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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르포]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완공식 행사... 두 나라 우호 상징 '마지막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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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2-13 03:2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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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만든 캄보디아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전경 지난 2011년 공사를 시작. 무려 4년 만에 완공된 캄보디아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의 모습ⓒ

북한이 120억 들여 만든 '앙코르박물관', 직접 가보니

[르포]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완공식 행사... 두 나라 우호 상징 '마지막 유산'                  오마이뉴스 박정연 기자

북한 만수대 창작사 해외사업부가 건립한 북한 박물관이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지난 4일(현지시각) 완공식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평소 약속에 지각하기로 악명(?) 높은 속안 부총리 겸 관방부 장관이 당초보다 2시간이나 늦은 오후 4시 반경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계획보다 행사가 지연되자 당황한 주최 측 앙코르와트 보존당국(APSARA AUTHORITY)은 이미 점심 무렵부터 대기 중이던 동원 학생과 주민들에게 박물관 실내를 둘러보게끔 허용했다. 기자 역시 이 틈을 이용해 북한이 만들었다는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북한이 만든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전경 북한 박물관으로만 국내 언론에 알려진 이 박물관의 실제 공식 명칭은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이다. 주최측은 첫날 완공식을 기념해 행사에 동원된 약 천여 명의 현지인들에게 박물관 무료입장을 허용했다. ⓒ 박정연

앙코르와트, 바이욘 사원 등 앙코르 주요 사원들을 축소해놓은 미니어처 작품.ⓒ 박정연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앙코르 시대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던 자야 바르만 7세를 그린 대형 초상화였다. 북한 예술가들의 예술적 감각과 실력을 보여주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우측 동선을 따라 실내로 들어서니 이번에는 앙코르 유적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대형 미니어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앙코르와트와 바이욘 사원 등 주변 사원들을 정교하게 만들어 놓아 앙코르 유적의 지형과 위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고개를 돌리니 오른쪽 벽면 가득히 앙코르 지역과 유적에 관한 사진 자료들과 이를 이미지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왼쪽 벽면에는 은은한 조명 아래 힌두교를 상징하는 돌조각 작품들도 일부 전시되어 있었다. 

이어 이 박물관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파노라마관을 방문했다. 2~3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좁은 터널을 10여 미터쯤 지나 낮은 계단을 오르자 눈앞에 엄청난 크기의 그림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졌다. 현지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찍으려 하자 현지 안내원이 촬영을 금지시켰다. 기자 역시 들고 있던 카메라를 가방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둥근 원형 돔처럼 생긴 파노라마관의 총 길이는 약 120미터, 높이는 12.5 미터다. 


고대 앙코르시대를 주제로 한 파노라마관을 관람중인 행사 참석자들.ⓒ 박정연

세계 불가사의중 하나로 손꼽히는 앙코르와트를 만드는 과정을 테마로 한 파노라마관 작품.ⓒ 박정연

12세기 베트남 이남 참족과의 전투장면을 그림으로 재현해놓은 파노라마관 내 작품ⓒ 박정연

앙코르 시대 크메르인들의 일상적 삶의 풍경을 주제로 그린 작품(파노라마관)ⓒ 박정연

앙코르와트, 바이욘 사원 등 앙코르 주요 사원들을 축소해놓은 미니어처 작품.ⓒ 박정연

▲ 크메르 전통미인의 모습 북한 예술인들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언뜻 봐서는 크메르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현대 한국형 미인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파노라마관내 작품)ⓒ 박정연

파노라마관을 감상한 현지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훌륭한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음날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10여 분 남짓 감상하는 데 외국인의 경우 입장료가 무려 15불(한화로 약 1만7천 원)이고, 현지인들조차 8불(약 9400원)을 내야 한다. 박물관 기본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파노라마관과 3D 영화관에서는 별도로 입장료를 받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들 대부분은 가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동유럽 세르비아에서 왔다는 관광객 미첼 게르그(75)씨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7~8명의 동료들과 함께 파노라마관을 방문한 그는 앙코르와트를 만든 크메르인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매우 훌륭한 정보가 됐다고 감탄하면서도 입장료가 비싼 것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함께 있던 그의 동료에게 입장료가 대략 얼마쯤이면 적절할 것 같냐고 묻자, 3~5불(3500원~5900원)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질문을 바꿔 이 박물관을 북한이 지은 사실을 아냐고 물었다. 게르그씨는 "현지 가이드로부터 설명을 듣고서 알았다"면서 "독일 등 일부 유럽에서도 북한의 유화 작품을 몇 차례 본적이 있어 북한의 예술작품 수준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파노라마관을 지나자 이번에는 북한 유명작가들의 작품들로 추정되는 유화그림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북한에서 최고로 대접받은 인민작가들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캄보디아인들의 삶이나 자연환경을 소재로 담은 그림들이었다. 

