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박사의 한미동맹 이야기①] 70년간 비밀작전 전개한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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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2-27 09:5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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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미국 비밀보호법에 따라 비밀로 분류돼 한국 정부는 까막눈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이 유튜브에 한미동맹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자의 동의를 얻어 본지에서 소개한다. 고승우 박사는 합동통신사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월간 『말』 편집장, 한겨레 부국장, 미디어오늘 논설실장 등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활약했으며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 등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서도 힘써 온 언론계의 원로다.
서론: 비밀로 관리되는 동맹
한미동맹은 냉전기 이후 한국의 국가안보와 경제 발전의 핵심 축으로 작동해 온 것으로 일컬어진다. 이런 결론은 한미동맹의 지지자들이 만들어낸 것으로 그 타당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국가안보와 경제 발전은 한 국가라는 공동체의 총체적 역량이 결집한 결과이지 한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키 어렵다. 그러나 보수, 진보 정권의 교체 속에서 이런 담론이 한미동맹의 기반으로 인정되면서 사회적으로 여전히 강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명 정부도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촛불혁명 이후의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혁의 한 축인 외교·국방 자주를 통한 민주화의 완성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방치되어 버린 꼴이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K-팝 등 한류는 물론 경제, 군사적으로 선진국이라 일컬어지지만 한미관계는 여전히 종속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재명, 트럼프의 대미 투자협상 등에서 그런 비정상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주한미군의 작전권, 기지 운영, 정보활동 등 핵심 기능은 여전히 미국의 법적, 기밀 체제 하에 종속되어 있고 한국 정부는 이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재명 정부가 이런 비정상을 국민에게 밝히지 않는 비밀주의를 과거 정부와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법상 주권자인 국민이 개돼지로 취급받는 중대한 부분이 방치되고 있지만 진보 정치권, 언론, 시민사회 등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미국의 세계 핵전략으로 주한미군이 그 일익을 담당해 온 SIOP(Strategic Integrated Operational Plan) 및 OPLAN(Operation Plan) 등 전략계획은 미국의 국가기밀로 분류되어, 한국 국회는 물론 행정부조차 그 세부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외교·군사 문제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정보 주권’ 부재라는 문제로 확장된다. 즉, 한 국가의 공공영역(public sphere)에서 논의되어야 할 안보 정책의 상당 부분이 제도적으로 은폐되어, 시민적 비판과 숙의의 공간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이다. 하버마스(J. Habermas)가 말한 바와 같이, 공론장의 왜곡(distorted communication)은 결국 합리적 의사소통을 붕괴시키고, 민주적 정당성을 약화한다(Habermas, 1984).
이글은 이러한 ‘비밀 체제’(secret regime)의 사회학적 구조와 정치적 재생산 과정을 분석하고, 그 정상화가 한미 양국 모두의 민주적 이익에 부합함을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주한미군 비밀 체제의 제도적 기원과 구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주한미군의 한국 배치를 권리(right)로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부속 협정으로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도 4조의 권리의 연장선상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정보와 작전통제 부분은 ‘미국법 우위’ 원칙이 적용되어 있다.
SOFA 제28조는 주한미군의 작전, 활동을 기밀로 분류하고 이들 정보의 보호와 교환을 명시하되,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제공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한국의 주권적 감시권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조항으로, 주한미군의 군사 활동이 한국법과 사회적 감시 체계의 밖에 놓이게 되는 치외법권적 특혜를 누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 구조는 “주권 내의 타 주권(sub-sovereignty within sovereignty)”, 즉 한 주권국가 안에서 다른 국가의 주권이 지배하는, 실질적인 점령군의 지배라는 심각한 주권 유린 상태를 형성한다. 한국 영토 안에서 미국은 사실상 준(準) 주권적 권한(quasi-sovereign power)을 행사하며, 이는 국제법상 비대칭적 군사동맹에서 흔히 나타나는 ‘법적 종속의 제도화(legal institutionalization of dependency)’로 설명된다.
이러한 제도적 구조는 냉전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으며, 1990년대 이후에도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사령부는 여전히 작전계획(OPLAN) 5027, 5015 등에 대한 독립적 결정권을 유지한다. 한국 정부는 ‘동맹의 신뢰’를 이유로 이를 문제시하지 않았고, 미국 역시 이를 ‘필요한 비밀주의’(necessary secrecy)로 정당화했다.
주한미군 공론화 통제와 사회적 인식 구조: “보지 않음의 규범화”
이러한 제도적 비대칭은 단지 제도 차원에서만 유지된 것이 아니다. 사회적 담론의 차원에서도 ‘반미=비국가적’이라는 낙인 구조가 공고히 작동해 왔다.
