, 환적, 전자결제 시스템이 결합한 현대적 물류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이는 중국과 북한 공동의 공급망 재편 프로젝트다. 푸틴의 지침은 이 지역에 에너지와 철도망, 북극항로 인프라를 제공하며, 삼국 간의 구조적 상호 의존을 심화한다.

 

서방의 제재는 이 복합 네트워크 앞에서 이미 실효를 잃었다. 북한의 상품이 중국을 거쳐 제3국으로 이동하고, 러시아의 원자재가 북한 항구를 통해 재수출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미국의 금융과 통관 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더구나 디지털 통화와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이 가동되면서, 달러 중심의 결제망을 회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이는 단지 IT 기술의 발달이 아니라, 금융 주권의 회복이며, 서방의 제국적 금융질서에 대한 실질적 저항이다.

 

오늘날 북한은 더 이상 봉쇄의 피해자가 아니다. 봉쇄를 이겨내고 자립적 경제구조를 마련했을 뿐 아니라, 핵무력까지 갖추며 미 제국주의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새로운 동북아 안보 구조의 핵심 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 역시 대륙세력과 강력한 동맹을 맺고 해양 패권에 맞서는 전략적 완충지대를 확보했다. 북한-중국-러시아를 잇는 새로운 지경학의 중심에는 ‘자주’를 물류와 인프라로 실현하는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

 

서방이 이 흐름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이 변화는 서방 중심의 질서가 가진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제재와 봉쇄로 하나의 국가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이 이를 극복한 최초의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의 중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동북아의 국경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류센터 건설과 인프라 통합은 대륙의 부활을 예고할 뿐 아니라, 서방의 지배를 넘어선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서막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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