그런데 아래를 자세히 보니 그림마다 달러화로 가격이 표시되어 있었다. 대략 400불(47만 원)~1000불(118만 원)였다. 캄보디아에 있는 북한식당들처럼 이곳 역시 유화그림들을 판매 목적으로 전시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3D 영화관이다. 크메르인들이 앙코르와트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한 작품이다. 그러나 첫날은 3D 관람용 안경을 지급하지 않아 부득이 2D 버전으로 영화를 관람해야만 했다, 영상과 스토리는 나름 괜찮았고 영상수준도 기대 이상이었다. 과거 크메르 역사를 고증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였다. 다만 상영시간이 20분에 불과해 5불의 입장료가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완공식 행사 리허설에서 흘러나온 '애국가'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완공 축사를 하고 있는 홍기철 북한 대사. ⓒ 박정연

드디어 캄보디아 측 주빈인 속안 총리가 2시간가량 늦게 도착했다. 홍기철 주 캄보디아 북한대사가 레드카펫 앞까지 마중을 나가 인사를 했다. 행사가 곧바로 시작됐고 압사라 무희들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이어 앙코르기술위원회 책임자의 경과보고 직후 홍기철 대사가 축사를 했다. 

홍 대사는 "이 박물관이 김일성 주석과 고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 간의 특별관계에서부터 이어진 양자간 우호협력관계의 상징"이라고 강조했고, "앞으로도 양자간 우호관계가 계속적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연설통역은 동시통역 대신 미리 배포한 크메르어 번역자료로 대체됐다.

속안 총리 역시 북한과의 과거 인연을 회상하며 박물관 건립에 도움을 준 북한 당국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캄보디아 문화예술부장관과 관광부 장관, 씨엠립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북한 박물관 완공식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는 압사라 댄서. 북한 홍기철 대사와 캄보디아 속안 부총리겸 관방장관이 완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 박정연
이날 행사는 속안 총리의 지각으로 행사가 지연된 것 말고도 웃지 못할 해프닝이 더 있었다. 오후 행사 리허설 도중 북한 국가 대신 우리나라 애국가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북한 측 행사 관계자도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았는지 1분여 남짓한 시간 동안 애국가가 장내에 그대로 흘러나왔다. 

본 행사를 준비한 앙코르와트 보존당국 행사 담당자의 실수로 추정되지만, 애국가와 북한 국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캄보디아와 북한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해프닝처럼 느껴졌다.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완공 기념 커팅식에 참석한 북한 홍기철 대사와 캄보다아 고위관리들.ⓒ 박정연

▲ 완공식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낸 북한식당 여성들 씨엠립 소재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는 북한여성들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들이 전통 한복을 입은 채 완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 박정연

마지막 순서인 속안 부총리의 축하 연설이 1시간을 넘기고도 끝나지 않자 어느새 박물관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고운 한복 차림으로 행사장 앞줄에 앉아있던 북한 평양식당 여성 종업원들의 표정에서도 무더위와 긴 연설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드디어 오후 5시 30분을 훌쩍 넘어서야 부총리의 지루한 축사가 끝났고 곧바로 박물관 앞에서 커팅식이 거행됐다. 

참석자들의 박수 속에 속안 총리가 북한 홍기철 대사의 안내로 전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북한 만수대 창작사 관계자들과도 만나 악수를 하며 이들을 격려했다. 이어 부총리가 파노라마관과 3D영화관 등 시설을 둘러보는 것으로 완공식 행사를 마무리했다. 수십여 명에 이르는 현지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 시간만큼은 다행스럽게도 내부 실내 촬영을 허용해주었다. 

실내 촬영 도중 통로 한쪽에 마련된 카페에 앉아 있던 북한 담당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그는 캄보디아 기자들 사이에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의식하지 못한 듯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겸연쩍음을 피하기 위해 파노라마관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칭찬을 했다. 그러자 기자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는 대략 직업을 짐작한 듯 "대단히 고맙습니다. 많이 홍보 좀 해 주세요"라며 짧게 대답했다. 주변의 다른 북한 관계자들도 기자가 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금세 눈치 채고는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결국 더 이상 길게 질문하지 못하고 가벼운 목례를 한 뒤 자리를 떴다. 

박물관 다 지어놓고도 완공식 늦어진 이유 

사실 한국 언론들에 의해 '북한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앙코르 박물관의 정식 명칭은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ANGKOR PANORAMA MUSEUM)'이다. 박물관 모든 전시시설과 자료들이 과거 앙코르 전성시대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북한이 만든 작품이라는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간간이 보이는 안내문의 북한식 글자와 한쪽 작은 벽면을 장식한 사진자료들만이 단서가 되어주었다. 앙코르 유적을 설명하는 사진자료 한편에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북한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이나 현장을 방문한 고위관료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박물관에는 인공기 이미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당초 북한이 자신들이 만든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든 홍보하고 싶었지만, 앙코르유적기술위원회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되었다는 소문이다. 

참고로 북한 박물관은 지난 2011년 공사를 시작해 최근에서야 완공됐다. 공사비용은 대략 1000만 불 정도로, 우리 돈으로 약 118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공식발표되었다. 하지만 이 사업과 관련이 있는 현지인 관계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최소 2배 이상인 2200만 불(259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는 것. 