1970~1980년대 반미운동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죄) 등으로 처벌되었고, 이후 민주화 이후에도 주류 정당, 언론과 교육 체계에서 ‘미국 비판’은 사실상 금기시되었다.
이는 그람시(A. Gramsci)가 말한 ‘헤게모니적 내면화’(hegemonic internalization)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물리적 강제력이 아닌 ‘동의(consent)’를 통해 지배 질서를 내면화시키는 과정이다. 한국 사회에서 “동맹은 절대 선”이라는 신념이 정치·언론·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면서, 시민들은 주한미군의 실체를 ‘알 필요 없이 당연하고 필요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형성된 것은 ‘정상화된 무지(normalized ignorance)’, 즉 ‘모르는 것이 사회적으로 당연시되는 상태’이다. 이는 ‘인지적 식민화’(cognitive colonization) 또는 ‘의식의 노예화’로도 개념화될 수 있다(Connerton, 1989). 한국 사회는 미국의 안보·정보 규범을 내면화하여, 자국의 정보 주권 결여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제에서 해방되었다고 하나 미국이라는 외세에 의해 군사주권, 그에 대한 당연한 헌법적 권리가 훼손된 상태로 여전히 피점령 상태라 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순응과 담론의 연속성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 또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첫째, 동맹 관계를 ‘정치적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하는 정책적 자기검열(policy self-censorship)이 실시되고 있고,
둘째, 언론과 전문가 집단의 동맹 담론 종속(alliance discourse dependency)이 유지되고 있으며,
셋째, 반미 담론을 정치적 위험 요소로 분류하는 정치공학에 매몰된 국회, 대통령이 한미동맹 실체를 비밀 속에 가둬놓고 공론화를 기피하는 선거전략적 회피(electoral avoidance) 정책이 일반화되어 있다. 국민에게 무한 봉사해야 할 정치 머슴들의 이런 정치적 꼼수는 보수, 진보 정당이 엇비슷하다.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한미관계’라는 명목으로 동맹 강화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주한미군의 작전 정보, 핵 정책, 사드(THAAD) 추가 배치 등 핵심 사안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현실적 외교’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동맹 헤게모니의 지속(reproduction of alliance hegemony)’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이 정부 또한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비밀 체제의 구조적 비대칭을 문제화하지 않음으로써, ‘비판의 결여가 곧 합리성’이라는 새로운 동맹 통치 담론(alliance governance discourse)을 재생산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민주적 동맹의 조건
주한미군의 비밀 체제는 한국의 민주주의뿐 아니라, 한미동맹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비대칭적 정보체계는 동맹을 ‘보호자–피보호자’ 관계로 고착시키며, 장기적으로 상호 신뢰의 기반을 약화한다.
로버트 코헨(R. Keohane)과 조지프 나이(J. Nye)가 제시한 복합상호의존 이론은, 현대 동맹이 단순한 군사적 보호가 아니라 정치적 신뢰와 정보의 상호 투명성을 기반으로 해야 함을 강조한다(Keohane & Nye, 1977).
즉, 정보 공유의 제도화가 이루어져야만 동맹이 민주적 정당성과 전략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작전 체계와 전략적 역할에 대한 제도적 접근권과 공개 검증 절차를 확보한다면, 이는 반미나 탈미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적 동맹의 성숙’(democratic maturation of alliance)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미 양국이 진정으로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길이다. 사회학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인지적 식민화’에서 ‘자기 인식의 복원’(reflexive awareness), 의식의 해방으로의 전환이다.
정치학적으로는 ‘종속적 동맹’(dependent alliance)에서 ‘자율적 동맹’(autonomous alliance)으로의 이행이다.
따라서, 비밀 체제를 해소하고 정보의 상호 투명성을 제도화하는 것은 단지 한국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도 신뢰할 수 있는 지역 파트너를 확보하고 동맹의 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곧, 한미 양국이 ‘상호 주권’(mutual sovereignty)의 원리에 기초한 새로운 동맹 모델로 나아가는 길이다.
결론
주한미군의 비밀 체제는 단지 군사적 필요의 산물을 넘어 동맹 주도권이 사회적 인식 구조 속에 제도화된 결과이다.
이재명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는 이 구조를 문제시하지 않음으로써 ‘비정상의 정상화’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동맹의 진정한 안보와 민주주의는 투명성과 상호 존중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비밀 체제의 해소는 반미가 아니라, 민주적 동맹으로의 정상화이자 한미 양국이 함께 주권을 성숙시키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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