당초 발표보다 두 배 넘게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박물관 주변 주차장 문제와 관련 캄보디아 당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부지를 추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교민은 공식 건축비 말고도 양국간 교류협력 차원의 뇌물(?)이 오갔을 확률이 높다고 귀띔해주었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박물관 외형과 실내 인테리어 등 공사가 사실상 지난해 거의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차례나 연기된 끝에 연말이 되어서야 완공식이 거행된 데도 나름 사연이 있었다. 이미 일부 한국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박물관 내에 앙코르와트 매표소를 두는 문제에 대한 양측간 이견 때문이었다. 

북한은 당초 기존 앙코르와트 입장권 판매소를 지금의 북한 박물관 옆으로 이전, 앙코르와트 입장료에 박물관 입장료를 추가해 일괄 방문토록 하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캄보디아 당국이 최종 협상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해,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그만큼 시간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 박물관 옆 텅빈 앙코르와트 매표소 모습. 당초 북한측은 앙코르와트 기존 매표소를 이곳 박물관 자리으로 옮겨 기존 앙코르와트 입장료 20불에 박물관 입장료 5불을 포함시켜 방문객수를 늘리는 방안을 궁리했으나, 캄보디아측이 난색을 표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 박정연

한편, 앙코르와트 입장료 20불에 박물관 관람료 5불을 추가해 25불짜리 입장권을 판매하려던 당초 계획이 무산되자, 북한 박물관은 입장료를 따로 받는 박물관으로 결국 전환됐다. 

이러한 전후 배경과 사실을 입증하듯 박물관 좌측에는 앙코르와트 입장권 판매 창구 용도로 지어진 단층 건물이 텅 빈 채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사진촬영을 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현지 경비원이 나타나 제지하는 바람에 결국 2~3컷 정도 사진만 간신히 찍을 수 있었다. 

북한 박물관, 캄보디아의 '마지막 선물'? 

과거 북한 김일석 주석과 캄보디아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은 지난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에서 만나 의기투합하며 평생 오랜 우정을 이어간 적이 있다. 시아누크 국왕이 1970년 친미 성향 론놀 정권의 쿠데타로 실각해 오갈 데 없는 초라한 망명객 신세가 되었을 때도 김일성 주석은 평양으로 그와 그의 가족을 불러 극진히 대접했었다. 

지금도 유튜브상에 있는 시아누크 국왕의 북한 환영행사 동영상을 보면, 김일성 주석이 아무런 권력도 없는 이 불쌍한 왕을 얼마나 융숭하게 대접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권력을 되찾은 시아누크 국왕은 당시 북한에서 받았던 환대를 평생 잊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을 소재로 한 노래까지 직접 작사 작곡할 정도였다. 일설에 따르면, 살아 생전 시아누크 국왕이 "북한과의 의리를 생각해서라도 남한과는 절대로 외교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한 적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시아누크 국왕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이후 정치적 실세인 훈센 총리 주도하에 캄보디아 정부는 1997년 우리나라와 재수교를 전격 단행하게 된다. 

그때부터 조금씩 북한과 캄보디아의 관계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북 성향의 국왕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왕실 가족과 측근들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한 탓에 외형상으로는 양국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다. 당시 이러한 양국간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지금도 기자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국빈방문 했을 당시다. 당시 통상적인 외교관례를 깨고 시아누크 국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 시하모니 국왕은 노 대통령과의 형식적인 접견 행사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시아누크 국왕 내외 역시 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이유로 돌연 북한 평양으로 날아가 버렸다. 시아누크 국왕과 왕실이 얼마나 북한과의 의리나 관계를 의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시아누크 국왕마저 만 89세의 나이로 죽자 양국 관계에 큰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북한과의 관계가 나빠진 것은 전혀 아니지만, 캄보디아가 우리 정부와 더욱 친밀한 외교적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양국간 외교관계에 있어서 그 위상이 점차 뒤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경제적 실리를 우선시 하는 훈센 총리의 권력이 갈수록 강화되면서부터 한국과 캄보디아의 관계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수년전에는 이러한 세 나라 간의 달라진 외교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지난 2013년 10월 사망했을 당시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북한에서는 국왕 조문사절단을 단 한 명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당시 북한대사만 조문에 참석했다. 

오히려 훈센 총리는 당시 우리 정부에 조문단 파견을 공식요청해 하금열 대통령 실장이 특사자격으로 조문을 다녀갔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평론가들과 호사가들은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었다. 

이번 북한 박물관 건립은 캄보디아와 북한간 지속된 과거 우정에 대한 '마지막 선물'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시아누크 국왕이 살아 생전에도 북한 예술가들의 실력을 인정해 북한이 앙코르 시대를 담은 박물관을 지어주길 바랐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 홍기철 대사는 이날 축사를 통해 북한 박물관이 김일성 주석과 고 시아누크 국왕 간의 특별관계에서부터 이어진 양자간 우호협력관계의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강조했지만, 어쩌면 그의 기대와 달리 이 북한 박물관이 이미 과거 역사가 되고 만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를 상징하는 '마지막 유산'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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